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헌법적 책무를 다하라
[김승국의 광장문화]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헌법적 책무를 다하라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회관 이사장
  • 승인 2023.05.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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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 빛 좋은 개살구였던 전통예술 진흥 발전안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회관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회관 이사장

2018년 5월 16일 당시 문재인 정권 시절 문체부는 ‘새 문화정책단’을 구성하여 ‘문화비전 2030’을, ‘새 예술정책 수립 전담팀(TF)’이 현장토론회, 포럼, 지역인 집담회, 지역 순회 토론회, 분야별・장르별・지역별 토론회・간담회 등 소통과 공론의 장을 거쳐 ‘새 예술정책’을 발표하였다. ‘새 예술정책’에는 헌법에 제9조에 명시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국가의 책무를 의식했었든지 진일보한 전통예술의 발전안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었다. 발표한 발전안대로만 시행한다면 전통예술의 진흥에 크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계획이었다.

전통공연예술의 발전과 경력단계별 맞춤형 지원 및 인력양성을 위하여 전통예술 고교 전공생 균형성장, ‘신진국악실험무대’를 통하여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진입 경로를 제공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약속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을 중심으로 신진 국악인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진입 경로를 열어주려는 노력은 있었으나 충분치 못했다. 경력단계별 맞춤형 지원 및 인력양성을 위하여 전통예술 고교 전공생 균형성장을 위한 노력에 대한 성과는 극히 미미하였다.

또한 중견과 신진에게는 국내외 인지도 제고 및 충분한 작품발표 기회를 제공하겠으며 원로들에게는 경력·경험의 지역사회 환원 기회 및 아카이빙 등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 역시 노력은 있었으나 재원 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충분한 작품발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시늉만 내다 말았다.

전통·공연예술계의 전공자·실연자들에게 기획·제작자 등으로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산업·IT 기술 활용 등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였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노력은 있었으나 역시 재원 부족으로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전통예술 기획자 양성’ 교육을 강화하고, 해외 성공사례 연수를 지원하고 해외 유관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인턴십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러한 약속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을 중심으로 노력은 있었으니 성과는 크지 않았다.

전통공연예술을 소재로 한 지역, 마을 공동체의 마을잔치, 민속잔치 등 활성화하고 전통예술 대중화 및 친밀성 제고를 위하여 전통공연예술 동호인 대회, 전통문화예술 TV 방송매체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고, 단지 국악 TV가 설립되었으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송매체로 성장하지는 못하였다. 전통예술 아카이브 연계를 위하여 국립국악원, 문화재청, 국립극장, 문화예술위원회 등 전통예술 유관 기관별로 구축된 자료의 체계화 및 연계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하였으나, 내가 알기로는 그러한 온라인 플랫폼이 지금껏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술분야 R&D 지원을 위해 국악기 개량 및 국악음향 연구개발 지원하고 남북예술교류를 위하여 한민족 아리랑 대축제 및 한국민속예술축제 60주년 행사 공동 개최하고 전통공연예술의 남북 공동연구, 자료수집 및 보전 등 교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하였으나, 잠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이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새 예술정책’은 정책의 실천 과정은 있었으나 겨우 절반의 성과만 거두었다. 말로는 얼마든지 화려한 진수성찬을 차릴 수는 있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의 법제화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기에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전통예술 진흥정책은 실패했다.

현 정권, 눈 씻고 봐도 전통예술 진흥정책 찾아볼 수 없어

그러면 이번 윤석열 정부의 전통예술 진흥정책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보다 더 한심한 것은 정책 자체가 없거나 너무나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 출범 후 문체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전통예술을 진흥하겠다는 계획은 없이 ‘우리 문화를, 우리 경제를 이끄는 국가 브랜드로 활용하고,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콘텐츠 정책으로 케이-콘텐츠 산업생태계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는 정도였고, 올해 초 ‘2023년 문체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도 K-콘텐츠를 지원, 활용하여 산업화하겠다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반하여 전통예술진흥정책은 눈을 씻고 살펴봐도 없다.

정부는 자유의 가치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근거해 문화예술의 독창성과 대담한 파격, 혁신을 구현하는 창작환경을 만들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창작환경을 조성하여 기초예술의 진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이 많은 영역이어서 더 들여다보니 청년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K-컬쳐의 원천인 미술, 클래식, 문학 등 기초예술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K-컬쳐의 원천이 어디 미술, 클래식, 문학뿐이랴. K-컬쳐의 기반이 전통예술 분야인데 그 점은 그냥 간과해버렸다. 

이제라도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헌법적 책무를 다하라

정부는 헌법 제9조(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와 제69조(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국가와 대통령의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하는 헌법적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권 출범 1년이 지났다. 이제라도 정부는 전문가와 정책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비전과 로드맵을 담은 정책 수립과 그에 따른 법제화, 시스템구축, 재원확보 계획을 수립하여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