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층위 전시, 장소특정프로젝트ㆍ관람객 참여게임
발전을 경험한 ‘한국’이 전하는 경고이자 예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계속 질문만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제 18회 건축전 한국관의 태도다. 지난 달 열린, 제 18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전시계획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던 질의는 ‘올해 한국관의 전시가 과연 ‘건축전’에 부합하는 전시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기후 위기 인류 멸망 시나리오 앞에서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만을 하는 태도가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위원장 정병국)가 커미셔너를 맡고, 박경, 정소익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준비된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 18회 건축전 한국관 전시 《2086: 우리는 어떻게?》가 지난 18일 베니스 현지에서 개막했다. 한국에서 이뤄졌던 전시발표회에서 정 예술감독은 베니스 현지에 구현될 전시에선 물성의 측면이 드러나고, 설명으로 잘 전달되지 않은 전시 기획 방향성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베니스 현지에서 개막한 전시에선, 정 예술감독이 언급한 그 방향성이 드러나 있었다.
다수의 선진국과 더불어 한국은 고속 성장의 길을 달려왔다. 그 결과,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부와 소비, 기술, 이동의 편리를 누리며 살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팬데믹을 겪고, 환경 붕괴와 인류 멸종 시나리오까지 마주하게 됐다. 우리는 왜 여전히 부족하고, 불안정한 것일까? 올해 한국관의 전시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2086: 우리는 어떻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의 ‘선택’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과 마주하고 있는 모든 위기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온 선택의 결과임을 지적한다.
박경, 정소익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인류가 택해왔고, 유지해왔던 ‘예측가능성’의 태도를 멈출 때가 됐다고 말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는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한국 사회 앞에선 이제 ‘발전’보다 ‘생존’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짚는다.
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 예술 감독의 답은 ‘물음표’다.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2086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묻고, 우리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스스로 생각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고, 현 인류에겐 선택의 기회만이 주어져있다.
<Together How> 게임, ‘선택’이 결과일 것
전시는 두 가지 층위로 구성돼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 특정 프로젝트 ‘네 개의 미래 공동체 프로젝트’가 전시되고, 전시장 중앙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Together How> 게임이 운영된다. 장소 특정 프로젝트는 방문자의 관람을 목적으로 한다면, <Together How> 게임은 방문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목적으로 한다. ‘네 개의 미래 공동체 프로젝트’는 동인천, 군산, 경기도 마을에서 진행됐고, 미래 시나리오 프로젝트 1개는 세 개의 장소특정프로젝트를 아울러 제작됐다.
관람객은 한국관에 들어서면, 먼저 4개의 장소특정 프로젝트 전시물을 관람하고 마지막으로 전시장 안내자에 따라 <Together How>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게임은 TV 퀴즈쇼의 형식을 표방하며, 멀티비전 영상 속 진행자가 던지는 7개 질문에 답하는 11분짜리 세션으로 구성돼 있다. 게임에서 반복되는 총 14개의 질문은 경제, 사회, 자원과 국토에 관한 이슈를 다루면서 참여자가 자신의 태도와 입장을 선택하도록 요구한다. 질문은 환경 위기와 인류 멸종 시나리오를 분명히 기저에 두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그 문제들을 언급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사용할 것인지, 육식과 아보카도를 탐닉할 것인지를 묻는 대신 우리의 욕망의 실체가 무엇인지, 얼마나 관심을 두고 주변을 바라보는지,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방관할 것인지를 묻는다. 지금의 환경 위기와 인류 멸종 시나리오가 우리가 순간순간 내리는 사회경제적, 정치적 선택의 종합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주지 하고자 하는 의도다. 여기서 또 흥미로운 지점은 답을 선택하는 데에 제한 시간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선택이 고심한 결과이기보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순간에 내리고 있는 결정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게임의 결과는 실시간으로 관람객 전면에 설치돼 전광판의 불빛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매일매일 누적된 관람객들의 게임 결과 값은 여러 가지 사회 생태적 수치들, 가령 기온, 해수면 높이, 지니계수, 난민 수, 멸종생물 수, 탄소 배출량 등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서 Ecogram 칠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치는 온라인과 SNS상으로도 공유된다.
<Together How> 게임의 결과 값은 어떻게 도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관람객을 찾은 현 인류의 선택에 따라, 인류는 멸망할 수도 있고 지구와 공생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두 예술 감독은 <Together How> 게임을 통해 그 결과를 관람객들에게 묻고, 맡겼다. 그리고 두 예술감독과 함께한 참여 작가들은 자신들이 진행한 프로젝트 안에서 ‘어쩌면 미래는 이렇게 될 수 있고, 이런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방식으로 제안이 섞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우리의 세계가 더 이상 하나의 가치관으로 이해되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논의돼 왔던 상황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제 18회 건축전은 ‘미래 실험실’이라는 주제로, 미래를 위한 세계의 ‘실험’을 이탈리아 베니스로 가져왔다. 한국은 이에 예측불가능을 받아드리고, 지금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인류가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들을 펼치며 ‘그럴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선택했다.
