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중앙대병원 진료부원장의 따스함을 느끼다
이상훈 중앙대병원 진료부원장의 따스함을 느끼다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2.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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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대한 관심과 아티스트들과의 신뢰가 문화를 만든다”

오페라 M (대표 신금호)의 ‘오페라 M 신년음악회 : 비상(飛上)을 꿈꾸며’ 가 KAG 아트홀 예당점에서 열렸다. 매달 꾸준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오페라 M. 그 안에는 이상훈 중앙대병원 진료부원장이 있다. 오페라 M의 후원회장으로써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는 그는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의 이런 예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 활동은 ‘제 1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및 공로상 시상식’ 문화 메세나 대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알려지게 됐다.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의 마음이 담긴 인자한 웃음이 매력인 이상훈 진료부원장. “문화는 신뢰 속에서 이뤄진다”고 얘기하며 우리나라 예술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그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메세나(Mecenat)의 길을 걷다

작년 말에 열린 ‘제 1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및 공로상 시상식’에서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후원해 오신 공로로 문화 메세나 대상을 수상하셨다. 그 때의 감회나 소감을 말씀해 달라.
“솔직히 아직 이런 거 받을 입장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세나 대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받기 전까지도 몰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듯이 책임감도 더 커졌다. 음지에 있던 걸 양지로 꺼낸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의미 있는 상이었다.”

신금호씨의 ‘오페라M’을 돕기 위해 후원회도 결성하시고, 후원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하고 계신다. 특별히 이 단체를 후원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믿음에서 비롯되는 신의나 개인적 존경심이 생길 때가 있다. 속된말로 ‘코드가 맞는다’ 라고나 할까. 내가 기도를 하고 있을 때 거기에 맞는 분을 딱 만나면 ‘기도가 이뤄졌구나’ 라고 생각하듯이 신 선생의 노래는 내 심금을 울렸다. 순간 ‘내가 이분을 후원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 선생의 노래는 그 속에 혼이 담겨있었다. 영혼이 담긴 노래, 세포 하나하나가 다 혼을 다해서 밖으로 돌출되는 그런 음악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그 모습 자체가 감동을 줬다. 이러한 감동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상훈 중앙대병원 진료부원장과 오페라 M 관계자들

문화예술단체후원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시다면?
“환자들을 생각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후원을 시작했다. 항상 아침에, 혹은 월초, 연초에 내가 해야 할 계획이나 그 목적은 환자가 중심이 된다. ‘어떻게 하면 환자가 편안하고 건강해질까’, ‘나를 통해 환자들이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의 마음. 그러한 마음이 문화와 예술계까지 이어져 적용됐다.”

작년 5월 중앙대병원과 동작구청 공동으로 ‘여성건강-문화강좌’를 개최하셨다. 건강과 문화를 주제는 어떻게 해서 생각하신 건지, 강좌는 지금까지 계속 잘 운영되고 있는지 등이 궁금하다.
“병은 항상 약으로만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언제나 환자들에게 힘을 주려는 그런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회진을 돌때 ‘어떤 약이 얼마나 들어갔다’ 와 같은 사무적인 얘기보다 친근한 얘기를 통해 나와 환자사이에 믿음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렇게 되면 똑같은 약 처방이나 수술이라도 의사에 대한 믿음 때문에 빨리 회복하게 된다. 환자의 건강은 의사와의 관계, 즉 이모셔널한 건강이 백업이 안 되면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치유가 더뎌진다. 그런 선상에서 문화란 개념은 환자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도 줄여주는 동시에 의사와 환자간의 벽을 줄임으로써 치료 극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는 동기가 된다.
강좌는 처음 시작할 때 약속한 데로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처음엔 한 달에 몇 번씩 정기 강좌를 계획을 했는데 해보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주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효과의 극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두 달에 한 번씩 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강좌라고 해서 강좌가 주가 아니라 그분들이 음악을 통해 편안함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화와 의사의 메디컬 강의가 아닌 문화 자체로 건강을 찾는 강의이다.”

◇진심과 신뢰가 곧 문화의 발전

개인적으로 다루는 악기나 있는지? 취미는?
“사실 의학이라는 것이 만능 예술의 집약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많은 예술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에도 관심이 있다. 환자분이 입원한지 며칠이 지나면 정성껏 찍은 사진을 스크랩에서 하드보드에 붙여서 드린다. 출산한 분들에게는 애기 사진을 찍어서 드린다. 잘 찍어야겠다는 그런 것보다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감정적 이입과 감정적 접근을 하기 위함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잘은 못하지만 그림을 그린 것들을 스크랩해서 환자분들에게 선물한다. 단순한 선물이 아닌 치료 과정 속에서 환자와 나와의 신의관계를 만드는 일종의 모티브가 된다.
음악의 경우엔 여러 아티스트들을 모셔오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냥 아티스트는 안 된다. 위에서 말한 ‘환자분들과의 믿음’ 에 생각이 있고 관심 있는 분들인가가 중요하다. 어느 봄날에 말기 암 환자분들을 모시고 커피를 마시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신금호 선생이 근처에 있어서 잠깐 들리라고 했었다. 환자분들이 유명한 성악가 분이라면서 박수치며 노래를 요청하자 그들을 위해 기꺼이 노래하더라. 천만금짜리 약 보다 더 효과적인 순간이었다. 아티스트로서의 신 선생 표정은 정말 천사였다. ‘이것이 정말 진정한 치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계시던 환자분들 중 한 분은 1주인가 2주후에 돌아가셨다. 만약 신 선생의 노래를 못 들으셨다면 얼마나 답답해하시며 생을 마감하셨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분이나 신 선생이나 환자나 모두 다 같이 천국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사진까지 찍어놨는데 볼 때마다 감동이 밀려온다. 역시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문화나 예술이 건강의 한 수단 이라고 확신한다. 오늘도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젊은 환자를 한 명 퇴원시키면서 오늘 음악회에 와서 완전히 건강해지라고 당부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계를 돕기 위해 메세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지원규모가 회사크기에 비례해 보면 더 적은편이라는 통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기업들도 기회가 닿아지면 어느 정도 지원을 하기위해 준비 중이다. 순수한 마인드 속에서 찾으려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광고적 효과를 위한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여러 다양성은 있겠지만 대기업들이 큰 관심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대기업들이 기본이 돼야 많은 분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솔직히 돈이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아티스트들은 열정이 생긴다. 그러한 개개인의 마음들이 모이면 결국 대기업이 하게 될 것이고 국가적으로 큰 문화가 형성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한 분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겠다 혹은 어떤 것이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문화와 예술은 ‘많은 관심을 갖자’는 캠페인과 구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가정, 사회 속에 파묻혀져있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그 속에서 자생적으로 많은 발전해온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이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문화가 되는 것이다. 거기에 아티스트들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면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정부는 법적으로 규제가 많은 것들은 비즈니스 측면이 아닌 국가의 큰 영략을 높이는 측면에서 많은 재고를 해야 할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