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에서 배우기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에서 배우기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3.05.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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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영국 런던의 템즈강 위를 가로지르는 9개 교량의 조명개선 프로젝트 일루미네이티드 리버는 설치예술 프로젝트로 불린다. 세계 최대의, 최장 기간에 걸쳐 완성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조명을 디자인하고 교체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과 관리하는 비용, 전기세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모든 프로젝트 예산을 민간의 모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 도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개의 교량이 하나의 컨셉 아래 통합적으로 계획된다는 것과 사회기반시설인 교량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 그래서 아티스트가 디렉팅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롭다.

2019년 4개의 다리가 새로운 조명으로 재탄생하였고 2021년에 5개의 다리가 불을 켜면서 템즈강은 새로운 이미지의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런던은 예술 도시로 재평가되어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렇게 템즈강이 밝아지면서 동시에 템즈강의 생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처음 4개의 다리에 조명을 설치하던 시기에 이집트 기러기가 캐논 스트리트 브릿지 교각 아래에 둥지를 튼 것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를 하면서 최초로 템즈강 위 그리고 주변에 대한 빛환경조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생태, 환경에 대해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영국에서 이러한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되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교량마다 주변 빛환경이 달라 각 교량의 적정한 -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 밝기 기준을 찾아내기 위하여 실시한 조사에서 기존 교량의 조명이 지나치게 밝고, 비추어야 할 곳을 벗어나 강을 향해 빛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이러한 교량 자체의 조명 뿐 아니라 강변의 도로를 비추는 가로등과 강 주변의 업무용 혹은 상업용 건축물로부터 나오는 빛 역시 강의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의 밝기로 빛공해를 유발하고 있어 일루미네이티드리버 팀은 프로젝트를 통하여 적정한 밝기를 찾아 주변의 빛을 정돈하고 밤새 점등되어 있던 교량의 조명을 교통량이 거의 없는 새벽2시를 소등시간으로 지정하여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는 한편, 정교한 조명기구를 설치하여 빛이 필요한 곳만 비추는 등 빛공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하니 정온하게 달라진 템즈강을 마주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아름다운 템즈강의 야경이 완성되어 가면서 예술과 문화가 있는 밤의 도시로 재탄생하려던 런던시는 런던 전체의 조명 환경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공공조명에 의해 낭비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내 중심부 몇몇 곳은 지구별로 범죄예방을 위한 밝기 가이드 정도가 있을 뿐 도시의 경관을 고려한 전략적인 마스터플래닝은 없어 가로등, 보행등은 지나치게 밝고,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어둠 속에 믇힌 채 민간의 상업건물들에서 경쟁적으로 내뿜는 밝기에 주변의 자연까지 위협받고 있어 이어 대한 포괄적인 계획의 필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향후 런던의 야간경관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을 대표하는 한강의 상징성과 경관적 가치가 지금처럼 자주 이야기 된 적이 있었나 싶다. 작년에 발표한 서울플랜2040에서 이미 한강 주변이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을 예고한 바 있고 올해 3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 발표에서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놀라운 변화가 제시되었다. 정말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라는 의구심이 들던 차에 지난 주말에는 잠수교에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려 잠수교 주변의 한강 야경이 그리고 반포대교의 무지개분수의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었다. 주말 행사 준비를 위해 잠수교의 차량통제는 물론이고 이에 따른 여파로 반포대교 주변의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 분명하고 명품 브랜드에 대한 특혜, 위화감 등등 시민들의 다양한 원망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과감히 이러한 행사를 승인한데에는 서울을 문화, 예술의 도시로 세계에 선보이려는 큰 그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 
생태계·환경 문제 집중해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첫 번째 전략으로 꼽고 있다.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형 호안으로 바꾸고 생태공원을 확대하고 재정비하는 등 한강 서식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 생물의 서식지를 복원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가겠다고 한다. 도시의 상징경관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또 그것의 가치를 강조하고 안전한 활용을 위한 조명을 계획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이 생태계, 환경의 문제이기에 그레이트 한강 뒤에 오는 그레이트 선셋이 우려되는 것이다.

도시의 조명을 게획하다보면 ‘나무들도 밤에 자야 한다’, ‘맹꽁이에게 빛은 아무리 적어도 치명적이다’,‘철새들이 도시의 불빛 때문에 돌아오는 길을 못찾는다’ 등등의 공격을 수도 없이 받는다. 그러나 일루미네이티드 리버의 사례와 같이 템즈 강에 사는 동식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명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 동, 식물 학자, 생태전문가와 협업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두우면 범죄에 노출되거나 안전한 보행이 어려울 수 있는 도시에 살아 낮 만큼 밤의 삶이 중요하다. 때문에 자연성이 회복된 매력적인 한강변을 만들려면 자연과 사람, 서로에게 가장 덜 피해를 주는 경계를 찾아내기 위해 생태전문가, 동,식물 학자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강의 생태계에 대한 가장 최근의 조사연구는 2017년으로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고 한강이 새로운 가치와 상징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에 다시 확장된 조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단순히 서식지, 서식종의 파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태 습성- 특히 빛에 대한 -을 담아 그 자료를 바탕으로 덜 해를 끼치는 조명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예를 들어, 생장이나 산란에 민감한 시기에는 아주 낮은 밝기로 비추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한껏 빛을 올려 활기찬 한강의 모습을 세계에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에너지 절감이나 빛공해 방지에 있어서 세계 어느 도시보다 앞선 기준과 정책을 갖고 있는 빛의 선진 도시 서울은 스마트 조명을 이용하여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한강의 야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