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짧고 자극적이어야 산다?
[Human Library]짧고 자극적이어야 산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 전공 나시예
  • 승인 2023.02.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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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Tik Tok), 릴스(Reels), 쇼트폼(Short form). 주지의 사실처럼, 이 세 가지 유형의 짧은 동영상은 현대인의 시간과 잠을 절대적으로 지배한다. 15초에서 30초 사이의 짧은 영상이 왜 그렇게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왜 작금의 현대 사회에게 혹은 기업인들은 고전(classic)이라는 길고 지루하기까지 한 활자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걸까? 이 두 모순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칼럼에선 숏폼이 현대인을 지배하는 이유와 그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 짧고 강렬한 숏폼의 장점과 그에 따른 문제점의 대안으로 고전의 역할과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왜 숏폼인가?

모두 한 번씩은 스크롤 한 번에 자극적이고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지는 숏폼 영상 서비스에 예상치 못한 시간을 소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 사이트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하위 장르 통계의 사용 시간 부문에서 커뮤니케이션, 숏폼 비디오, 영상 공유 장르가 전체 장르 중 무려 50%의 지분을 차지할 만큼 현재 영상 서비스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그중에서도 대표 숏폼 서비스인 틱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3.6시간으로 유튜브 월평균 사용 시간(23.2시간)과 페이스북 사용 시간(19.4시간)을 제치며 ‘숏폼’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유튜브는 쇼츠를,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고 숏폼 서비스는 더욱 부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숏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정보와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 모든 것을 긴 시간을 들여 모두 소비할 수 없다. 숏폼은 이러한 부분에서 사람들의 앎의 욕구를 짧은 시간 안에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젊은 층의 40%가 점심 먹을 곳을 찾을 때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숏폼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 오랫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였던 구글처럼 정보를 찾는 대중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또한 시청각적 요소가 극대화되어 있는 숏폼 영상들은 즉각적인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여유가 없이 돌아가는 사회의 현대인이라는 부분에 귀결된다. 그들은 깊은 생각이 없이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충족감은 숏폼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숏폼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점점 이에 길들여지게 되고 텍스트보다는 시청각적 요소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휘력과 문해력 논란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최근 ‘심심한 사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자 취업 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보고서나 기획안을 읽을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이 조금 넘는 50.8%로 밝혀졌고 89.4%의 사람들은 문해력이 학창 시절보다 낮아진 것을 느낀다고 답하였다. 이처럼 숏폼의 부상은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여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아주 큰 장점도 있지만 짧은 호흡의 영상 컨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텍스트에 대한 부담감을 늘어나게 되어 문해력과 어휘력의 저하를 일으키고 깊은 사고를 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왜 고전인가?

고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숏폼과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숏폼은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지며 즉각적인 자극을 얻을 수 있는데 반해 고전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전은 앞서 말한 현대인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기에도 고전은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밸런스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효율적인 숏폼도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숏폼에 치우쳐져 있는 지금 상황은 여러 문제를 야기하였고 고전은 이러한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먼저 요즘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한 MZ 세대들의 문해력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1명으로 평가받는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인간의 존재의 집이라고 하였다. 이는 언어가 존재를 규정하고 투영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어휘력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게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나비와 나방이라는 단어가 나뉘어 있어 나비와 나방이 같이 있다면 둘은 다른 존재로 인지되며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다른 종인 두 마리가 함께 날고 있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나비와 나방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면 비슷하면서 다른 두 마리의 비행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어휘력은 존재의 집이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현대인들이 평균적으로 일생동안 사용하는 단어는 360개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존재하지만 그들을 존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고작 360개 정도라는 것이고 우리는 살면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없을 것이며 단어 360개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사는 꼴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윗세대의 소중한 유산으로서 우리는 고전을 통해서 문해력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세계, 즉 존재의 집을 넓힐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허무주의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숏폼은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고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짧은 호흡과 긴 호흡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서로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성이 강조되었던 시대는 낭만주의의 시대를 불러오고 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종교적인 시대는 다시 인간 중심의 시대를 불러왔던 문예 사조만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게는 균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짧은 감각과 생각에 의한 숏폼도 물론 필요하지만 깊은 호흡을 가지고 우리를 더 큰 존재의 집으로 인도해주는 고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고전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