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지구별 여행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지구별 여행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04.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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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과거와 현대를 이어서 살아가는 도시, 밀라노

긴 코로나 시대가 슬슬 끝이 나려는가? 필자의 올 해외여행 첫 방문지는 이탈리아다. 그중에 이탈리아반도 북서부에 있는 밀라노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여행기의 감동을 담아내려고 한다.

밀라노는 19C부터 공업이 발달했었기에 직조 가공기술이 유명했다. 농업과 관광업이 주 수입원인 남부도시에 비해 상업이 활발하고 일찌감치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는데 뉴욕 런던 파리와 함께 세계 4대 컬렉션, 밀라노 패션위크가 개최되는 도시이다. 명품과 패션의 도시답게 패션 애호가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기에 눈이 호강한다. 세계 유명 명품 업체뿐 아니라 중앙주식시장과 주요은행의 본점 구글 라이코스 야후 등의 대기업의 본사와 지사가 폭발적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이탈리아의 수도역할을 하는 곳이 로마가 아닌 밀라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도시인구의 15% 이상이 외국인인 다국적 도시이기도 하기에 매우 독창적인 국제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파리지엥이나 뉴요커를 부르듯 밀라노사람들을 밀라네제(Milanese)라고 개성있게 부른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대성당앞 성 소수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패션의 도시답게 궐기대회를 하는 그들의 차림이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필자의 가족은 AC밀란 팬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축구선수 몇몇을 발음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그들의 사는 모습은 뭔가 생동감이 가득했다. 밀라노는 여러 색과 기운으로 뒤덮여있고 전 세계 여행객들이 도시의 개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총천연색으로 발현되는 밀라노는 개성 가득 도시 전체가 명품인 셈이다.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과 갈릴레아(Galleria),라 스칼라

밀라노의 가장 큰 건축물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 앞에서 필자는 말을 잃었다. 두오모는 이탈리아어로 성당이라는 뜻이며 라틴어 domus에서 유래되었다. 높은 하늘에 우뚝 솟아있는 밀라노 대성당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넘어 숙연함마저 들게 했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으며 높이 157m 넓이 92m로 세계 4번째 큰 고딕 양식의 대성당으로 완공까지 6백여 년이 걸렸다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곳에 대리석을 날랐을까? 고딕 양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섬세한 작고 귀한 조각들이 건축물을 휘감고 있다. 날씨 좋은 날 옥상으로 올라가면 알프스산맥까지 볼 수 있다.

건물 사이를 천장으로 잇는 보행자를 위한 길은 ‘갈릴레아’로 부른다. 대성당 주변으로 갈릴레아가 유독 많은데 여러 상점과 식당들의 가격은 매우 사악한 편이다. 두오모 광장과 연결된 라 스칼라극장이 있다. 세계 최대규모의 오페라극장이며 연주 소리가 잘 퍼지는 구조로 만들어졌단다. 매일 오페라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건축물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많은 성악가의 로망이 되는 곳. 과거 연주자들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박물관 미술관의 기능으로도 훌륭하다.

화려한 예술작품과 건축양식이 가득한 곳

15세기 영주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명령으로 짓기 시작한 스포르체스코성은 당시 건축의 천재로 불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브라만테들의 참여로 완공이 되었다. 비스콘티가의 큰 성이었지만 지금은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이곳은 세계적인 작품들과 걸작을 소장하고 있는데 대표작으로 미켈란젤로가 임종하기 3일 전까지 작업한 ‘런다니니의 피에타’ 대리석상과 함께 벨리니의‘성모자’등 여행객들을 사로잡는 예술작품이 곳곳에 가득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도미니쿠스 수도원 식당에 그려놓은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품 ‘최후의 만찬’도 만날 수 있는 밀라노. 과거의 화려함을 현대의 다이나믹함으로 잘 이어가고 있는 곳. 다시 가서 천천히 역사를 알아가고 싶은 곳이다. 눈을 뗄 수 없는 건축 양식들이 밀라노 시내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와 문화예술의 실제적 수도 밀라노. 필자가 느낀 밀라노는 가장 과거적이며 가장 현대적이었다. 역사와 과거의 양분을 그대로 간직하며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도시. 거리마다 생동감있게 살아가는 밀라네제를 만났다. 우리도 그들 못지않은 역사와 과거를 지니고 있다. 뭔가 생각할 거리를 가득 안고 돌아온 밀라노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