어쩌면 이 시도는 우리 인류가 꽤나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생각의 방식과 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과정일 수 있다. ‘질문’은 명확한 목적이 있기보다, 논의의 장을 연다. 때문에 ‘주장’과 ‘선언’보다는 그 힘이 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관은 말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 ‘건축가’가 만났을 때
베니스 비엔날레 제 18회 건축전에는 자르디니 전시장 내 28개 상설 국가관(노르딕 3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운영되고 있다. 자르디니 전시장 내 국가관 중 러시아를 제외한 27개 국가가 참가했고, 아르세날레 및 베니스 시내 장소에서 운영되는 비상설 국가관까지 포함해 올해는 63개 국가관의 전시가 펼쳐졌다. 가나 출신 건축학자 레슬리 로코(Lesley Lokko)가 총감독을 맡은 제 18회 건축전은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oture)’라는 주제로 준비됐다. 개별 국가관들은 이 전시 주제와 맞는 개별 전시를 구성해 선보인다.
미래를 준비하는 세계의 시선은 다양했다. 직접적인 환경문제를 언급하기도 했고, 미래에 닥칠 식량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가지고 나왔다. 그 시선을 자국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아우르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레슬리 로코 총감독이 기획한 국제전 본 전시는 아프리카 대륙을 ‘미래의 실험실’로 보면서 시작된다. 그는 “이 지구상에 평등, 인종, 희망, 그리고 두려움에 대한 모든 질문들이 수렴해서 합쳐지는 한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인류학적 차원에서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다”라고 말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그 중심부를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져온다. 89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이중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출신 작가인 것이 특징이다.
세계의 다양한 시선과 고민이 발산되는 곳에서 한국관은 ‘국가’에서 더욱 세부적으로 들어가 ‘지역’을 가지고 나왔다. 한국관의 전시 《2086: 우리는 어떻게?》는 막연하게 한국에 닥쳐올 미래의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현재 각 지역을 잠식하고 있는 개별의 문제를 언급한다.
경기도 일대 마을은 지역 전문가 김월식과 건축가 팀 N H D M (황나현, 데이빋 유진 문)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기 어려운 경기도 일대 마을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동과 이주라는 주제어를 도출한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따로 또 같이 섞여 살면서 환경을 변화시켜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이주하는 미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프로젝트 작업은 미래의 마을 이야기를 담은 콜라주 시리즈, 미래 공동체의 다양한 믿음을 아스키(ASCII)로 표현한 그림들, 이주민의 삶의 궤적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이주하는 미래> 프로젝트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주요한 소재가 된다.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건축가 팀 N H D M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지가 설치돼 있다. 설문지에는 이주민이 생각하는 고향과 집, 미래의 집에 대한 상상과 관념들이 담겨있다. 이는 <이주하는 미래> 콜라주 시리즈로 이어진다.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된 학교의 공간이 이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바뀐 모습도 볼 수 있고,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는 지하철 4호선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지역 전문가 김월식 작가 또한, 이주 노동자 네트워크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우리가 지향하게 될 가치에 대해서 언급한다. 김 작가는 다양한 인류가 믿을 어떤 샤먼의 모습을 각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개별의 존재로 형상화 한다. 그 시선은 미래를 마주할 우리가 단일의 가치가 아닌, 다양과 포용의 가치로 나아가야함을 언급하는 듯 하다.
동인천 배다리 마을은 지역 전문가 민운기(스페이스 빔)와 건축가 서예례(Urban Terrains Lab)가 함께 작업한 <미래로서의 폐허, 폐허로서의 미래> 프로젝트로 조명된다. ‘인천’이라는 지역은 한국 사회 속 재개발의 욕망이 큰 도시로 꼽힌다. 이 중 송도와 청라를 잇는 관통 도로의 건설로 마을을 잃을 뻔한 동인천 배다리 마을을 주목한다. 끝없이 증식하기만 하는 개발에 대한 갈망을 직접적으로 언급해본다.
