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훈의 클래식비평]누오바오페라의 '나비부인'에 청중들 감동의 눈물
[이채훈의 클래식비평]누오바오페라의 '나비부인'에 청중들 감동의 눈물
  • 이채훈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 전문기자, '모차르트 평전' 저자
  • 승인 2024.07.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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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상 임세경, 탁월한 노래와 연기로 뜨거운 갈채
지휘자 양인모, 뚝심있는 템포로 안정된 음악 주도
제2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막바지 열기
▲이채훈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 전문기자, '모차르트 평전'저자
▲이채훈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 전문기자, '모차르트 평전'저자

푸치니 <나비부인>은 여주인공이 작품의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 ‘프리마돈나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소프라노 임세경은 1막부터 3막까지 비련의 주인공 초초상을 열연하여 큰 갈채를 받았다. 뛰어난 노래와 연기는 물론, 엄청난 체력과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역할을 임세경은 훌륭하게 소화했다. 2막 ‘어떤 갠 날’ 끝부분, 호흡이 벅차서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에도 청중들은 뜨거운 감동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8일 저녁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누오바오페라단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나비부인>으로 올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질적 수준을 드높였다.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초초상의 이야기로, 이탈리아 · 미국 · 일본에서 공연될 때 여성 관객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곤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막 ‘어떤 갠 날’의 안타까운 선율이 흐를 때, 3막 초초상이 자결을 결심하며 아이에게 사랑을 토로할 때 많은 청중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핑커튼을 맡은 테너 이승묵은 처음에는 다소 산만했지만 뒤로 갈수록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1막 ‘세상을 누비는 양키들’은 어려운 고음 부분을 매끄럽게 잘 처리했고, 임세경과 함께 부른 ‘사랑의 이중창’은 환상적인 앙상블로 청중들을 압도했다. 1막에서는 성량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었지만, 3막에서는 충분한 성량으로 오케스트라와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스즈키 역의 메조소프라노 권수빈은 첫 음표부터 훌륭한 목소리로 호감을 주었고, 끝까지 초초상의 반려자로 제 몫을 다했다. 

푸치니는 <나비부인>을 “내 작품 중 최고”라고 불렀다. 그만큼 음악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바그너풍으로 쉼 없이 이어지며 가사 내용에 따라 미국 국가, 일본 민요, 울새 소리의 모티브가 등장하고, 핑커튼의 편지를 읽을 때 ‘허밍 코러스’의 선율이 흐른다. 지휘자 양인모는 변화무쌍한 감정 변화의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루바토를 구사했고,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휘자와 한 몸이 된 듯 일치된 호흡으로 안정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무대와 객석의 분위기 변화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템포를 유지한 지휘자의 뚝심은 대단했다.

▲누오바오페라단 '나비부인'의  드레스리허설의 한 장면.(사진=누오바오페라단)
▲누오바오페라단 '나비부인'의 드레스리허설의 한 장면.(사진=누오바오페라단)

임선경의 연출은 주인공 초초상과 핑커튼 뿐 아니라 스즈키, 샤플레스, 고로, 본조 등 다양한 인물의 성격을 잘 부각시켰다. 무대는 1막~3막 모두 초초상의 집이기 때문에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데, 이날은 파도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언덕처럼 보일 수도 있는 디자인을 배경으로 다양한 크기의 천을 드리운 뒤 조명의 변화로 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삼촌 본조가 격노할 때 파도가 몰아치고, 사랑의 이중창이 펼쳐질 때 밤하늘의 은하수가 흐르고, 초초상이 핑커튼을 맞이하려 할 때 오색 꽃잎이 날아다니는 등 아름답고 세련된 이미지가 펼쳐졌다. 초초상이 죽는 순간 천들이 땅에 떨어지도록 한 건 가슴을 두드리는 연출이었다. 

사소한 점이지만, 초초상의 아이로 초등학교 2학년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자장가를 불러줘야 하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 미국에 보내는 게 낫겠다고 말하기엔 아이가 너무 커서 어색했다. 내용상 2살로 해야 맞겠지만, 5~6살 정도 어린이를 기용하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미군 장교 핑커튼이 ‘나쁜 남자’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하기 어려운 것은 원작의 한계일 수 있다. 핑커튼은 1막에서 초초상과 장난으로 결혼하며 “미국 가서 진짜 결혼할 거”라 하고, 3막에서 아이를 데려가는 게 초초상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그가 3막에서 ‘잘 있거라, 꽃피는 사랑의 집’을 부르는 것은 설득력이 모자라 보인다. 그는 자기 욕망을 채우고자 했을 뿐 진심으로 초초상을 사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오바오페라단 '나비부인'의  드레스리허설의 한 장면.(사진=누오바오페라단)
▲누오바오페라단 '나비부인'의 드레스리허설의 한 장면.(사진=누오바오페라단)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나비부인>의 스토리를 베트남에 그대로 옮겨 놓은 작품이란 건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의 남자 주인공 크리스는 ‘나쁜 남자’로 보이지 않는데, 핑커튼 중위는 왜 이 모양일까? 작곡자 푸치니가 자신을 핑커튼에게 투사하여 위악적으로 그렸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자신이 버린 여인 코리나의 이미지가 초초상에게 각인돼 있는 셈이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며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푸치니 x 유윤종, 아르테, pp.220~245 참조) 

내년 창단 20년을 맞는 누오바오페라단(예술총감독 강민우)이 더욱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와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