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춥고 배고플 2023 공연예술시장, 주목해야 할 관객 타깃
[김승국의 광장문화]춥고 배고플 2023 공연예술시장, 주목해야 할 관객 타깃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3.02.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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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금년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전망을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다. 올 한 해를 바라보는 공통적인 전망은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의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식량 및 에너지 위기, 치솟는 인플레이션, 각국 정부 긴축 정책, 기후 위기 등으로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K-Pop, K-Drama, K-Movie, K-Game 등 K-콘텐츠 산업은 경제침체 속에서도 선전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특히 예술인들이나 예술단체들은 올 한해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함이 문화예술계 전역에 팽배하다. 경제침체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좀처럼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 관객층을 공략해야 하는 공연예술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경향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트렌드를 ‘과시적 비소비’ 혹은 ‘체리슈머(Cherry-sumer)’ 등으로 표현할 정도로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이다. 토끼는 겁이 많은 예민한 동물로도 알려졌지만,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타나듯이 지혜로운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토끼의 지혜를 잘 나타내 주는 말로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교활한 토끼는 3개의 숨을 굴을 파 놓는다"라는 뜻이다. 우리 예술인들과 예술단체는 이 어려운 시대에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하나의 방안만이 아니라 플랜 B, 플랜 C를 함께 마련해두어야 할 것 같다. 

폭풍우와 한파가 몰아쳐도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는 말이 있듯이, 살아남아야 한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과 뮤지컬 시장은 그런대로 선전할 전망이라 공연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 같다. 이럴 때 그런대로 흥행이 보장되는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과 대형 뮤지컬 제작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어린이들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소규모의 공연 콘텐츠를 공략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작 자신은 밥을 굶을지언정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 우리네 부모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린이를 가족 단위의 관객이 늘어나는 것이 추세이고, 예술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더욱 질 좋은 문화예술교육을 위하여 전문 예술단체와 협업하여 정규수업 시간에 운영하는 창의 재량 학습 시간에 지역 문예회관으로 문화예술교육 공간을 옮겨 공연 감상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노원문화예술회관의 <교과서 예술여행>의 경우는 성공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 공간을 학교 교실에서 공연장으로 옮겨 공연 감상과 체험활동을 통하여 학생들의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을 키워주고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인성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학교와 학부모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10년째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교과서 예술여행>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과서의 노래와 춤, 음악, 놀이 영역을 모두 도출해 놓고 학교 교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하면 공연 감상과 체험활동을 통하여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을 키워주고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인성 형성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4차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업은 학교 교실이 아닌 지역 공공 문화공간인 지역 문예회관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학교 정규수업 일과 중에 편성되어 1년에 4번 이루어진다. 1차시는 우리음악(국악), 2차시는 외국음악(양악), 3차시는 춤(우리춤, 외국춤), 4차시는 전통연희(풍물, 탈춤 등)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이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학생들에게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공연을 관람하는 요령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지고 공연예술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공연예술과 친숙해져 미래의 극장 고객을 확보하고 문화시민을 양성하는 효과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는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향유토록 하고, 문화기획자들에게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효과를 거두고, 공연예술가들에게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되고, 지자체에서는 지역민의 교육열에 부응하는 지자체에 대한 신뢰감을 깊게 해주는 효과를 거두고, 지역 문예회관에는 극장 가동률을 높여주는 일석(一石) 오조(五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공연도 공략해볼 만한 공연 콘텐츠다. 최근 들어 주말 휴일제가 도입되면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단위의 공연 관람이 크게 늘었으나 정작 집을 나서면 마땅히 아이들과 함께 볼 재미있고 함께 볼 적당한 공연을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다양한 장르의 질 높은 공연예술작품을 제작하여 공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아마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으리라고 장담한다. 서울시의 ‘종로아이들극장’이나 노원의 ‘노원어린이극장’은 주말마다 공연이 매진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이에 부응하는 공연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공연예술단체들이 지역단위의 어린이집 연합회와 유치원연합회와 협업하여 유아들을 위한 공연예술작품을 제작하여 지역 문예회관이나 순회 방문 공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좋은 방안이 있을 것이다. 2023년 공연예술시장은 춥고 배고픈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절박함과 간절함이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희망을 품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동력을 갖게 할 것이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최선을 다하는 2023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