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부러운 영화비디오진흥법, 아쉬운 국악진흥법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 부러운 영화비디오진흥법, 아쉬운 국악진흥법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4.06.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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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하나의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의 활용 운영하는 관련 전문가와 단체, 법률가와 함께 수 십 차례의 모임을 가져야 하고 그 논의의 결과들이 차고 넘치도록 공유되어야” 

“집을 짓도록 요구한 사람과 설계 건축 시공하는 사람들은 애써서 집을 지워 무상으로 임대 해줄 테니 그냥 감사하게 살아라만 이야기 하는 ‘국악진흥법’ ” 

대학 시절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 『법과 문학 사이』라는 책이다. 법률학자인 안경환 교수의 시선으로 문학속의 법에 대한 쉽고 깊은 해설이 법에 대한 첫 기억이다. 교양서에 읽은 법이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구나 육감적으로 와 닿은 것이 영화에 관련된 법이다.

영화에 관한 진흥 법률인 ‘영화법’의 핵심 중의 하나는 국산영화의 상영을 의무화하는 ‘스크린쿼터제’이다.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 미국이 정상회담이나 한미투자협정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스크린쿼터제 폐지’였다. 이에 맞서 1999년 6월 영화인 100여명이 삭발을 감행하고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미·임권택·이태원)’를 구성하고 응집하였다. 당시 국내 영화인들의 생존에 대한 열망은 법적 받침의 힘을 얻어 더욱 강하게 영화를 발전 시키는 전환점을 만들어 내었다. 

현재 영화산업의 발전 근간에는 영화에 관한 법이 기초하고 있어 올해 7월26일 시행되는 국악진흥법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1962년 시행 제정된 영화법은 1995년 폐지되고, 1996년 영화진흥법으로 개정되어 시행되었다. 신규제정의 이유는 “종합예술로서 국민정서와 문화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부상되고 있는 영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영화업자등에 대한 제반 행정규제를 완화하며, 각종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여 자율적인 창작여건을 조성하고, 한국영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하며, 기타 현행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하여 영화에 대한 행정규제 완화, 영상자료 관리 보존, 영화진흥금고 설치와 영화진흥공사 관리 운용 등에 관한 것을 규정하였다.

이 법 또한 2006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영화비디오법)’ 제정으로 인해 시대적 법률의 소임을 다하고 폐지되었다.

최근까지도 일부 개정된 이 법률의 제3조 (영화진흥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제2항 “영화진흥기본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의 각호를 보면서 ‘영화’를 ‘국악’으로 대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한국영화 진흥의 기본방향
 2. 영화제작의 진흥을 위한 조사·연구, 제작 기반 확충, 기술개발
 3. 영화배급 및 상영의 진흥을 위한 조사, 연구 및 개발
 4. 한국영화의 수출과 국제적 진출
 5. 영화자료의 수집과 보존
 6. 영화인력의 양성 및 영화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
 6의2. 영화산업에서 인권존중 의식 및 양성 평등 문화의 확산
 6의3. 예술영화·독립영화의 육성 및 지원
 7. 영화진흥에 필요한 재정적 기반확충을 위한 재원의 확보 및 효율적인 운용방안
 8. 영화의 국제교류 및 협력
 9. 디지털시네마 진흥 기본방향, 디지털시네마 산업기반조성, 재원의 확보 및 효율적인 운용방안
10. 영상기술 개발ㆍ표준, 디지털시네마 품질인증 및 영화상영관 등의 시설기준
11. 영상문화의 다양성ㆍ공공성 증진
11의2. 지역 영상문화 진흥
12. 영화상영관의 감염병 등에 대한 안전ㆍ위생ㆍ방역 관리에 관한 사항
13. 그 밖에 영화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영화진흥기본계획에서 돋보이는 것은 제3조의 2(영화노사정정협의회), 제3조의3(표준보수에 관한 지침), 제3조의5(표준계약서의 사용 및 확산), 제3조의 8(직업훈련의 실시), 제3조의 9(임금체불 등에 관한 제재) 등이다.

‘영화비디오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 기구로 ‘영화진흥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영화발전기금’을 설치와 기금의 용도를 정하였고, 재원은 정부의 출연금, 개인 또는 법인으로부터의 기부금품,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입금으로 조성하도록 명기되었다.

국악 진흥의 국가적, 시대적 요청에 따라 힘겹게 만들어진 국악진흥법과 ‘영화비디오법’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아쉬움을 넘어 안타깝다. 필요에 의해 집은 지었지만 들어가서 살려고 하니 실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어 굳이 새로운 집에 들어가야 하나 하는 심정이 드는 것과 같은 ‘국악진흥법’이다. 집을 짓도록 요구한 사람과 설계 건축 시공하는 사람들은 애써서 집을 지워 무상으로 임대 해줄 테니 그냥 감사하게 살아라만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법은 제정 시행 이후 개정하면 된다고 쉽게 얘기하지만 문화예술과 관련한 법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진 여러 가지 사정을 보면 국악진흥법의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악진흥법의 내용과 조문을 만들어 낼 때 여타의 다른 법들과 충분히 비교 검토해 보았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하나의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의 활용 운영하는 관련 전문가와 단체, 법률가와 함께 수 십 차례의 모임을 가져야 하고 그 논의의 결과들이 차고 넘치도록 공유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생존의 안위보다 우리 음악과 춤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에게 국가가 보호해 주고 지원 해 줘야 하는 ‘국악진흥법’의 내실을 이제라도 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