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1세대 불교미술 작가가 본 ‘한국 불교미술계’
[신간]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1세대 불교미술 작가가 본 ‘한국 불교미술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27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 손문일 작가 공동 집필
‘시대정신 따른 창조적 불교 미술 운동’ 필요
일랑 이종상 선생 고언, 집필 동력 돼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손연칠ㆍ손문일 지음/뿌쉬낀하우스 펴냄/ 25,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불교미술 현장을 직접 찾고, 불교미술이 존재하고 있는 한 시대의 정신을 담아 불교 미술사를 정리한 책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손연칠ㆍ손문일 지음/뿌쉬낀하우스 펴냄/ 25,000원)이 출간됐다. 저자 손연칠은 저서를 통해 미술의 생명력을 ‘시대정신’으로 보고 불교미술의 가치와 목적성에 대해 논한다. 또한, 그동안 우리 불교계의 미술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미래지향점을 제시하면서 미술계의 관심과 경각심을 촉구한다.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은 <Ⅰ. 한국 근ㆍ현대 불교미술>로 시작해, <Ⅱ. 일본의 근ㆍ현대 불교미술>, <Ⅲ. 중국의 미술정책과 미술교육>, <Ⅳ일본, 중국의 미술교육과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차별점>, <Ⅴ.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의 부흥>, <Ⅵ. 조사 진영> 순으로 구성됐다.

최근 불교 신자들의 감소로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위기를 겪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불교는 따분한 종교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계에서는 이런 변화된 현실을 따라가거나, 불교의 위기를 타개할 고민이 미약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불교 미술’을 통해 현 상황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가장 쉽게 다가오는 것이 미술 영역이다. 불교미술의 목적은 시대에 따라 포교와 교화에 적합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원들은 그동안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구시대 미술에 안주함으로써 이 시대의 불교미술은 현대미술사에서 이미 도태된 지 오래 일 뿐만 아니라 젊은 신세대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갈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 불교 미술에서 변화가 없다면, 역사 속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 본 것이다.

저자는 한국 불교미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도로, 이 책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근, 현대에서 시대정신을 담보한 불교미술을 조사해 실으면서 ‘불교미술’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한다. 그리고 불교미술 작가인 자신의 시선으로 한국 불교미술의 문제점도 짚어본다.

▲김영중. 동국대학교 여래입불상. 1964/ 작가는 젊은이들이 숨쉬는 교정답게움직이는 불상을 만들려고 했으나 끝내 뜻을 못이룬 비화가 있다. (사진=손연칠 작가 제공)

저자는 한국 불교 최초의 불상으로 ‘법주사 미륵대불’ 을 꼽는다. 회화로는 ‘의곡사 괘불탱’과 ‘부인사 선덕여왕초상’ 벽화가 있었고 ‘흥천사 감로탱’도 있다. 이때가 1938~1939년, 같은 해에 법주사와 의곡사, 부인사, 흥천사의 4곳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이 때의 불교미술 작가들은 모두 일본에서 전통 불교미술에 대해 공부했거나 이들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저자는 이 시기가 한국 근대 불교미술의 역사가 바뀌는 최초의 순간들이라고 짚는다.

이후 8년이 지난 1947년 ‘수덕사 만공탑’이 조성되고, 또 12년이 지나 ‘호미 든 관음상’, 다시 5년 후에 ‘동국대 입불상’이 세워진다. 저자는 1939년 이후 불교 미술 80여 년의 역사를 짚으면서, 기나긴 세월동안 시대정신에 따른 창의성이 깃든 불사는 겨우 20여 곳에 불과하다는 심각성을 언급한다.

저자는 한국 불교미술에 ‘시대정신에 따른 창조적 미술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서문을 통해 저자는 “불교미술 역시 시대 정신에 따라 독자적인 창의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그 가치를 분별하여 냉혹하게 판단하게 된다. 필자는 불교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에서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목표와 '창작의 가치와 생명력'을 교육받은 1세대 작가로서, 50여 년 동안 불교미술의 현장에서 겪은 '현실적 한계'를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불교 미술에는 일반 화단처럼 수요와 소비의 매개를 담당하는 역할의 '화랑 같은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창의성을 앞세운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라며 한국 불교미술이 처해있는 작가적, 환경적 고민을 드러냈다.

▲이종상. 수원 영통성당. 2008/ 동판 바탕에 유약과 금박을 바르고 가마에서 구어냈다. 주위의 목제 바탕색과 조화된 금박의 황금빛이 마치 불교의 화엄장 세계를 나타낸 듯 찬연하다. (사진=손연칠 작가 제공)

이런 문제 제기 이후,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과 중국의 근ㆍ현대 불교미술에서 대안점을 찾아보고, 한국 미술 교육의 개선점 또한 찾는다. 한국 교회미술에서 시도했던 창조적 변화도 살펴보며 저자는 다양한 시각의 개선점을 제안한다. 끝에서는 ‘한국의 조사 진영과 초상화 기법’ 챕터로 미술의 기법적 영역까지 다뤄본다. 멈추지 않고 미래를 향한 시도를 책 속에 가득 담아냈다.

저자는 이번 책을 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의 스승인 일랑 이종상 선생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은 한국 가톨릭 미술의 현장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선두적으로 실천해 온 일랑 이종상 선생이 평소 필자에게 당부한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에 대한 고언에 따라 기획되었고, 그때마다 느낀 책무감과 사명감 이 이 글을 쓰게 된 용기와 동기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일본 오사카 골불사의 일주문과 역사상. 건축과 조각의 현대적 상징성이 잘 조화되고 있다. 불교미술 전공학생들과 반드시 들리는 답사코스이다. (사진=손연칠 작가 제공)

한국 불교와 한국 불교미술계가 처한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고, 그 상황의 면면을 세밀하게 조사해 제작된 책 「불교미술의 시대정신」은 현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조언과 의지가 담겨있다. 저자는 “우리 역사상 문화의 꽃이 가장 활짝 피었던 통일신라시대의 석굴암이나 반가사유상, 성덕대왕신종에서 드러나는 우리 민족의 우월성 같은 영예로움을 되찾아가는 길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에서부터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저자가 품었던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