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 당신의 삶은 춤이다
[Human Library] 당신의 삶은 춤이다
  • 독립기획자 배근희
  • 승인 2023.05.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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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무용’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 주제가 너무 어려운가요?

그렇다면 ‘움직임’은 어떨까요? 이것도 너무 크게 다가오시나요? 그렇담, 이건 어떨까요.

우리의 ‘몸’.

이 ‘몸’에 대한 움직임과 춤 그리고 무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의 원초적인 본능 ‘움직임’에 대하여

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무용을 너무나도 어렵고, 생소하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한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춤을 춰왔고, 춤으로 대학까지 갔던 나로서는 이만큼 재미있고 다양한 사유를 가능케 하는 예술이 없는데, 그리고 ‘몸’과 ‘움직임’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이자 나를 나타내는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언어인데 왜 사람들에겐 그렇게 어려운걸까? 그래서 나는 오늘 ‘여러분이 무용에 대해 몰랐을 사실 하나’를 얘기하며 동시에 ‘무용의 묘미’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보고자 한다.

▲<춤, 말하는 몸> 서해문집 출판/ 이 도서는 춤에 대해 포괄적이고 관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움직임’에 대해 가장 잘 정리해놓은 책이라서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사진=예술도서관/독립기획자 배근희 제공)

1. 당신이 몰랐던 사실

무용 관련 도서, <춤, 말하는 몸>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움직임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떠한 움직임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 춤은 우리의 ‘움직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다 ‘무음의 춤’이었던 것이다. 즉, 당신은 이미 지금까지도 춤을 추고 있었고,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춤을 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놀랍지 않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모두가 한 명의 귀한 무용수들이었다는 사실이.

2. 무용의 묘미에 대하여

“춤은 아주 솔직한 우리 몸의 언어이다.”

우리는 분노, 슬픔, 기쁨과 설렘, 걱정, 불안, 벅찬 감동 등등의 각기 다른 감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반응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춤은 그 사람을 드러내는 도구이고, 말 한마디 없이도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으며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가장 진실성 있는 예술이다. 말로는 충분히 거짓말을 꾸며낼 수 있지만, 우리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 심지어 눈동자의 떨림은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존재들과 춤으로써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다.

“춤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다. 매우 공평한 예술이다.”

실제로 장애인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한국 사례, 그리고 나이를 불문하고 춤에 도전하는 사례들을 한국에서도 심심하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안(安)심(心)땐스’ - 안은미

▲ 청인과 농인들이 함께 모여 스트릿댄스를 즐기는 단체 - 핸드스피크

▲ 휠체어 위에서 현란한 댄스스포츠를 즐기는 팀 - 울주군청팀

▲ 지하철 청소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댄스 다큐, <춤, 바람입니다> - 예효승 현대무용가

그럼 춤을 추는 것 말고, 보는 것은 어떨까?

▲ BTS의 ‘Permission To Dance’ 곡의 수화 안무 – 전 세계의 많은 청각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사례들이 굉장히 많다,

▲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타임즈> - 귀를 막고 봤었는데도 흐름의 이해가 가능했다.

▲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혼자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시부야의 ‘엔 댄스 스튜디오’에서 현지 댄서분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난 당연히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했고 학원도 번역기를 돌려서 겨우 정보를 얻어냈던 사람이었지만 댄서님께서 수업하시는 1시간동안 못 알아들은 동작들이 없었다. 오직 그 사람의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내가 듣고 느끼는 노래의 감정을 나만의 표정으로 표현하니 전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춤은 현 시대의 ‘젠더프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예술이다.”

▲ 루즈한 옷을 입고 야성미를 보여주는 여성들의 크럼프

▲ 한국의 브레이킹 댄서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댄서 ‘예리’

▲ 기존의 ‘여성의 것’을 나타냈던 높은 하이힐, 긴머리 가발, 곡선미를 드러내는 딱 붙는 의상을 더 이상 여성만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남성도 입고 춤을 추는 대표적인 장르 ‘왁킹’과‘보깅’ 등등.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댄스씬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바로 ‘자연스럽고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리스펙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꽁꽁 감추며 모든 이들을 경계하며 살아야하고, 태어남과 동시에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까지 ‘안돼. 하지마’, ‘수업시간에 떠들지마’, ‘마스크 벗지마’, ‘옆 사람과 대화하지마’ 등의 ‘NO’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춤은 진정한 자유를 선사해준다.

억압과 한계의 시대 아래에서도 꾸준하게 자유와 존중의 새싹을 키워왔던 ‘춤’은 미래의 우리들에게 다가올 ‘취향시대’에 가장 꽃을 피우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사회의 유리천장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평등함을 찾아 춤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인 ‘춤’이 가져다줄 바람은 어떤 색이며 어떤 향기이고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지 않는가?

더 이상 춤은 어렵고 생소한 것이 아닌,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나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동시대의 수단이자, 한 분야에 대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위대한 예술이라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글을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시 여러분들에게 던지겠다.

“ ‘춤’은 과연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