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서 담은, 너와 나의 근본 돌아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영원한 새로움’과 ‘영원한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추상적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박영하(朴永夏, 1954-)의 개인전 《박영하: 내일의 너》가 학고재 신관에서 오는 6월 17일까지 개최된다.
박영하 작가는 1980년대부터 신추상표현주의 회화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화단을 이끌어왔던 중진 작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호주 시드니 애넌데일 갤러리와 일하면서 구미, 아시아를 오가며 자기 회화를 알려왔다. 박영하는 지난 2022년 학고재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박영하는 시인 박두진(朴斗鎭, 1916-1998)의 삼남이다. 박 시인은 박영하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로 작업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해야 솟아라…”로 유명한 시인 박두진이 아들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를 던진 속 뜻에는 영원히 새롭게 작업하라는 의미가 담긴 듯 하다.
박 작가는 수십 년간 같은 주제로 추상화를 그려왔다. 그는 “(아버지께서)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주지는 않았다”라며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내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존재로서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기 위해 이 화두를 그림으로 옮긴다”라고 부친의 화두를 해석했다.
박 작가는 회화로써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다룬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의 생생함보다 이미지가 있는 듯 없는 듯한 현미무간(顯微無間)의 세계를 화면에 펼친다. 우리가 보는 자연대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면서 또한 내 마음에 비춘 영상이기도 하다. 박 작가의 질박한 회화는 우리 정서를 대변하며, 회화적 회화(painterly painting)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묻는 근원적 질문이다. 우리는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전문지식 대신 작가가 던지는 나와 너에 대한 근본을 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