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展, ‘죽음’ 이후 세계 준비한 고대인의 염원 살펴
국중박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展, ‘죽음’ 이후 세계 준비한 고대인의 염원 살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5.26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중박 특별전시실, 5.26~10.9
경주 황남동 수습 토우장식 토기 최초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고대의 장송의례를 다루는 전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이 개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6일부터 오는 10월 9일까지 한국 고대 시대에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위해 무덤 속에 넣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 상형토기, 배모양, 집모양(2점), 사슴모양, 등잔모양 토기 (사진=국중박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전시한다. 이 중 97점은 일제강점기 경주 황남동에서 수습된 것으로 토기 뚜껑 위에 하나의 장면으로 복원해 최초 공개한다. 상형토기, 토우장식 토기를 각각 세 가지 주제로 구성해 전시를 선보인다.

상형토기 전시는 최근 발굴돼 2022년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의 상형토기 일괄품을 시작으로 ‘1. 하늘로 연결하는’, ‘2. 함께 가는’, ‘3. 편안한 쉼을 주는’이라는 주제로 선보인다.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 경주 미추왕릉 C지구 3호 무덤, 보물 (사진=국중박 제공)

상형토기는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이다. 주로 동물이나 사물의 모습이며 때때로 인물도 함께 표현됐다. 신라ㆍ가야의 무덤에서 주로 출토되고, 몸통이 비어있고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도록 돼 있어 장송의례 때 사용한 제의용 그릇으로 본다. 고대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과 연결돼 있다.

전시에선 죽음 다음의 세상으로 안내해주고 하늘과 이어주는 동행자로 20점이 넘은 새모양 토기, 경주 미추왕릉지구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보물)등을 공개한다. 또한 망자가 먼 길을 떠나는 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 경주 금령총 말 탄 사람 토기(국보)등 신발모양, 말모양, 배모양, 수레모양 토기들을 선보인다. 말모양이나 말 탄 사람 토기에는 당시의 갑옷과 말갖춤이 표현돼 있고 배 모양은 근해용과 원해용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처럼 5세기에 들어와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상형토기들은 영혼을 다음 세상으로 잘 인도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당시 일상과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전시 마지막 주제에서는 저 너머의 세상에서도 계속될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와 풍요로운 곳간을 의미하는 집 모양, 등잔모양 토기를 전시한다.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 경주 미추왕릉 C지구 3호 무덤, 보물
▲국중박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 전경 (사진=국중박 제공)

토우장식 토기는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물로, 상형토기가 형상을 본떠 만든 토기라면 토우장식 토기는 그러한 장식을 붙인 토기다.

지금까지 토우는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개개의 모습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본래는 굽다리 접시의 뚜껑이나 긴목 항아리의 목 부분에 붙어 다른 토우들과 함께 하나의 장면을 이루던 것들이다.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이를 위해 무덤에 넣은 제의용 그릇이기에 그러한 장면에는 당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담겨 있다.

이 전시 공간에서는 1926년 일제강점기에 수습된 경주 황남동 유적 토우장식 토기 97점을 새롭게 복원해 최초로 공개한다. 뚜껑 위에 제자리를 찾은 토우들이 하나의 장면 속에서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경주 황남동 수습, 토우장식 토기-공동 제의의 순간 (사진=국중박 제공)

이 공간의 첫 번째 주제 ‘헤어짐의 축제’에서는 공동 의례를 치르거나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을 표현한 토우장식 토기를 볼 수 있다. 용과 같은 상서로운 동물을 탄 사람, 사슴, 개, 말을 탄 사람 등이 줄지어 가고 있는 신라의 행렬도 구성은 처음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번째 주제 ‘함께 한 모든 순간’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토우장식 토기에는 다음 세상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는 삶의 모든 순간들이 재현돼 있다. 세 번째 주제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에서는 인물과 동물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토우장식 긴목 항아리 2점(국보)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작은 토우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투명OLED를 사용해 전시 효과를 높였다. 전시품과 미디어의 유기적 결합으로 토우가 전하는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보다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