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생활관광 실험
종로의 생활관광 실험
  • 강신겸(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2.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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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의미 있는 시도 필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는 780만명. 이 가운데 약 75%는 서울을 찾는다. 수많은 역사문화 관광자원과 비즈니스의 중심인 종로는 명동,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다. 그래서 종로는 한국관광의 일번지이다.

  경북궁, 경희궁, 창경궁, 덕수궁과 같은 고궁과 인사동, 북촌마을과 같은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물론 미술관, 박물관 같은 풍부한 문화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북악산, 인왕산, 낙산은 대표적 자연명소이며, 끊임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종로 또한 그 자체로 명소이다. 이처럼 잘 알려진 관광자원외에도 골목마다 매력적인 자원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는 그동안 관광에 관심이 없었다. 관심 없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관광객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도시관광은 관광지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관광과는 접근방법이 달라야 하며, 역시 많은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있었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자원을 재발견해 구슬처럼 꿰고 엮어 이야기를 덧붙이고 상품화하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해야 한다.

  최근 관광진흥을 위한 종로구의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종로구는 문화관광국을 신설해 문화와 관광관련 사업을 지원·육성하고, 관광객 유치활동 등 문화·관광 진흥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민관협력단체인 종로구문화·관광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시스템과 인프라를 정비했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보유한 동네 골목길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곳을 ‘고샅길 20코스’로 지정, 브랜드화에 나섰다. 종로구 곳곳에는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 골목마다 꿈틀거리는 옛 이야기를 관광상품화하여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또한 한식과 한옥을 결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 광장시장 등 전통이 살아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선보이는 체험상품이다. 이미 락고재(樂古齋)와 같이 한옥과 한식을 체험할 수 있는 몇몇 한옥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성공가능성이 높다.

  늦었지만 참신하고 의미 있는 시도이다. 체험관광의 시대이며,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를 온전히 체험시키는 ‘생활관광(生活觀光)’이다.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역사문화자원이나 명소중심의 볼거리 관광에서 벗어나 관광객들이 맛을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종로구의 관광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잠재자원을 발굴하여 상품화하는데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종로다움’을 지향하는 창의력과 문화마인드, 혁신적 운영 등 소프트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

  금년은 ‘한국방문의 해’이다. 더 이상 랜드마크나 볼거리 중심의 관광명소로는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을 통해 문화와 이야기를 나누는 생활관광 콘텐츠가 필요하다. 종로의 관광 실험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강신겸(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