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문체부, 「국악진흥법」 7월 시행 앞두고 공청회 개최…“전문가 분석만 있고 현장 의견 청취 부족”
[현장스케치] 문체부, 「국악진흥법」 7월 시행 앞두고 공청회 개최…“전문가 분석만 있고 현장 의견 청취 부족”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6.10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악진흥법」 내달 26일 시행…매년 6월 5일 국악의날 지정
“‘의견 수렴’ 공청회라는 당초 취지 벗어나” 참석 국악인 아쉬움 토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지난해 7월 25일 국회를 통과해 공식 발효된 「국악진흥법」이 내달 26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3년만의 일이다. 처음 발의된 것은 2004년 ‘전통문화진흥법’이라는 이름이었다. 

「국악진흥법」에서 말하는 ‘국악’이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등과 이를 재해석ㆍ재창작한 공연예술을 말한다. 국악진흥법은 2020년 국회에서 발의된 지 3년만에 빛을 보며 국악인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이 법안은 국악산업 진흥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 역할을 부여하고 예산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국악 진흥 정책 수립・시행을 위한 실태 조사(6조)를 의무화했고, 국악과 국악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도 지원(11조)할 수 있게 했다. 15조에서는 국악 진흥을 위한 국악 관련 단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며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국악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투여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3월 14일 국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악진흥법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문체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3월 14일 국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악진흥법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국악진흥법」 시행령ㆍ시행규칙 제정을 앞두고, 국악 예술인과 관계 부처 및 지자체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오전 10시부터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시작된 공청회는, 이른 시간임에도 객석을 가득 채우며 법안에 대한 국악인들의 관심을 실감케 했다. 

문체부 강지은 공연전통예술과장이 시행령ㆍ시행규칙 제정안을 설명했으며, 이어 이정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국악진흥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 쟁점을 알렸다. 시행령 제2조 실태조사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국악 진흥 사업에 관한 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기반이다. 이정희 연구원은 “실태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현황 파악 및 사전 조사는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문인력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의 경우에도 문체부 산하 기관들에서 지원사업 형태로 파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행령 제3조는 「국악진흥법」 제11조 제4항의 위임을 받아 국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지정기준 및 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이다. 국악 전문인력은 국악 및 국악문화산업과 관련해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ㆍ운영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인재의 개념을 포괄하기 때문에 기관 및 단체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이 연구원은 “기존 공연예술 분야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에 국악 전공자가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일반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하거나 연극ㆍ뮤지컬 등 타 분야에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국악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계획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국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 공청회 현장 (왼쪽부터) 문체부 강지은 공연전통예술과장, 이정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지난달 31일 국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 공청회 현장 (왼쪽부터) 문체부 강지은 공연전통예술과장, 이정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시행령 제5조 국악의 날은 「국악진흥법」 제14조에 따라 매년 6월 5일을 국악의 날로 지정된다. 이 날은 여민락(與民樂) 기록일인 6월 5일로, 세종대왕의 뜻이 담긴 곡을 국민과 함께 즐기고 기념한다는 취지를 지닌다. 이정희 연구원은 “기존에 학교, 기관 단체 등에서 이미 수행하고 있는 활동에 덧붙여 국민들이 국악 및 국악문화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국민 대상 행사 기획을 추진해야 한다”라며 “법 제정의 의미를 퍼뜨리기 위해 국악주간에 활동하는 국악분야 종사자 뿐 아니라 국민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제안 공모와 같은 열린 형태의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국악의 날이 6월 5일로 지정될 경우 다음 날인 6일 현충일과 6월 ‘호국보훈의 달’이 지니는 의미와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행사는 5일 하루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충일의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제고의 여지가 없다는 의사를 확실히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 시간에는 송혜진 전 국악방송 사장, 성기숙 한예종 교수, 원일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이용식 한국국악학회 부이사장 등이 참석해 국악진흥법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전했다. 

시행령 안에 대한 소견을 전한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는 ‘연주자 뿐 아니라 국악의 예술 현장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영예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상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국악진흥법 시행을 계기로 지정되는 ‘국악의 날’에 국호를 단 국악대상 시상식이 기획되고, 내용면에서도 국악 분야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국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국악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어 이정희 박사의 발표문에서 상세히 논의된 바와 같이, 국악 및 국악문화산업 실태조사의 문제점은 적지 않다. 우선 국악 및 국악인, 국악단체, 국악 활동, 국악 산업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아울러 실태조사는 국내를 대상으로 삼아야 겠으나 항목에 따라 해외를 포함시켜야 한다. 향유 주체는 공연 관객 외에 온라인 구독자, 피 교육자, 방송 시ㆍ청취자가 포함되길 바란다”라고 정리했다. 

성기숙 한예종 교수는 시행령 제정안 가운데 전통무용을 중심으로 제언했다. 성 교수는 “국악진흥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용어 및 개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악진흥법에 명시된 ‘국악’이란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 등을 포함한 것으로, 우리가 흔히 ‘전통 공연예술’이라 부르는 용어와 중첩된다”라며 “국악진흥법은 명칭에서 국악을 상위개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하위에 전통음악ㆍ전통무용ㆍ전통연희를 두고 있다. 국악진흥법은 제정의 당위성 및 효용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용어 및 개념상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국가유산청의 무형유산 관련 정책은 국악을 보전 계승 및 육성ㆍ진흥하고 국악문화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둔 국악진흥법 제정 목적과 상당부분 중첩된다”라며 “입법 취지와 목적 달성을 위해 국가유산청의 무형유산 관련 업무 및 기능에 대한 역할 분담 등 합리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국악진흥법 시행령·시행규칙 공청회 토론 현장

원일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오늘날 글로벌한 영향력을 갖게 된 K-컬쳐와 한류 그리고 다음 단계를 책임질 전통 콘텐츠를, 국내외 다양한 공연 예술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보고 의견을 제시했다. 원일 감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는 과정은 전통 한류의 국제교류와 영향력의 실제적 차원에서 언제나 중요하다”라며 “개인-단체-민간회사-공공기관 등 모든 차원에서의 네트워크가 총 망라된 네트워크 풀 정보자료가 활용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창작지원에 관한 세부 과정은 <전통진흥법 TF팀> 등을 통해 세세한 과정이 설계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용식 전남대 교수는 “‘국악의 날’을 단순히 하루 지정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국악 진흥에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도서관의 날’처럼 1주간을 국악 주간으로 규정해 국악 진흥과 관련한 행사를 집중적으로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악을 포함한 문화예술의 수도권 집중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각종 지원 사업에서 지역 소재 음악기관 및 음악인에 대한 지원 비율을 일정 정도 지원하는 쿼터제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처음 공청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문체부가 알렸을 때, 많은 국악인들은 현장에서 겪고 느꼈던 문제와 개선점들이 국악진흥법에 반영되길 바라며 참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 진행은 발제자 및 토론자들이 준비한 자료를 따라가기 바빴고, 결국 현장에서의 질문은 3명밖에 받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 국악인은 “이미 발표되어 있거나, 자료를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읽어주느라 시간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자리인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청회란 중요 정책이나 법령을 시행하기 전에 의견을 널리 수렴하는 절차인데, 정작 국악인의 의견은 들어갈 기회조차 없으니 씁쓸할 따름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