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아키히토 천황이 언급한 한국 고대 문화와 예술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아키히토 천황이 언급한 한국 고대 문화와 예술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3.05.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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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궁내청 악사 중에는 당시 한국에서 이주해 온 자손이 대대로 악사를 하고 지금도 가끔 아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문화 기술이 일본인의 열의와 한국인의 우호적 태도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것은 다행한 일이며 그 후 일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그 열기만큼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도 활발하였다.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 십을 위해 1998년 합의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공동선언문 5개 분야 43개 항목을 보면 ‘문화교류의 내실화’로 민간, 지방 차원을 포함한 양국간 다양한 문화교류의 실천이 담겨 있다.

그 실천의 하나로 신라시대 음성서(音聲署) 이후 궁중음악기관으로서 명맥을 잇고 있는 국립국악원과 일본 황실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궁내청 아악부(宮內廳 雅樂部)의 음악 교류 행사가 있었다. 양국의 대표 음악기관은 2002년 5월8일과 9일에 도쿄국립극장, 5월 12일과 13일에 오사카국립분라쿠극장, 5월 23일과 24일에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5월27일과 28일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일 양국의 고대음악과 춤이 선보였다. 

720년 편찬된 일본 최초의 사서(史書)인 『일본서기(日本書紀)』 권19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악인(樂人) 시덕(施德) 삼근(三斤), 계덕(季德) 기마차(己麻次) 진노(進奴), 대덕(對德) 진타(進  陀) 개의청대지(皆依請代之)”  

위의 기록은 일본 흠명천황(欽明天皇) 15년 2월의 기록이다.  이때는 백제 위덕왕 원년으로 554년에 해당한다. 당시 백제 16관등 가운데 8번째 시덕 관직의 악인 삼근과 10번째 계덕 관직의 악인 기마차와 진노, 11번째 대덕 관직의 악인 진타가 일본의 궁중으로 파견을 갔는데 고국인 백제로 교대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일본서기』의 이 기록으로 보아 일본 궁중의 음악에는 백제의 음악이 전해졌음이 확실하다. 이 기록과 관련해 일본의 아키히토 천황은 2001년 12월 68세의 생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을 해 일본의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무령왕의 아들 성명왕(聖明王)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과의 교류는 그러한 교류만이 전부는 아니었으며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궁내청 악사 중에는 당시 한국에서 이주해 온 자손이 대대로 악사를 하고 지금도 가끔 아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문화 기술이 일본인의 열의와 한국인의 우호적 태도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것은 다행한 일이며 그 후 일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일본 황실에서 연주되는 아악(雅樂, 가가꾸)은 1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악은 일본 고대 의식음악과 무용에 아스카시대부터 헤이안 시대 초까지 중국대륙과 한반도에서 전해진 음악과 춤 등을 말한다. 그중 한반도에서 전해진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일본에 전해진 음악을 고려악(高麗樂, 고마가꾸)이라고 하였으며 현재는 아악의 우방악(右方樂)으로 춤과 음악이 전해지고 있다. 

2002년 양국의 아악 교류연주회는 백제악인을 파견한 기록으로 보아 554년 이후 처음 가진 고대 음악의 교류였으며 역사상 처음 있는 일본 궁내청 아악부의 한국 공연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악기인 가야금의 가장 오랜 실물이 일본에 있다. 일본 나라시에 있는 일본 황실의 보물창고인 정창원(正倉院, 쇼소인)에 신라금(新羅琴, 시라기고또) 3대가 보관되어 있다. 이 신라금은 통일신라 궁중에서 752년 일본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의 대불(大佛) 개안식(開眼式)에 보낸 것으로 기록이 전하고 있다. 또한, 당시 신라금의 인기가 높아 어느  귀족이 신라금을 빌려갔다가 잃어버려 다른 신라금으로 812년 대체해서 반납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양국 문화와 음악 교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정창원의 신라금이 한국에서 실물 전시가 되고 다시한번 국립국악원과 궁내청 아악부의 음악이 양국을 오가며 연주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진정한 한국과 일본의 우호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