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展…장르 넘나드는 현대 미술 경향 제시
전남도립미술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展…장르 넘나드는 현대 미술 경향 제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3.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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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활동 예술가 리처드 케네디 소개, 6.4까지
‘퀴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 ‘오페라’로 은유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베를린을 중심으로 음악, 퍼포먼스는 물론 회화, 영상 등 전방위적인 작업을 펼쳐오고 있는 예술가 리처드 케네디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리처드 케네디 작가, Richard Kennedy. photo Vincent Iberius. Courtesy of Peres Projects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리처드 케네디 작가, Richard Kennedy. photo Vincent Iberius. Courtesy of Peres Projects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지난 16일부터 6월 4일까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Richard Kennedy: Acey-Deucey)》 전을 개최한다. 전시명인 ‘에이시-듀시(Acey-Deucey)’는 작가의 아버지가 즐겨 하던 놀이의 이름이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케네디(Richard Kennedy, 1985년 생)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다. 음악ㆍ퍼포먼스ㆍ회화ㆍ영상을 아우르며 파격적인 예술 형식을 제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의 MoMA PS1, 파리의 팔레 드 도쿄 등에서도 전시를 개최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케네디의 작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현대 미술의 최신 경향을 제시하고, 시각 예술뿐만 아니라 음악, 퍼포먼스의 종합 예술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리처드 케네디의 작업의 근간은 오페라(Opera)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음악과 발레를 공부해 서구의 ‘고급’ 문화를 익숙히 알고 있지만, 오페라의 라틴어 어원이 ‘opus(육체노동의 결과물)’이라는데 착안해 오페라(Opera)를 작업의 근간으로 잡았다.

▲Richard Kennedy  Pop Your Head Cassie  2021  acrylic on canvas  synthetic hair 200 x 180 cm. Courtesy of Peres Projects
▲Richard Kennedy Pop Your Head Cassie 2021 acrylic on canvas synthetic hair 200 x 180 cm. Courtesy of Peres Projects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작가는 퀴어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오페라로 은유하며, 자신의 작품을 ‘오페라스러운’ 것으로 부른다. 그의 작품은 흑/백, 남성/여성, 정신/육체, 스승/제자, 성공/실패, 사회/개인, 영속성/순간성 등 세상의 이분법적 고정관념과 가치 체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허물어 버리려는 시도다. 다분히 자전적인 소재에서 작업이 비롯되더라도 그것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으로 승화하며, 추상적 표현이더라도 구체적인 신체의 흔적을 남겨 예술 활동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리처드 케네디의 신작 영상 〈기적을 만드는 중(Miracle W.I.P)〉과 2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방으로 구분돼, 각 방마다 특성에 맞는 색상으로 연출한 것이 주목할 점이다.

첫 번째 방에는 작가의 최신 영상 〈기적을 만드는 중(Miracle W.I.P)〉이 공개된다. 여기에는 작가가 베를린의 집집마다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주워와 가상의 숲을 만들며, 각자의 삶을 기적을 만드는 과정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방은 학교의 교실처럼 꾸며진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작가 본인이 학교에서 받았던 거친 훈육과 모멸감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퍼포먼스를 행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장에 제시한다.

마지막 세 번째 방은 마치 놀이방처럼 아늑하고 또 조금은 기이하게 꾸며진다. 흑백의 구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의 기쁨을 관객과 공유하는 장(場)이다.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컬러 팔레트로 제시되는 이번 전시는 관객을 예술품과 마주하는 순수한 기쁨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본인의 삶을 작품에 투영하여 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남도립미술관의 누리집 (artmuseum.jeonnam.go.kr)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으며, 기타 사항은 전남도립미술관(061-760-3242)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