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대구의 중요성Ⅰ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대구의 중요성Ⅰ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승인 2023.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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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미술평론가
▲윤진섭 미술평론가

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대구는 일찍부터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1974년에 창설된 [대구현대미술제]가 그 중심 역할을 했다. 이제 수성아트피아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을 함으로써, 대구 현대미술의 중심축을 다시 세우고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한 웅비를 시작하려 한다. 다 함께 축하할 일이다.

수성아트피아는 그 첫 사업으로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 특별전-현대미술·빛을 찾아서]전을 세상에 내놓는다. 대구 출신의 작가 곽훈, 남춘모, 이명미, 이배, 최병소 등 이번 특별전에 초대된 60대 이상의 중진·원로 작가들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대구 미술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면서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을 견인해 온 개척자들이다.

이들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이번 재개관전을 통해 되돌아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나날이 깊어 가는 국제화 시대의 경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대구가 다시 한국미술의 ‘메카’로 재부상하느냐 하는 시대적 과제에 두어진다. 말하자면 현대미술의 발신 기지로서 대구의 위상과 역할을 점검 내지는 재정비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세계에 대구의 우수한 미술 인재들을 송출하는 중차대한 소임을 떠맡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단기적 전략을 수립하여 일로(一路)매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수성아트피아의 주관처인 수성구에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는 문화예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이다. 무릇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겉으로 보면 다른 분야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가장 느리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행정의 입장에서는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은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돌파한 오늘날 가장 부가가치가 큰 분야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배부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찾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인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의 의식과 행태가 과연 그러한가 하고 의문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고로 문화예술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잦아들어 내면화되려면, 시민 스스로가 양질의 문화적 욕구를 생활 속에서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성아트피아가 주민들에게 능동적으로 접근하여 잠재된 예술 향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현대 시민사회에서 요구되는 교양과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수성구는 선진적인 행정을 펼쳐나가야 할 줄 믿는다. 이것이 바로 수성아트피아에 거는 기대이다.

둘째는 우수한 전문인력의 확보이다.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사고를 지닌 전시기획 분야의 전문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점점 더 심화되는 문화예술의 시대에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을 당부한다. 우수한 인재가 확보되고 안정감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예와 전시는 기존의 행정 시스템이나 제도, 즉 임기제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확보됐다고 하더라도 가령 2.2.1 같은 현행 임기제 아래서는 유능한 관장이나 학예직 인력이 견뎌내기 어렵다. 소위 예술과 정치의 상관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말함인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 바라며, 합리적이며 실제적인 대안 모색이 요구된다.

셋째는 충분한 전시기획 예산의 배정이다. 아무리 전투에 능한 훈련된 군사라도 실탄이 없으면 현대전에서는 무력하다. 따라서 대구가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전진기지로서 수성아트피아가 자리 잡아가길 원한다면 그에 따른 충분한 기획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거기에 부응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게 경제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

Ⅱ.

이번 전시에 초대된 5인의 작가들은 한국 현대미술계의 중추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이다. 곽훈, 남춘모, 이명미, 이배, 최병소 등 5인은 1974년에 창설돼 79년까지 지속된 [대구현대미술제]에 직접 참여했거나 겪은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모든 문화예술이 서울에 집중된 당시의 문화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현대미술사상 최초로 지역의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내기 시작한 ‘문화게릴라들’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