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 바이엘 5번 치고 사과 10개 칠하기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Human Library] 바이엘 5번 치고 사과 10개 칠하기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 독립기획자 양수영
  • 승인 2024.06.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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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을 연습한 만큼 연습장에 그려진 과일을 색칠하라는 숙제를 받은 경험은 꽤 많은 사람이 가진 기억이다. 연습하다가 금방 질려 5번 치고 10개의 사과에 색칠하는 편법을 써봤던 경험까지도. 2030세대는 이전에 비해 유년기에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등의 예술 사교육을 많이 받기 시작한 세대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아이의 창의성과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상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억지로, 누군가는 재미로 경험한 이 예술 교육들은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피아노 위 사과  (사진=pinterst)
▲피아노 위 사과 (사진=pinterst)

반복되는 지루한 연습으로 얻은 것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모두가 공유할 만한 아름다움의 판정 기준 중 연습이 있다고 하였다. 아름다운 예술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고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배우는 예술 앞에서 연습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 누군가는 싫증을 내며 학원을 그만두기도 한다. 반면에 연습 과정을 이겨내며 부족한 점을 고쳐보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결국 해냈을 때의 성취감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예술적 능력의 향상뿐만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도 갖추게 된다. 실수하는 부분이 확실히 드러나고, 해결 방법도 명확하기에, 해결 과정을 그대로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어떤 문제를 마주하든지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도 하고, 흥미를 붙여 전문적인 예술인의 길을 걷기도 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들이 많은 이유도 이르게 시작하는 훈련으로 인한 영향이 있지 않을까.

협업도 학습이 필요하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협업하는 능력 또한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이 있듯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학교에서 예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합창단, 연극부, 오케스트라 등의 활동은 학업에서는 얻기 어려운 협력을 배우게 한다. 경쟁적인 학업을 겪게 되는 학창 시절에 점수를 내지 않아도 되며, 주변 사람들과 예술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일은 협력 과정에서 필요한 미덕을 배우게 한다. 학교는 공부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학생들에게 사회성도 학습시켜야 하기에 이런 수업들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사교육으로 예술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공교육에서도 단순히 평가를 위한 수업에만 치중하기보다, 예술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을 경험할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려면

많은 연구가 입증했듯이, 유년기의 환경이나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물론 성인이 된 이후부터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어린 시절에 예술을 교육받은 사람은 조금 더 넓은 시야와 지식으로 문화예술의 감상이 가능하다. 아는 게 많을수록 얻는 것도 더 많을 수밖에 없고, 비슷한 경험은 습득이 더 빠르도록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종속,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 빠질 수 없는 경제적 문제 등으로 금세 피로해지곤 하는 우리의 삶에서 예술은 조금이나마 우리를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던 예체능 학원들은 자녀가 예술을 통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에서 양산된 면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성실하게, 혹은 거짓으로 색칠한 사과 10개가 아직도 기억난다면, 결국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