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류의 예술路]만월(滿月)이 되어 떠오른 2024 춘천 문화도시 박람회
[장석류의 예술路]만월(滿月)이 되어 떠오른 2024 춘천 문화도시 박람회
  • 장석류 국립인천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행정학Ph.D)
  • 승인 2024.05.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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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류 국립인천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칼럼니스트
▲장석류 국립인천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칼럼니스트

문화도시 시즌1 인큐베이팅 : 만월(滿月)의 모습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게 된다. 정책도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게 된다. 차고 기우는 것이 반복되는 게 세상 이치라면, 우리는 그 힘을 가지고 나선의 길을 그리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2024 문화도시 박람회가 5월30일(목)~6월2일(일) 동안 춘천에서 열린다. 올해 문화도시 박람회는 정부가 2018년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시즌1 문화도시 정책이 최고조에 이른 만월(滿月)·만조(滿潮)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시즌1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회차에 걸쳐 지정한 24개 문화도시가 보냈던 축적의 시간이다. 

문화도시 박람회는 2020년부터 매년 5~7개 도시가 문화도시로 지정되며 시작된 것이라 올해 4회차로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박람회는 그해 의장 도시가 주관하고, 춘천은 올해의 문화도시 박람회의 의장 도시이다. 그동안 의장 도시는 1차 문화도시로 지정된 청주, 서귀포, 부산 영도 순으로 책임을 맡아 박람회를 개최해왔다. 춘천은 최근 2년 동안 최우수 문화도시로 인정받으며, 자연스럽게 2차 문화도시 중 처음으로 의장 도시를 맡게 되었다. 

올해 문화도시 박람회를 만월 시점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1차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사업을 해왔던 청주, 영도, 서귀포, 부천 등이 5년 차인 마지막 구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5년에 걸친 문화도시 인큐베이팅 과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5년 동안 성과가 많았던 곳도 있었고, 아쉬운 곳도 있었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도시는 향후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조직 구성원들은 나의 다음 진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전년도 의장 도시였던 영도의 경우 최근 그간 함께 연결되어 성장했던 전문가 그룹, 시민, 구청 공무원들과 <출구전략 라운드 테이블>을 공간재생, 돌봄, 창업, 관광, 교육 등 다양한 관점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구전략을 조직 내에서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만월이 된 사업이 이제 해당 조직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의 핵심은 그간 쌓아온 문화도시 자산 중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있다. 1차 문화도시 지역의 경우 연속적인 인력과 예산, 조직 등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2025년 문화도시 박람회에서는 만나기 힘들 수 있다. 올해 의장도시인 춘천도 강릉, 김해, 부평, 완주 등과 함께 내년이 마지막 5년차가 된다. 함께 이 축제를 즐기면서도 이번 문화도시 박람회 이면에 흐르고 있는 또 다른 정책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치분배의 변곡점을 지나는 문화도시 정책 : 시즌2 시작 
이번 문화도시 박람회에는 문화도시 시즌2를 시작하는 속초, 충주, 전주, 순천, 통영 등 예비도시로 지정된 13개 지역도 참여한다. 시즌1이 만월로 가고 있다면, 시즌2는 이제 초승달을 그리고 있다. 현재 문화도시 시즌2 정책은 이전보다 좀 더 강하게 정부 입김과 그립이 작용하여 ‘대한민국 문화도시’ 브랜딩을 시도하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책에 변곡점이 생겼다는 것은 이전 정책 기조에서 도출된 문제에 대한 반작용이 생긴 것이라 할 수 있고, 변곡점을 만들려면 정책의 그립을 강하게 쥐기도 한다. 

우리나라 문화정책 기조는 한곳을 바라보며 유장하게 흐르지 않는다. 정치 권력과 사회적 변화가 큰 현실에서 정책의 유속은 왼쪽과 오른쪽을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코너링하면서 빠르게 흐르는 편이다. 왼쪽으로 흐를 때는 참여, 수평, 형평, 시민, 사회적 가치가 강조되고, 오른쪽으로 흐를 때는 선택과 집중, 효율, 산업, 경제적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양쪽의 가치가 7:3에서 3:7 범위에서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면 어느 정도 나선을 그리며 전진할 수 있지만, 8:2, 9:1처럼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가치분배의 쏠림이 생기면 이전에 축적했던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문화도시 기조도 시즌1에서 시즌2로 옮겨지면서 사회적 가치에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책무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가치분배의 변화가 생겼다. 이 부분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양 날개가 비교적 조화롭게 구성된 문화영향평가라는 제도적 렌즈로 시즌1, 2 사업을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문화도시 정책이 시즌1에서 시즌2로 변곡점을 지나는 올해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10년이 되는 시점이다. 이 지점에서 시즌1 문화도시를 이끌었고, 현장과 학계 모두의 관심을 받았던 도시 중 하나인 춘천에서 문화도시 박람회를 하는 것이다. 관람객으로 이번 박람회를 찾는다면 홍보관 부스에서 다양한 도시들이 지역 상황에 맞게 제각각 시도했던 사업의 결과물과 그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 있었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지역문화에 대한 성찰과 과제의 담론장을 찾을 수도 있다.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공지능 시대에 번영을 누리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술을 탁월한 수준으로 연마하라”라는 언급을 했다. 나에게 시즌1 문화도시의 핵심 성과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지역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내는 역량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하고 싶다. 연결망이 바뀌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이번 박람회에서 춘천의 도시문화연결망 <도시가 살롱>을 경험해봐도 좋을 것이다. 

사람하는 도시, 사랑하는 도시
시즌1 문화도시 사업은 고정 마인드셋이 강한 문화행정 조직 관성을 깨는 조직문화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작년 부산 영도 문화도시 박람회 때도 그랬지만 이번 박람회도 보통의 공공기관에서 접근하는 일의 방식과 태도와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개방성을 가지고 큰 품으로 다양한 도시와 사람들을 포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조직이 가진 품성역량 중 ‘친화력’이 좋은 조직들이 있다.

협력이 강한 팀은 팀원들의 인지역량보다 친화력이 강하다. 여기서 친화력은 함께 하는 일을 왜 하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인식하고 동기부여하고, 각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유연함을 가진 힘이다.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는 춘천 조직을 보면, 조직력도 만월(滿月)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업계 관계자라면 이들이 일하는 태도와 방식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만월의 달은 춘천마임축제와 만나 더 밝게 빛날 것이다. 이 빛을 만들기 위한 달의 이면을 보면서도 이번 문화도시 박람회가 비춰주는 ‘사람하는 도시, 사랑하는 도시’를 즐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