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캠퍼스에 피어난 윤동주의 시와 만남의 꽃
도쿄의 캠퍼스에 피어난 윤동주의 시와 만남의 꽃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승인 2010.02.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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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합 100년 해인 2010년, 국경을 초월해 윤동주 추모행사 열려

「윤동주가 사랑한 이 땅(아시아)에서 평화와 공생을 생각하며」라는 제목으로 제 2회 윤동주 문화제가 2월20일에 일본의 국립사범대학인 도쿄가쿠게이대학에서 개최됐다.

▲이해인 수녀가 보낸 추모시와 메시지

이번 윤동주 행사는 과거의 아픔과 윤동주의 죽음을기리는 추모의 뜻과 더불어, 한일 강제병합으로부터 100년에 해당되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2010년에 조금이라도 국경을 초월한 시민들이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비롯된 모임이다.

윤동주는 북간도(지금의 길림성 연변지역)에서 태어나 북한과 한국과 일본에서 공부를 하다가 치안유지법 혐의로 체포 돼 후쿠오카에서 20대의 젊은 나이로 의문사를 당한 시인이다.

이번 윤동주 모임은 추모제만이 아니라 불행했던 역사의 부조리와 무력침략을 두번 다시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교사가 될 일본 학생들과 참가한 시민들이 재확인하는 모임이며, 과거의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미래를 향해 진취적으로 협력하자는 한·중·일 평화 시민의 만남의 장으로서 다양한 문화제 형식으로 치뤄졌다.

와시야마 총장의 윤동주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포함한 개회사가 있었고, 대사관측에서는 일본 유학으로 박사를 받은 홍지원 서기관의 유학 경험과 더불어 윤동주의 뜻을 기리고 미래를 향하자는 따뜻한 인사가 있었다. 한편, 작년 7월에 서울 인왕산에 정비된 윤동주 시인의 언덕 만들기에 힘쓴 종로구 문화공보부 이병호 과장이 종로구청을 대변하여 인사를 나눴고, 한국 윤동주 기념사업회 박영우 대표의 열정어린 윤동주 사랑의 인사가 있은 뒤, 이번 행사를 위해 보내 주신 여러분들의 희망과 사랑이 깃든 메시지를 소개했다.

▲안자이 관장이 수술 하기 전에 써준 서화와 붓글씨

현재 학계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추천하고 있는 평화학자로 저명한 안자이 이쿠로 평화박물관 관장은 두루말이 편지에 서화와 붓글씨로 [윤동주의 억울함을 새기며 한일 병탄100년에 서로 협력하여 역사청산에 노력하자]고 적어 보냈다.  본인(이수경-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교)의 부탁을 받고 메시지를 작성한 뒤 수술을 마쳤다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소개했다.

이어 현재 암투병 중이면서도 아파하는 이웃들의 따스한 가슴으로 존재하는 이해인 수녀 시인의 아름답고 정갈한 메시지가 소개됐다. 아래는 이해인 수녀가 보낸 내용의 일부이다.

▲ 이해인 수녀

당신은 외롭고 슬프게 떠났지만
시의 혼은 영원히 살아서
갈수록 더 밝고 고운 빛을 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던 당신은
종족과 이념을 뛰어넘어
서로 다른 이들을
다정한 친구로 만드는 별이 되셨습니다
사랑과 평화를 재촉하는 2월의 바람이 되셨습니다

그 밖에도 김우종 선생님(문학평론가협회 명예회장), 오오무라 마스오 선생님(와세다대학 명예교수), 콘다니 노부코 대표, 김호웅 소장님(중국 연변대 한국센터) 등 국경을 초월하여 일본에서 열리는 윤동주 추모제와 문화제에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한글과 일본어로 된 붓글씨 작품들로 전시장을 수놓은 다나카 유운씨의 필체는 눈길을 끌었다.

이번 모임에는 일본 주요 언론(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등)의 지인들과 NHK시절 윤동주 다큐멘터리를 만든 타고씨도 같이 참석, 멀리 야마구치 현립대학의 지인 교수 및 사회과 교사인 츄죠씨가 오영호씨의 피아노에 맞춰 낭독했다.

필자의 대학원 제자 중에는 조선족 출신의 학생들도 상당수가 있기에 윤동주 고향땅의 후배로서 선배 윤동주의 당시의 마음을 되새기며 선배의 꺾인 유학의 꿈을 그들이 되새기며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해 주고, 나아가서는 아시아 평화를 위한 가교역할을 하라는 의미에서 그들의 시 낭독 기회를 배려하기도 했다. 또한, 연변대학이나 장춘의 동북사대 영문과 출신의 대학원생, 4월부터 일본의 신문기자로 활약하는 제자들이 사회를 맡아서 더더욱 윤동주와 친근한 공간이 됐다.

5개국어를 구사하는 프랑스인 박사과정의 브렝땅씨는 한국어로 [길]이란 시를 읊었고, 본교 도서관의 다카하시 계장이 [서시]를 유창한 한국말로 읊고, 한국여성사 연구자인 스즈키 유코 씨가 일본번역 [서시]를 낭독했다. 사학자 카메다씨도 한국말로 [새로운 길]을 힘있게 낭독했고, 다시 한국인 유학생들은 일본어로 번역된 시를 읊었다.

또한, 구마다 요코씨(시인, 전 고교 국어교사)의 감동 어린 [별 헤는 밤] 낭독이 있은 뒤, 한일 친선교류를 강조하는 와시야마 야스히코 총장님도 [별 헤는 밤]을 낭독하여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갈채를 받았다.

▲ '별 헤는 밤'을 낭독하는 와시야마 총장
▲ '고향의 봄' 합창을 지도하는 고토씨

 

 

 

 

 


 

다양한 국적과 입장의 사람들이 윤동주의 시를 한일 양국어로 낭독한 뒤, 도쿄가쿠게이대학 무용학과 시라스 교수의 [진혼무] 공연을 감상했다. 이어 서울대 대학원에서 성악과를 마친 고토씨와 권점숙 선생님에 의해 한국의 [고향의 봄]과 일본의 [고향]이란 노래를 합창한 뒤, 김학렬 선생님의 감상과 더불어 일본 윤동주 기념사업회 이성사 회장에 의한 폐회사를 통해 내년의 만남을 기약했다.

▲ 폐회 후, 참석자와 관계자들의 기념촬영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대규모 행사도 아니지만 개개인이 참석하여 윤동주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모두가 주인공이 된 좋은 시간이 됐다.

윤동주의 맑은 언어는 비록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새시대를 이끄는 아름다운 이정표로 빛나고 있으며, 지금도 고향땅 명동의 동산에서 윤동주는 송몽규와 함께 중국과 한반도와 일본의 내일을 비추고 있을 것이다.

글. 이수경 교수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교/ 본지 문화칼럼리스트)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