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갈비, 수사돈께 갖다드려라!"
"암소갈비, 수사돈께 갖다드려라!"
  • 홍윤경
  • 승인 2010.02.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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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급한 표현이 표준어라니?

외모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슷해 지난 10여 년 동안 방송출연을 못하고 참기름 장사로 생계를 잇던 연기자 박용식 씨는 최근 의정부지법 가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4일을 법원에 나가 봉사하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200여건의 이혼 조정사건에 참여했다. 얼굴이 알려진 그를 친근하게 여긴 당사자들이 속마음을 쉽게 털어 놓는다고 한다.

시아버지의‘암사돈’, ‘수사돈’이라는 표현으로 며느리가 모멸감을 느낀 것이 발단이 된 이혼소송 사건이 있었는데 우리말의 여러 표현에 익숙한 그가 이 말이 비속어가 아닌 표준어임을 알려줘 되돌려 보낸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저급한 표현이 표준어라니? 우리의 문화와 언어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나는 선조들의 의식과 품격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혼하려고까지 했던 며느리가 암사돈이라는 말이 표준어라는 걸 알고 미안해하며 돌아가 ‘내가 무지했노라’고 사과하고 잘 살았다고 하면 다행이다. 그러나 요즘은 애완견에게도 그런 식의 표현은 하지 않는다. “이놈이 암캐냐 수캐냐?”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애견주인들이 불쾌해 하기 때문에 “얘가 여자냐 남자냐?”라고 묻는다.

시댁에 다니러 왔다가 친정에 가는 며느리에게 암사돈께 안부를 전하라고 한다면 듣는 며느리의 기분이 어떨까?

한글 연구가 최영훈은 우리말에는 사람에게 사용할 용어와 동물에게 사용해야 될 용어가 다르다며 “며느리 쪽 사돈이든 사위 쪽 사돈이든 ‘안사돈’또는 ‘밖사돈’으로 사용해야 한다.

암사돈이니 수사돈이니 그런 해괴한 말을 쓰려면 동물우리로 기어 들어가야 한다. 신촌출(新村出, 신무라 이즈루)이 엮은 <<광사원>>(廣辭苑 일본말 백과사전)을 베껴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우리말대사전>을 만든 이희승의 죄가 크다”고 했다.

암사돈, 수사돈 같이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 표준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일본어 사전을 그대로 베낀 이희승의 우매함과 친일행각 때문인 것이다. 친일이란 나와는 거리가 먼 옛날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반세기 이전의 친일이 현재의 내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숙연해졌다.

그러나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표준어인가 아닌 가 따지기 이전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듣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 아닐까.

신사임당 백일장 장원
수필가, 에세이플러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