[현장리뷰] 서울공예박물관,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기획전…패션과 공예 융합
[현장리뷰] 서울공예박물관,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기획전…패션과 공예 융합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2.0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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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1동 3층 기획전시실, 2.7~4.2
한국 1세대 패션디자이너 최경자·노라노·앙드레 김
‘양장점’ 시대, 의복 속 공예적 요소 주목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공예와 패션의 연결고리를 주목해 한국 패션계와 근현대의복사를 열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은 오는 2월 7일부터 4월 2일까지 두 달간 한국 1세대 패션디자이너로 꼽히는 최경자·노라노·앙드레 김의 작품 35벌과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기획전시를 개최한다.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기획전 '아트월' 섹션 ⓒ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서울역사박물관으로부터 이관 받은 소장품인 앙드레 김 작품, 최경자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마련하고, 패션 안에 녹아있는 공예적 요소를 찾아보고자 기획됐다. 한국 1세대 패션디자이너로 일컬어지는 최경자·노라노·앙드레 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김계옥, 문보리, 조예령 작가의 공예 작품의 시너지도 전시에서 주목할 지점이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고, 이승해 학예연구사가 전시 기획을 맡았다. ▲1부: 입다 ▲2부: 드러내다 ▲3부: 표현하다 ▲4부: 아카이브 랩이다. 그리고 3부와 4부 사이 ‘아트월’ 공간을 꾸며 패션쇼룸에 온 듯한 느낌도 자아낸다.▲1부: 입다에서는 인간의 욕구 단계와 연계해, 신체 보호는 물론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서의 의복, 더 나아가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고 개성을 표현하는 의복에 대해 개괄적인 소개를 영상콘텐츠로 소개한다.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기획전 '3부: 표현하다' 공간, 앙드레 김 디자인 의복과 조예령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2부: 드러내다에서는 의복의 기능 중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 대한제국기 서구식 근대 예복과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에서 착용한 현대 예복을 전시한다. 전시 작품 중에는 윤보선 대통령이 착용했던 <연미복>과 노라노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가 있다. 노라노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는 7,80년대 한국 부띠끄 문화의 대표적인 스타일이었다.

▲3부: 표현하다에서는 다양한 ‘수공예 기법’이 한국 패션 1세대 디자이너인 최경자, 노라노, 앙드레 김 작업에 어떻게 영감을 줘 의상에 반영됐는지를 소개한다. ‘자르고 잇고 접다’, ‘그리고 물들이다’, ‘그림을 덧붙이다’, ‘실과 구슬로 수놓다’라는 공예의 방식에 주목해 작품을 선보인다.

▲이브닝 코트, 최경자, 1963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이브닝 코트, 최경자, 1963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시 작품 중 최경자 디자이너의 1963년 작 <이브닝 코트>는 견을 사용해 페인팅으로 완성한 의복이다. 수공예적 요소가 남아있는 작품으로, 특히 붓질이 의복에 남아있어 회화적 요소가 디자인 적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에 주목해볼 수 있다.

앙드레 김 디자이너의 작품에선 특정한 천을 옷 위에 덧붙여 장식하는 기법인 ‘아플리케’ 방식이 돋보인다. 덧붙이는 작업은 대부분 재봉틀을 이용하긴 하지만, 위치에 따라 직접 바느질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공예적 특징이 드러난다. 아플리케 방식을 활용함에 있어서는 제약이 없는데, 앙드레 김의 1980년대 작 <이브닝 드레스>에는 천자문이 장식적 요소로 활용된 것이 특징이다.

▲3부: 표현하다 공간에서는 3명의 디자이너 작품과 함께 어우러지는 김계옥 금속공예가 작품 <제 2의 표피>(2019), 문보리 섬유공예가의 <시간의 관계를 잇다>(2022), 조예령 섬유공예가의 <공간>(2019) 작품도 주목할 지점이다. 패션 디자인 속에 어떻게 공예의 정신이 들어가 있고 이어지는지 즉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형식이다.

▲이승해 학예연구사가 아카이브 섹션에서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전시는 한국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정신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전한다. 마지막 아카이빙 공간에선 각 세 명의 디자이너들의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SUNY Korea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출신 예비 디자이너들이 1세대 디자이너의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공예요소를 활용해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기획전시 《衣·表·藝,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는 ‘공예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공예ㆍ패션 융합 전시다. 전시 개막 전 6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복식에 담긴 공예요소와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장인정신을 탐구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향후 공예전문박물관으로서 공예와 패션에 이어, 공예와 미술, 공예와 건축 등 다양한 ‘공예융복합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6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 관장 ⓒ서울문화투데이

하지만 전시 투어 중, 취재진들은 ‘공예’와 ‘패션’의 융합이 잘 전달되지 않음에 아쉬움을 전했다. 한 취재진은 “디자인에 있어서 주름 잡기, 아플리케, 자수와 같은 기법은 아주 기본적인 방법인데 이를 마치 특별한 공예적 요소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 잘 와 닿지 않는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소장품으로 지니고 있는 의복에 좀 더 집중해서 선보이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패션’이냐 ‘공예’냐, 아니면 한국 1세대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조명인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지점이 이번 전시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전시가 좀 더 무게감을 두고 있는 지점이 어디냐는 질문에 박물관 측은 ‘경계를 허무는 시도’라는 답을 전했다.

채영 전시 기획과장은 “최근 파리 샤넬 본사에서 프랑스 공예인들에게 불러들이면서, 그들의 수공예적 요소를 브랜드 안으로 끌어안는 시도를 했다. 패션에 있어서, 공예적 요소가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사례라고 본다”라며 “한국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은 현재 기성복이 나오기 전 ‘양장점’을 운영하며 한 사람에게 맞는 옷을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수공예의 영역 안에서 패션을 다뤄왔다. 그들의 의복에선 각기 다른 장인적 요소와 공예적 요소가 있었다”라며 패션과 공예의 연결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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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아카이브 섹션, 김희선과 장동건이 패션쇼에서 실제 착용했던 의상 ⓒ서울문화투데이

현재는 ‘패션’과 ‘공예’가 전혀 다른 분야, 가깝지 않은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에선 과거에 ‘패션’과 ‘공예’가 의복 안에서 함께 융합해 작용하고 있었음을 주목하며,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장을 펼친다.

채 과장은 “이번 전시 이후, 올 9월 키아프ㆍ프리즈 시기에 미술과 공예를 융합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라며 “‘공예’는 우리의 생활과 삶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공예’ 그 자체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의 삶 이곳저곳에 녹아들어 있는 ‘공예’를 주목하는 융복합 전시도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경계를 허물고 장르를 확장하는 시도에 있어서 본질의 깊이가 얕아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패션’도 보여주지 못하고, ‘공예’도 보여주지 못하는 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각기 영역만을 고수하기에, 각 장르의 경계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전시 마지막엔 디자이너와 수공예가의 인터뷰를 함께 선보인다. 전혀 다른 영역일 것 같은 ‘패션’과 ‘공예’ 현직자들이 전하는 융합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전시가 보여주고자 한 주제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