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 호모 프롬프트
[Human Library] 호모 프롬프트
  • 독립기획자 신유담
  • 승인 2024.05.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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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바탕화면에 타자로 입력되는 하얀색의 알파벳들 그리고 엔터를 누르면 위협적으로 떠오르는 빨간색 에러 메시지. 이것이 과거에 우리가 알던 ‘프롬프트(prompt)’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롬프트라고 하면 “Message Chat GPT...”라고 적힌 창에 텍스트를 입력한 뒤 화살표를 누르는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개발자들만의 전유물이던 프롬프트가 모든 인간에게 한발 다가온 것이다.

▲프롬프트 ai,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역할 (출처: Pinterest)
▲프롬프트 ai,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역할 (출처: Pinterest)

프롬프트가 뭐길래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와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텍스트’를 의미하는 ‘프롬프트’의 합성어로 생성형 AI에 최적의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호모 프롬프트라는 단어가 등장함과 함께 개발직군에는 새로운 직무가 억대 연봉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생성형 AI가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호모 프롬프트’부터 ‘프롬프트 엔지니어’까지 신조어가 등장할수록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프롬프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프롬프트로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레퍼런스 이미지를 AI 모델에 넣어 키워드를 추출하는 역작업이 이루어질 정도로 프롬프트의 내용이 결과물의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

미국의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이 1988년 제시한 ‘모라벡의 역설’은 컴퓨터에게 어려운 일은 인간에게 쉽고 컴퓨터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거의 30년이 지나고 AI가 등장한 지금도 이 역설은 유효한가.

2013년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지나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때도 창작의 영역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믿었다. 이는 모라벡의 역설처럼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인간만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작품이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를 통해 생성한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그 믿음이 예술가들에게 불안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기는 충분했다.

결국은 호모 프롬프트

호모 프롬프트는 생성형 AI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AI에 인간의 입력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주체는 인간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둔 표현 능력과 결과를 논리적, 윤리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은 인간의 고유한 전유물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 두려워하지 말고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과 같은 거짓 답변에 안심하지도 말아야 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정도로 완벽한 결괏값을 도출할 때도, 잘못된 정보를 도출할 때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은 수없이 많다. 결국 돌고 돌아서 귀결되는 곳은 ‘인간’이다.

프롬프트 위에서 우리는  

칼럼을 시작하며 등장한 이미지의 버튼에는 “Enner”와 “Erro”라고 표시되어 “Enter”와 “Error”의 철자와 맞지 않다. 해당 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 DALL-E를 통해 제작되었는데 이처럼 AI가 생성한 결과물에서의 작은 오류들은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에는 불완전성이 내재되어 있고 이는 기술이 완벽함을 추구하며 발전하여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논리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의 중요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어쩌면 AI의 발전은 인간이 더욱 인간다워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