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 9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 9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4.06.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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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책방과 참외방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참외방이라니! 이름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은 입장하기 전부터 호기심을 가득 자아낸다. 이번호는 봄봄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의 생가 터가 있는 춘천 실레마을에 위치한 시골 전시방을 소개하려고 한다. 야생화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정원에 들어서면 실레책방이라고 쓰여 있는 작은 독립서점이 보이는데 정감어린 옛집의 구조로 빈티지한 가구와 책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외방은 실레책방의 별채쯤 되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일 듯 한두 사람이 들어가면 딱일듯한 곳으로 실레책방과 함께 고밀도 시골감성을 전하는 이색적인 전시공간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제공하는 독립책방 

디지털시대에 들어선지 이미 한참이다. AI로 기획서를 만들고 작품을 만드는 세상이 되다보니 종이책과 종이신문 등 글밥을 읽는 행위만으로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아낸다. 경춘선 기차를 타고 이 곳을 찾는 이들이 꽤 있다. 한적한 시골길에 자리한 이 책방은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가득하다, 가끔 책방주인이 자리를 비워도 여행자들은 조용히 책을 읽고 책을 셀프 구매하여 들고 간다. 헌책, 세계고전 명작부터 신간 그림책, 베스트셀러 등 창의력이 가득한 독립출판물까지 또 강원도史, 김유정 전문서적 등 지역의 역사 연구물까지 장르에 제한 없이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독립책방을 찾아 책 여행을 하는 일. 멋지지 않은가? 정감어린 이곳의 주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지향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똑 부러진 사고를 지닌 전직 과학교사 출신 어선숙대표이다. 금병산 아래 실레마을의 문화지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오래된 촌집을 수리하여 시작한 독립책방은 마당 역시 어느 누구든 편히 쉬어갈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곳이니만큼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고가는 곳이지만 정작 김유정에 묻혀 원주민조차 동네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 스스로 마을의 문화지킴이를 자청하였다. 이에 실레마을 도슨트 투어를 시행하고 책읽기모임을 정기적으로 주선하며 지역의 작가를 초대하여 전시회를 기획하는 등 소소하지만 요즘 말로 핫한 일을 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에 쉽지 않은 곳에서 성공적인 운영사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며 기성세대와 현시대의 감성을 묘하게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소소한 갤러리, 참외방
 
참외방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사방이 연한 노랑색 컬러의 전시방이다. 책방을 찾는 이들을 위하여 감성을 서비스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지역작가를 위한 전시공간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느낀 이 공간의 특성은 따로 있다. 바로 사색의 방이다. 입장하는 순간 ‘아 이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었을까? 이 정도의 사이즈면 딱 옛날 변소 아닌가? 이런 곳에서 현재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고 책을 읽는구나’ 생각하며 사색에 잠기고 준비된 노트에 글을 적는다. 김유정 마을답게 소소한 갤러리, 참외방의 개연성을 찾자면 김유정의 소설 ’땡볕‘에 참외가 등장한다. 땡볕은 김유정작가가 작고하기전 한달전인 1937년 2월 여성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한참 뜨거운 중복, 더운 햇볕 밑에서 덕순이는 병든 아내를 지개에 지고 병원에 갔다가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참외를 발견한다. 길쭘 길쭘하고 싱싱한 놈들이 과연 뜨거운 복중에 하나 벗겨 들고 으썩 깨물어 봄직한 참외였다. “채미 하나 먹어 볼테야?” “채민 싫어요” 아내는 속이 타는지 길 건너 팔고 있는 얼음냉수를 가르키고 이어서 부부의 대화가 오간다. 깨물어 봄직한 먹고 싶은 참외였지만 아내는 죽음을 예견하고 속이타는지 시원한 얼음물을 찾고 이후의 대화는 김유정 특유의 문체로 독자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내의 오롯한 유언이 흘러 나온다. 아마 참외방에 입장하는 관객은 문학작품과 참외방을 연결지어 사고하며 잠시나마 비운했던 소설속 1930년대를 상상할런지도 모른다. 

이 노란 참외방은 사색의 축복과 함께 따스한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소소한 갤러리, 참외방의 좋은 전시 소식을 고대해본다. 책을 읽으러 왔다가 참외방에서 좋은 작품을 마주하고 뜰에 앉아 맑은 하늘을 본다. 가끔 도시생활에 지쳐 흙을 밟고 싶을 때, 사랑하는 이가 그리울 때, 경춘선을 타고 이곳에 오라. 실레책방 바로 맞은편 ‘피터팬의 공식’’다른 길이 있다‘를 제작한 영화감독 조창호의 작업실 영화사’몸‘이 있다. 시골마을이지만 문화예술의 움직임이 가득하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곳이다.

실레책방: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금병의숙1길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