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지구별 여행,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지구별 여행,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05.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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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고대문명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도시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사실로 입증되는 곳. 로마에 건너왔다. 로마는 기원전 로마제국시대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지나면서 유럽문화의 유적 40%가 모여 있다고 하니 그 유구한 역사와 건축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과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를 기록해보며 역사의 한 장면에 서본다.

피비린내 나는 콜로세움

로마의 대표적인 유적지 콜로세움은 고대 로마인들의 뛰어난 건축공학기술을 엿볼 수 있는 로마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라고 불린다. 기원후 72년쯤 베시파시아누스황제가 시작한 건축물을 그의 아들 티투스황제가 완공했다.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는 콜로세움은 현재 원형의 3분의 1만 남아있지만 각층마다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으로 개성 있는 디자인이 이색적이다. 장축의 지름은 187m 단축지름은 155m 둘레527m 높이 48m로 직접 가서 보면 그 거대한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다.

경기장은 기후에 따라 벨라리움이라는 천막지붕을 설치하여 하늘을 가렸는데 천장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나있다. 이것은 현대에서도 표현하기 힘든 고도의 건축공학기술이란다. 콜로세움의 뜻은 바로 앞 있었던 네로황제의 동상 콜로소(Colosso)에서 유래했다. 217년 화재가 있었고 442년에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로마를 대표하는 유적지이며 명소이다.

티투스황제는 검투사들을 이 원형 경기장에 세웠는데 100일의 긴 축제기간동안 5000마리 이상의 맹수가 도살되었단다. 지하실에는 검투사들의 대기실과 맹수들을 가둔 우리가 있었다. 혈투에 필요한 각종 무기들과 도구들을 보관하던 지하창고.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경기장에 오른 전쟁포로들은 목숨을 내놓고 맹수와의 극렬한 혈투를 벌이기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과 사를 가르는 앞에서 그들이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극악무도하다. 인간으로 어떤 두려움을 느꼈을까? 승리를 거두며 맞는 자유를 꿈꿨을까?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했을까? 신 앞에 나약한 인간임을 고백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콜로세움 앞에서 수없이 죽어간 포로들을 위한 긴 묵념과 함께 그들 대신 빙그레레 돌며 춤을 추었다.

로마제국의 심장, 포로 로마노(Foro Romano)

포로 로마노는 로마 공회장으로 지하철 콜로세움 역에서 5분이내의 거리에 위치한다. 팔라티노 언덕으로 올라가면 언덕 밑에 넓게 자리한 폐허가 보인다. 옛 유적지가 남긴 로마의 역사현장인데 쓰러져가는 듯 우뚝 쏫은 건축물들이 강렬하다. 포로(Foro)는 공공광장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영어의 포럼(Forum)에서 유래되었다. 공회장은 신전, 바실리카(공회당), 기념비등의 건물들로 구성된 도시공간인데 공공생활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로마제국의 정치 경제 종교 등 도시생활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콜로세움 쪽에서 사크라거리를 따라 진입할 수도 있다. 티투스황제 개선문, 막센티우스 바실리카, 베스타신전, 원로원, 셉티미우스 개선문 등의 순서로 탐방하면 좋겠다. 티투스황제 개선문은 콜로세움에서 포로 로마노로 진입할 때 제일 먼저 마주치는 유적으로 도미티우스 황제가 그의 형의 대 예루살렘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며 81년에 세운 아주 오래된 개선문이다. 언덕에서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보며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정치 경제 행정의 흔적이 느껴졌다. 여러 신전과 원로원 상점들은 공화정시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으리라.

제정시대를 맞이하면서 공회당의 기능은 축소되어 포로 로마노의 규모는 쇠퇴하게 되었고 283년 대화재와 로마의 몰락으로 건축물은 훼손되었기에 복원작업은 현재도 계속 된다는 설.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은 없고 지금은 황량한 장소가 되었지만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한 이곳 역시 공중목욕탕이 있었겠고 체육관과 도서관이 있었겠지. 신분과 계급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사람이 사는 곳은 세기에 걸쳐 크게 다를게 없지 않은가? 지구 반바퀴를 돌아 우리가 보는 것은 전 시대의 건축물만이 아니다. 그네들의 생활과 환경 등 시대의 발자취를 느끼며 유구함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문화이다.

새 한마리가 날아와 포지 로마노를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참 앉아 있었다.

이 곳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한 장의 사진은 어떤 건축물도 아닌, 폐허가 된 이 곳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작은 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