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공공의 문화예술정책, 문화기획자 양성과 활용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공공의 문화예술정책, 문화기획자 양성과 활용
  •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 승인 2023.03.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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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대한민국 1,505개의 축제가 정체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유망한 문화기획자들의 판을 마련해 줘야 할 것”

얼마 전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 공모 심사할 일이 있어 다녀왔다. 막걸리와 콩나물국밥, 비빔밥 등 맛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전통문화가 전주에 있다. 때문인지 어느 지방 도시와는 다르게 전주를 갈 적마다 외갓집에 온 것 같은 설레임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전주한옥마을, 더욱 정확히는 지금은 없어진 ‘산조페스티벌’에 있다. 지금은 잘 정비된 현대식 한옥과 상품 가게, 음식점 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전국 관광지 중 하나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관광지 이면에 돈이 안되는 문화는 사라지고 전주시와 전북도, 중앙 정부의 합작으로 상업성 있는 인프라에 관광 상품들로 채워져 버렸다. 비싼 땅값과 임대료로 예술가들은 전주한옥마을을 떠나고 급기야는 원주민들도 다른 곳으로 거의 대부분 이전했다고 한다. 더욱 힘빠지게 하는 소리를 현지 문화종사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현 시장은 전주한옥마을을 사라지고 있는 전주 문화를 살리는 것보다 경제적 수익 모델을 위한 지원 정책을 더욱 펼칠 것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주한옥마을이 있는 교동 주택가는 조용하면서도 곳곳에 차와 음악, 미술 등 전통과 현대를 매개로 한 문화의 맑은 샘터였다. 1999년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제1회 산조페스티벌’이 현재 전주한옥마을이 있는 전주 교동 일대에서 열렸다. 전주의 다양한 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음악 장르인 ‘산조(散調)’를 차용하여 한국적이면서도 전주의 정체성을 담은 축제를 만든 것이다.

10월 8일, 경기전에서는 가야금산조, 대금산조의 전통적 산조와 다카다 미도리의 마림바 산조, 강태환의 색소폰 산조, 이영철의 전자오르간산조, 김창수의 인도 시타르악기로 라가 연주가 펼쳐졌다. 10월 9일, 전통찻집 다문에서는 당시 386세대의 예술가인 가야금의 이지영, 해금의 강은일, 거문고의 허윤정 등이 각각 창작곡 연주에 이은 3명이 한번에 콜라보 공연을 만들었다.

마지막날에는 산조명인 김죽파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아 진도의 무당춤꾼 채정례와 소리꾼 채수정 등이 ‘날받이 씻김굿’을 하였다.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면서 공연 형식에 구애 됨이 없었으나 공연은 어느때 보다 진지하게 하나가 되어 만들어 갔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산조페스티벌’은 2000년 제2회를 끝으로 더 이상 전개되지 못했다. 아마도 ‘산조페스티벌’을 경험했던 많은 이들은 이 축제를 기획한 강정자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는 ‘죽산예술제’, ‘한강국제페스티벌’을 기획 운영하였다.

강신자가 여러 의미 있는 축제를 만들게 된 데에는 어느 틀에 얽매이지 않는 본인의 삶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재일교포로서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국악 등 장르의 확장성 모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대에 살면서 전통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 등등 본인의 문제를 문화기획으로 풀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축제수가 무려 1,505개이다. 그런데 개최 축제수에 비해 정작 전문성과 현장성, 확장성, 포용성 등을 두루 갖춘 역량있는 문화기획자, 축제기획자는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축제로서의 성공은 축제의 정체성과 독창성이 돋보여야 한다. 또한 유망한 축제 기획자들이 수없이 모색해 온 방안들을 펼쳐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 공연무대부터 큰 축제무대까지 실현 가능하게끔 다양한 판에 참여하여 원하는 대로 놀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넓어지고 있는 문화 판에 예술가들이 행복하게 생동할 수 있도록 공공의 문화예술정책이 기획자 양성과 활용에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