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65
“새벽밥 먹고 나올 때, 요것을 갖고 갈거나 말거나 고민을 솔짠이 했당께.
요렇게 폴릴것 같았으면 쪼까 더 갖고 나올 것인디,
색이 참말로 이쁘제?
요것도 잘 삶아야 색이 이뿌고, 연할 때 무쳐야 제 맛이 나제이.”
고구마 순을 갖고 나온 김씨할매를 국밥집에서 만났다.
막걸리 한 사발에 말문이 트인 김씨할매는
아들이 장사하는 걸 싫어해 몰래 나왔다며 쉬쉬한다.
“효자여! 내가 일헐깨비 걱정해쏴.
장에 나올라면 이삼일은 꼬박 맹글어야 갖고 나오제.
내가 번 돈은 맘대로 써, 맛난 것도 사묵고, 빙원에도 댕기지만,
고상해서 번 자식들이 준 돈은 놔뒀다가 손주들 오면 주제”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왔기에 엄마 마음은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다.
행여 사진 찍혀 자식들 삶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한사발이다.
‘우리아들 보면 큰일날틴디’
자식을 위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당신 이름조차 잊어버린 채 고목 나무처럼 등이 굽은 할매와 엄마들,
오로지 자식 생각만 하는 엄마의 숭고한 삶이 있기에
오늘도 배낭을 챙겨 장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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