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국립국악원 분원, 강원도 강릉에 이어서...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국립국악원 분원, 강원도 강릉에 이어서...
  • 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 승인 2023.03.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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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 겸임교수

“국립국악원 분원이 강원도 강릉 뿐만 아니라 충청도, 제주도, 경상도 등 시급하게 설립되어 지역 음악과 춤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K-MUSIC의 원천이자 본향이 되어야 할 것”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본예산에 ‘국립국악원 강원분원 건립 연구용역비’ 예산 2억원이 반영되었다. 연구용역 내용에는 강원도 강릉 분원의 성격 및 역할, 설립규모, 운영조직, 실행과제 등이 담길 것으로 본다.

강원도 강릉시 민선8기 김홍규 시장의 공약사항이 실현되고 있어 크게 반길 일이다. 강릉시에서 국립국악원 분원 유치 노력은 한 두해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요구되었던 집념의 결과이다. 한편으로 그동안 국립국악원 분원 유치에 애써 온 강원도 정선군을 비롯해 충남 공주시 등을 지켜보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국립국악원은 1950년 국립국악원 직제공포 (대통령령 제271호)에 따라 1951년 개원하였다. 651년(진덕여왕 5년) 왕실음악기관인 음성서(音聲署)에 관한 『삼국사기』의 기록 이후, 고려시대 대악서(大樂署), 조선시대 장악원(掌樂院) 등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1,400여년 이상의 국가음악기관의 맥을 잇고 있다. 현재는 국립민속국악원(전북 남원, 1992년 개원), 국립남도국악원(전남 진도, 2004년), 국립부산국악원(부산광역시, 2008년)등 3개 지방국악원이 있다.

반면,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개관 이후 현재 경주, 광주, 전주, 부여, 대구, 청주, 김해, 제주, 춘천, 진주, 공주, 나주, 익산에 이어 2026년에 국립충주박물관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권역별로 보면 서울 1곳, 광주·전남 3곳, 전북2곳, 대구·경북2곳, 경남1곳, 충남 1곳, 충북1곳, 강원1곳, 제주 1곳 등 15개의 국립박물관이 전국에 걸쳐 있다.

국립국악원 또한 1도1국악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서울, 전북, 전남, 부산에만 설립되어 있어 국립박물관에 비해 현저한 수적 차이가 있다.

국악은 과거의 음악유산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민족의 문화적·음악적 감수성을 나타내는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언어와 문자체계인 한글을 반세기 동안만 버리고 영어를 쓴다고 하면 아마도 다시 한글을 사용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 국악 또한 기억되지 못하고 재현되지 못하면 영영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서울·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등 각 지역의 사투리가 있듯이 국악 또한 각 지역 마다 갖고 있는 음악적 특징이 모두 다르다.

2000년대 이전까지 표준말 정책에 의해 지역방언인 사투리가 사멸되는 것을 방조하다가 이제는 언어의 다양성 가치를 알게 되어 다시금 지역 방언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한 번 사라진 방언에 생명력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보인다.

 

BTS, 전 세계적 인기 요인, 전통의 현대적 활용

 

지난 한세기 동안 일제강점기와 현대화, 산업화, 서구화에 따라 그토록 무수히 많았던 우리 음악과 춤 들이 사라졌고 점점 더 잊혀지고 있다.

1991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사이에서 몇 분 동안 흘러 나오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라는 향토민요를 소개하는 것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최상일 PD는 1989년부터 전국 9백여곳을 돌며 약 2만명을 만나 민요를 채록하였으며 그 결과물로 『한국민요대전』 이라는 금자탑이 만들어졌다. 최상일 PD의 선구안과 실행이 없었다면 생활 속에 불려졌던 수만 곡의 다양한 노래들은 영영 잊혀졌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노래와 춤의 일상화는 1,800여년 전 중국인 진수가 지은 『삼국지위서동이전』에도 기록될 정도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노래와 춤은 K-POP으로 발현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이 여러 아이돌그룹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는 한국의 장단이나 춤사위 등 전통적 예술요소를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 DNA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음을 볼 수 있으며 미래에도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흥과 신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립국악원 분원이 강원도 강릉 뿐만 아니라 충청도, 제주도, 경상도 등 시급하게 설립되어 지역 음악과 춤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K-MUSIC의 원천이자 본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는 3월31일 충남문화재단 주최로 ‘국립국악원 충남 유치를 위한 지역문화 상생포럼’이 열린다. 이를 계기로 충청권에 국립국악원 분원이 반드시 유치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