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근대 이후 한국화의 시선 찾아
MMCA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근대 이후 한국화의 시선 찾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5.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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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과천관, 2024년 2월 12일까지
시대적 흐름 따라 한국화 조명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동산방화랑의 설립자 故동산 박주환의 작품이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은 MMCA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지난 18일부터 2024년 2월 1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21년~2022년, 2회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작품 209점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허백련(1891-1977), 월매(月梅), 연도미상, 종이에 먹, 10폭 병풍, 128x38.5cm(8), 128x27.5cm(2), 병풍 205x390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사진=MMCA 제공)

동산방화랑 설립자 고(故) 동산 박주환(1929-2020) 대표가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現 동산방화랑 대표)이 기증한 ‘동산 박주환 컬렉션’은 한국화 154점을 포함한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 등 총 209점으로 구성돼 있다. 동산방화랑은 1974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개관한 한국화 전문 화랑이다.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인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화 소장품 수는 총 1,542점이 돼, 기존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전시는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에서 ‘동녘’의 의미는 기증자의 호인 ‘동산(東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해가 떠오르는 이상향의 자연을 상징한다. 또한, 근대 이래 한국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의 세계와 비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 주제를 관통한다.

▲정은영(1930-1990), 모란과 나비, 1980년대 전반, 종이에 색, 66×62.3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정은영(1930-1990), 모란과 나비, 1980년대 전반, 종이에 색, 66×62.3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사진=MMCA 제공)

전시에는 사진사이자 사군자 화가로서 한국 근대미술의 미적 가치를 탐구한 김규진(1868~1933)부터 현대인의 삶을 수묵으로 표출하는 유근택(1965~)에 이르기까지 작가 57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크게 네 개의 주제와 ‘생활과 그림’이라는 한 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1부 ‘신구화도(新舊畵道): 옛 그림을 연구하여 새 그림을 그리다’에서는 서화연구회를 설립하여 그림 교육을 실천한 김규진과 독립운동가이자 사군자 화가인 김진우의 묵죽화를 통해 서화(書畵)의 대중화를 표방했던 당시 화단의 시대적 흐름을 짚어본다. 남종화단의 명맥을 이은 허백련과 더불어 김은호, 이상범, 박승무, 이용우, 최우석 등의 작품이 공개된다.

▲2부 ‘한국 그림의 실경(實景)’에서는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이래 한국전쟁(1950~1953)을 거치는 시기를 다룬다. 시대적 격동 속에서 전통 화단의 계보를 잇고 한국 회화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노력했던 작가들을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손재형의 사군자화와 이응노, 허건, 배렴, 정종여, 장우성, 김기창, 김옥진 등의 산수화와 화훼화 등은 앞선 세대의 화가들이 이루어 놓은 예술적 기반을 토대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한 작품을 주목해볼만 하다.

▲이영찬(1935- ), 구미정(九美亭), 1992, 종이에 먹, 색, 66.2×113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이영찬(1935- ), 구미정(九美亭), 1992, 종이에 먹, 색, 66.2×113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사진=MMCA 제공)

▲3부 ‘전통적 소재와 새로운 표현’에서는 국내 미술대학에서 수학하고 1960년대 이후 전통회화기법에 과감한 조형실험을 시도해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작가들을 선보인다. 전통 소재의 현대적 해석과 표현을 시도했던 장운상, 박노수, 서세옥, 송영방, 이규선과 현장 사생(寫生)을 토대로 실경산수화의 현대적 면모를 실험했던 오용길, 이열모, 이인실, 이영찬, 김동수, 송영방, 이종상, 임송희와 더불어 수묵의 가능성을 종이 위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송수남, 이철량, 하태진, 이종상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4부 ‘중도의 세계: 오늘의 표정’에서는 전통 수묵화 매체의 근간인 ‘지ㆍ필ㆍ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 세계를 펼친 작가들을 소개해본다. 강경구, 석철주, 김호득, 유근택의 작품에서 포착할 수 있는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이왈종, 임효, 류민자, 김영주, 신명범, 김근중의 작품에서 보이는 전통적 상징성과 조형성 그리고 장상의, 송수련, 박석호, 이항성, 석란희의 화면에서 구현된 자연에 대한 관조적 심상 등을 볼 수 있다.

▲유근택(1965- ), 산책, 2007, 종이에 먹, 색, 108×98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사진=MMCA 제공)

마지막 소주제 공간인 ▲에필로그: 생활과 그림에서는 그림을 통해 화가들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며 삶의 세계를 투영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전시실 밖 회랑 공간에서는 동산방 표구(1961~)와 동산방화랑(1974~)이 걸어온 발자취를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조명한다. 아카이브에서 표구 디자인 개발 등으로 한국화가들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한 동산방 표구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근 50년 역사의 한국화 전문 화랑의 수장이 수집한 작품의 기증으로 미술관 한국화 연구 기반의 확장과 함께 국내 수집가들의 기증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