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목조관음보살상, 네덜란드국립박물관에 가다
조선시대 목조관음보살상, 네덜란드국립박물관에 가다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7.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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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국립박물관 아시아관 2년간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18세기 조선의 승려가 조각한 보살상, 목조관음보살상이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를 찾았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4년 7월부터 26년 5월까지 약 2년 간  네덜란드국립박물관(Stichting Het Rijksmuseum, 관장 Taco Dibbits) 아시아관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인 <목조관음보살상>을 특별 전시한다. 

▲목조관음보살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목조관음보살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네덜란드국립박물관은 ‘라익스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반 고흐 등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한 네덜란드 회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렘브란트의 <야간 순찰대>,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 약 100만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네덜란드국립박물관과 지난 2년간 중국과 일본 불상만 있는 아시아관에 조선시대 불상을 전시하기 위해 협의해 왔다. 이번 전시는 두 기관이 2023년 12월 전시품 대여 및 한국코너 개편 지원 등 교류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후 한국실 지원 사업으로 진행하는 첫 번째 결실이다.

▲네덜란드국립박물관 전경
▲네덜란드국립박물관 전경

꽃을 든 보살, 목조관음보살상

관음보살은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보고 듣는다는 데서 유래한 자비의 화신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소장품은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목조관음보살상’으로,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다.

조선시대는‘승려 장인(匠人)의 시대’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큼, 수행승이면서 전문능력을 지닌 조각가가 활동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전쟁이 끝나고 사회의 기반 시설이 폐허가 되었을 때, 궁궐과 도성을 재건하는데 앞장섰던 승려들 중에는 불상을 조각하거나 불화를 그렸던 수많은 장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이 상은 조선 후기에 승려 장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불교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상을 조각한 승려의 이름은 전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표정, 양 어깨에 드리운 머리카락이나 구불구불한 옷 주름 등의 독특한 표현 방식에서 조각승 진열(進悅)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열은 부산 범어사 관음전 관음보살상의 작가로, 1700년대 중반에서 1720년대 전반까지 수조각승으로 활동했다. 

▲불상 이전 모습
▲불상 이전 모습

목조 보살상의 보존과 제작 과정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부는 전시품을 보존 처리하던 중, 보관(寶冠)의 장식이 본래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별전 준비팀과 입수 당시의 자료 및 양식적 특징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면서 후대에 잘못 결합한 부분을 찾아내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불상의 컴퓨터 단층 촬영(CT)으로 상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몸체와 대퇴부 이하 무릎 부분의 목재는 따로 조각해 접목하고, 몸통과 연결할 때는 ㄷ자 모양의 거멀쇠를 사용했음을 알게 됐다. 

조선시대 목조상은 두 손과 머리에 쓰는 보관, 손에 든 연꽃을 별도로 조각해 끼우므로 제작 당시의 것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 상은 승려 조각가가 만들었을 당시의 원형을 잃지 않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불상의 접목 거멀쇠 부분 CT 사진
▲불상의 접목 거멀쇠 부분 CT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네덜란드는 유럽의 대표적 중계무역지이며, 비영어국가 중 영어구사능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로 세계인을 향한 개방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7세기 조선의 생활상을 유럽에 처음 소개했던 하멜의 나라이기도 한 이곳 네덜란드에서 조선의 불상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중요한 문화 사절이 될 것"이라며, "시간의 경계를 넘어 전통과 현대 모두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새 바람이 암스테르담에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네덜란드국립박물관 정원에서는 한국 현대 작가인 이우환 작가의 전시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