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션윈 공연을 보며 한류, 한예종을 생각하다.
[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션윈 공연을 보며 한류, 한예종을 생각하다.
  • 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 승인 2023.04.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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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션윈예술단(神韻藝術團)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공연 단체다. 2006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던 중국인 공연·예술 분야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단다. 션윈예술단에 주어진 미션은 중국 전통문화의 부활이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궤멸되다시피 한 중국의 전통 가치와 문화를 부활시켜 세계인과 함께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션윈예술단은 중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인에게 전하는 방법으로 중국 고전무용을 선택했다. 무용과 음악은 언어 장벽을 초월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보편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시작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은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관객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도 100% 중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열광했다. 2007년 첫 월드투어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션윈예술단의 양적·질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설립 17년 만인 2023년 현재 ‘뉴욕’, ‘세계’, ‘국제’ 등의 그룹명이 붙은, 같은 규모의 8개 예술단으로 성장했다. 똑 같은 레퍼토리로 동시에 전 세계 5개 대륙, 20개국 이상의 180여 도시를 찾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어 공연은 우리나라엔 지난 2월에 다녀갔다. 4월 6일부터 16일까지 약 열흘간 미국 명소인 뉴욕 링컨센터에서 13회에 걸쳐 공연을 하였고 4월 20일부터 23일까지는 뉴욕 주립대에서 5회 공연을 한다.

과거와 현대,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공연예술을 전수하려는 션윈예술단은 후진 양성을 위해 미국 뉴욕주에 페이톈 예술학교(Fei Tian Academy of the Arts)와 페이톈 대학(Fei Tian College)을 설립했다. 두 학교는 줄리아드스쿨(The Julliard School) 같은 세계적 공연·예술학교가 되려고 한다. 이를 보면서 30주년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생각해 본다. 한예종이 기예와 학술을 고루 가르친다는 면에서 정규 학교이고, 또 몇 분야로 구성되어 있어서 션윈예술단과는 비교하기 쉽지 않고 더 우수한 면이 많지만 공연만을 두고 본다면 많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인적구성과 그 규모가 대단하다. 우리는 어디서 이런 기예를 가르칠까?

션윈 공연과는 관련이 없지만 십 수 년 전에 서안을 여행하고 당 현종이 사랑한 양귀비가 목욕을 했다는 화청지를 찾았다. 그 옆 호텔에서 붉은 병에 노란 글씨가 선명한 서봉주 중의 ‘성세진장주’를 맛보고는 그 빈 병을 사진 찍어 내 SNS의 인물(?)사진으로 쓰고 있다. 양귀비의 모습을 본 뜬 병은 허리가 풍만해 보이는데 마개는 쪽진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 허리가 잘록한 코카콜라 병과는 대비된다. 나는 이백의 기분으로 떠오르는 시상을 억누르며 저녁 무렵에 화청지 앞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보는데, 그만 압도되고 말았다. 앞산에 어둠이 내려앉자 시작한 공연은 몇 개의 다른 무대가 오르내리고 분수처럼 치솟는 물이 워터스크린이 되어 레이저 빔으로 장식한다. 하늘을 날고 분수위로 솟아오르고...... 진수(眞髓)는 다른 데에 있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앞산에 가설한 전등이 하늘의 별님이고 산마루에 세워둔 광고판의 달이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다시 그믐달로 바뀔 즈음에 천지에 어둠이 짙게 깔리며 극은 끝이 났다.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를 각색한 것이라고 들었다.

 

우리는 어디서 이런 기예를 가르칠까?

 

이번 내한 공연에서 션윈은 19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공산당이 독재를 하기 전의 중국 역사에 있었던 많은 국가들과 소수민족들의 전통을 골라 선을 보이고 있다. 나는 그 중 ‘서생의 감회’를 보면서 극중에 나온 시를 메모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수년간 학문을 연마한 서생들이 시를 지어 발표하는데 마지막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애를 태운다. 그런데 큰 힘이 바위에 爲民解疾苦(위민해질고)라는 글귀를 새겨놓고 사라진다. 이는 “자기가 배운 것으로 만백성을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리라”하는 종장이며 결론이다. 정치를 하는 것이 이런 목적이지 않은가? ‘解’자는 해결(解決)하다는 뜻이 있고 또 화목하다, 깨닫는다는 뜻도 있다.

션윈은 중국 고전무용의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서 살렸다. 2016년에 미국 특허를 받기도 한 대형 3D 애니메이션 스크린 기술로 관객들에게 시공을 초월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공연이 시작되니 스크린과 무대가 보인다. “무용수가 있는데 스크린이 왜 있는 거지?” 싶었는데 스크린에서 날아오던 사람이 무대로 툭 떨어진다. 무대에 있던 사람이 화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혼을 빼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특허를 받았단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스크린과 무대 사이에 사람이 들고 날 공간을 두고 드나드는 것 같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이다. 무대 바로 앞, 아래에는 오케스트라가 자리 잡았는데 얼후와 공, 비파 같은 고대 중국의 전통악기로 신식 악기와 협주한다. 공은 우리의 징과 비슷해서 막간이나 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데 딱이다.

그래서 ‘눈’뿐 아니라 ‘귀’도 즐겁게 한다. 션윈 공연의 감동을 배가하는 주인공은 전속 오케스트라다. 션윈의 모든 음악 작품은 동·서양의 음악적 전통을 완벽하게 결합하고 있다. 서양식 풀 사이즈 오케스트라를 기본으로 중국 전통악기의 독특한 음색을 더했다. 중국 고대로부터 전해진 심금을 울리는 선율이 서양 교향악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션윈 오케스트라 음악은 클래식 음악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융합이라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셈과 여림, 빠름과 느림. 이 모두가 대비고 조화다.

싸지도 않은 이번 공연을 보고는 흐뭇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불만과 악평이 있었다. 사람들의 느낌은 제각각이기에 그렇다고 치자. 파룬궁이라는 이상한 종교를 소개하고 전파하더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의 현대 사회 속에서 ‘션윈’은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밝고 활기차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션윈’의 모든 예술가는 ‘순선·순미(純善·純美)’의 가치를 전파하는 파룬따파(法輪大法) 수련인으로서 진·선·인(眞·善·忍)을 각인하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가치관, 자신에 대해 엄격함으로 예술을 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파룬궁에 대한 박해는 공포수준이다.

1949년에 집권한 중국 공산당은 전통문화가 당의 절대적 지배력을 위협하는 사상이라고 보았다. 무신론을 주창한 문화대혁명으로 전통의 가치관과 오랜 문명을 대규모로 말살했다. 조직적으로 전통적 믿음 체계를 뿌리째 흔들었고 옛 유물들을 파괴하였다. ‘션윈’이 세계적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자 중국 공산당은 공연을 음해하고, 극장에 공연을 취소하라는 협박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옳은 일을 바르게 하려는 것을 어찌 막겠는가? BTS나 오징어게임 같은 한류가 있지만 내내 어찌하면 션윈과 같은 콘텐츠와 문화자산을 가지려나 싶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