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에 얽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사감에 얽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2.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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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출범 창립총회, 첨예한 대립 끝에 임원선출 부결

사단법인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창립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총회 시작 전 분주한 모습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11일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사단법인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출범을 위한 창립총회를 가졌다.

▲회의에 참석한 내빈들이 작년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지난해 충무로 국제영화제 결과를 알리는 동영상 상영과 함께 시작된 총회에는 정동일 중구청장을 비롯 민족문화협회 회장 도동환, 영화감독 정진우, 영화감독 김수용, 영화배우 태현실, 추계예술대학교 신봉승 교수, 사단법인 한국영화인 협회 신우철 이사장, 중구여성단체협의회 이경일 회장, 충무로영화의거리추진협의회 김갑의 회장 등 46명이 참석했다.

순조로울 것 같던 총회는 안건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취지문 채택 ▲정관 의결안 ▲사업계획서 및 수지예산서 ▲사후안건(임원선출 및 창립회원안)으로 구성된 4가지 안건 중 마지막 안건인 사후안건에 대한 첨예한 대립양상이 생겨났다.

정진우 감독은 창립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말할 것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사후안건에 대한 심의 때 구체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정 감독은 “이사진 구성이 ‘영화인들에게 영화제를 돌려주자’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 영화인협회가 중심이 된 충무로국제영화제에 영화 관련 협회 사람이 없는 것이 이상할 뿐” 이라며 “정치적인 논리로 영화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제시했다.

▲회의 시작 때 부터 정진우 감독은 이사진이 짜여져 있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오늘 처음 총회를 하는 건데 벌써 이사진이 다 정해졌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하며 “모든 것을 다 백지화하고 다시 협의를 거쳐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성공적인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치룰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총회 임시의장을 맡은 신봉승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이에 대해 신봉승 임시 의장은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신청할 때 기본적으로 만들어 놔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고 답변하며 “지금 이 사항은 확정된 것은 아니나, 백지화는 무리가 있다. 보완책이 최선의 방법” 이라고 말했다.

▲정동일 중구청장과 정진우 감독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정동일 구청장은 “이사진에 대한 보강이나 기타 수정사항은 이 자리에서 회의를 통해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 이사진들에 영화인들도 계시고, 많은 과정을 거쳐 선발했다. 단언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경일 중구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덧붙여 이경일 회장은 “영화를 사랑하셨던 분들 다수가 여기 이사나 조직위원회에서 빠졌기 때문에 노력했던 분들 거기서 섭섭함이 표출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 운을 뗀 뒤 “전면 백지화 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몇 분이 빠졌다면 심의를 거쳐서 보완하는 것이 어떻겠냐” 는 대안을 제시했다.

▲조동관 사단법인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이사장이 정진우 감독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반면 사단법인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조동관 이사장은 “지금 너무 급하게 모양새만 갖추려고만 한다” 며 “정진우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정관에 의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본다. ‘이대로 밀고 나가’ 식이 되면 나중에 분명히 시끄러워진다. 조직 운영이 되려면 제대로 된 수순을 잘 밟아서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신우철 이사장은 “회의 절차를 오늘 다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밀어붙이기 식의 진행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주일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낙하산식의 태도는 잘못됐다” 고 지적하며 “우리에게 가장 급한 것은 소통과 통합이다. 이 안건에 대한 절차를 한 번 더 밟아 주시기 바란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과열된 분위기를 중재하고 있는 김갑의 충무로영화의거리추진협의회 회장

김갑의 회장은 “회의가 과열되다보니 조직 위원회 집행위원장의 자격에 대해서 까지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논의할 필요가 없는 부분” 이라고 정리하면서 “하지만 영화제를 위해 노력 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제외되었다는 의견은 일부 동의하고 존중한다. 이사회에서 다시 재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견을 말했다.

▲총회 내내 큰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오갔다.

간혹 큰 소리가 오가며 논쟁이 뜨거워진 가운데 도동환 회장은 “국제영화제에 어울리는 다방면에 유능한 사람들을 추리고 추리면서 한 달 반 동안 선출했다. 조금씩 양보를 해달라” 면서 사후안건이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표명하기도 했다.

사후안건에 대한 ‘전면백지화’ 와 ‘수정보완’ 의견이 한 시간 넘게 대립한 끝에 결국 “조직위원회를 다시 소집하고, 그 안에서 소위원회를 조직해 조직위원장에게 임원 선출 문제를 다시 건의한다. 소위원회는 정진우 감독이 추천한 5명, 조직위원회가 추천한 4명, 총 9명으로 구성한다.”는 해결안을 돌출했다.

▲정동일 중구청장이 마무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총회 마무리 인사에서 정동일 중구청장은 “충무로국제영화제로 인해 충무로가 세계적인 영화 허브로 성장하고, 그로인해 우리 영화가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며 많은 성원과 가르침을 부탁했다.

▲도동환 민족문화협회 회장이 마무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어 도동환 회장은 “오늘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모든 영화인들이 하나가 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고 전했고, 임시의장을 맡았던 신봉승 교수의 “좋은 회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끝으로 총회는 마무리됐다.

오늘 사후안건의 부결에 대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본부장 정희창씨는 “새로운 것이 태동하기 위해서 겪는 진통의 하나일 뿐”이라며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더욱 탄탄한 발전을 위한 단계로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위촉장 전달식은 임원선출 및 창립회원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취소됐다.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