배다리 지역은 지난 20여 년간 전면철거식 재개발 압력과 지역의 공간적, 사회문화적 보존 의지가 항상 충돌해온 곳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표출하는 양적 성장에 대한 맹신과 재산 증식의 욕망, 이에 부응하는 거대 자본과 정치권의 선전이 항상 존재하며, 그에 대응해 지역의 가치를 연구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팀은 이들 간 긴장과 갈등 관계에 주목했다. 언제까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가, 욕망을 지탱하는 실체가 있는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전시는 지역을 지키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의 활동과 염원을 상징하는 ‘배다리 탑’을 양적 성장과 개발의 욕망이 담긴 원형의 벽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개발과 보존의 갈등을 설치물로 표현 하고, 인천 지역의 미래 모습을 시각 자료와 음향 자료로도 선보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예례 건축가는 “한국 사회에서 ‘배다리 마을’이 엄청나게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개발로 인한 지역의 파괴는 항상 있어왔던 문제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과연 건축가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택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었다”라며 “중앙정부와 국민들의 개발 요구는 결국 건축가에게 의뢰되는 과제다. 나는 거기서 이 개발을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 개발을 해야 하는 가,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됐고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시선과 고민을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군산은 지역 전문가 팀 우당탕탕(윤주선, 채아람)과 강예린(서울대학교), SoA(이치훈)이 주축인 건축가 팀이 공동 작업했다. 군산 프로젝트 <파괴적 창조>는 인구절벽과 저성장, 이에 따르는 지역 쇠퇴라는 상황 앞에서 군산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빈집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찰한다. 군산 팀은 중앙정부의 정책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지역 사회에 개입해 처치곤란인 빈집을 함께 파괴해보는(DIT) 워크숍을 진행했다.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지역 사회 공동체가 함께 빈집을 철거하고, 자연에 흡수될 수 없는 인간 중심의 공간을 최대한 자연으로 되돌리는 시도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기록한 영상물과 인간의 힘으로도 철거를 진행해볼 수 있는 새로운 도구들을 개발해 선보인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강 교수는 “어떤 빈집의 경우 지붕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다른 종들의 서식지로 활용가능하다고 봤다. 또한 철거를 하고, 그곳에 오동나무 씨앗이나 식물들의 생장 환경을 조성하면서 만약의 미래 기후위기 상황 속 물에 잠식됐을 도시가 쓸려나가지 않을 최선의 방어막을 준비해보기도 했다. 실제 워크숍 기간 동안, 빈집 공간에 심었던 벽오동 나무가 빠르게 자라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군산 프로젝트 팀 전시의 특별한 점은 워크숍 당시 해체했던 집의 지붕을 실제로 베니스에 옮겨와 설치를 진행한 것이다. 이러한 전시 기획은 전시장 전면이 유리창으로 돼 있는 한국관을 고려해 완성됐다. 강 교수는 “한국관은 전시장의 일반적인 형태인 화이트큐브가 아니어서, 전시를 기획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리창 밖 자연까지 우리 전시 안으로 끌어오고자 생각했다. 우리가 철거한 빈집이 미래에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그것을 보여주고자 철거한 지붕을 들고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지금은 태어나지 않은 존재
마지막 1개의 프로젝트는 세 개의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영상 작업으로 완성됐다. 정재경의 3채널 비디오 작품 <어느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위기와 희망 사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2086년의 어느 도시 상황을 그려낸다. 가상의 시나리오로 구상된 <어느 미래>는 연극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날 도시에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신생아가 나타나는데, 이 아이에게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이를 둘러싼 상황들이 작품 안에서 펼쳐진다.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과학자, 정부기관이 아이를 가장 처음 발견한 여자의 진술을 듣기도 하고 여자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는 형식이다. 작품 속 세 인물은 아이를 살려야하는지 격리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고, 공동체 이익에서 무엇이 가장 최선일지에 대해서 논쟁한다.
정 작가는 “작품 속 세 인물의 논쟁은 어떤 특정한 답을 내리지 않고, 서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으로만 구성돼 있다”라며 “작품을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진행된 세 곳의 장소특정프로젝트를 봤고, 함께 기록하고 탐방하면서 내가 느꼈던 지점은 결국 ‘윤리’의 문제였다. 2086년에도 중요하고, 2200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타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린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라는 그런 윤리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해서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어느 미래>에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아이의 존재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과도 같다. 작품 속 등장하는 세 인물은 결국 마지막에 ‘아이가 우리를 용서할까?’라고 묻는다. 마치 그 질문은 어쩌면, 지금은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존재에 대해 지금 세대가 던지는 질문인 듯도 하다.
정 작가의 <어느 미래>는 예측불가능성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가, 과연 그 선택이 현 시대 인류의 것이 맞는지도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는 김월식 작가 프로젝트 중 <햇빛 찍어먹는 아이>에서도 어렴풋하게 등장한다.
<햇빛 찍어먹는 아이>는 팬데믹 시기 외출을 하지 못한 아이가 창틈으로 들어와 벽에 비친 햇살을 찍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를 살아온 세대와 또 다른 시각과 환경을 맞이한 세대가 등장하고 있음을 은유한다. 박경 감독은 ‘미래에 대한 해법은 어쩌면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닌, 어린아이들에게 있지 않을까’라고도 말한다.
한국관의 전시는 끊임없이 물음표를 생성하고, 물음표 뒤의 내려진 답 또한 바뀔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류는 이제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따라왔던 어떤 관습들을 벗어나, 과연 미래에도 발전과 확장이 유효한 지 물어봐야 한다. 한국관은 그 생각의 단초를 선언하기보다, 제안하고 열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