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동안 숨죽여야 했던 ‘진관사 태극기’전
90년 동안 숨죽여야 했던 ‘진관사 태극기’전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2.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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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458호로 지정된 ‘진관사 소장 태극기 및 항일독립신문’ 최초 공개

지난 90년 세월동안 벽 속에 숨겨져 있던 진관사 소장 태극기 및 항일독립신문이 최초 공개된다.

진관사 태극기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는 3ㆍ1절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진관사 태극기전’을 연다. 이 전시는 2009년 새롭게 발굴돼 등록문화재(제458호)로 지정된 진관사 소장 태극기와 항일독립신문을 최초 공개하는 특별전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진관사 태극기는 지난해 5월 26일 진관사 칠성각(서울시 문화재자료 제33호) 해체복원 중 불단과 기둥의 해체과정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태극기는 색이 변하고 왼쪽 윗부분이 불에 타 약간 손상된 상태였지만 형태는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크기는 가로 89㎝, 세로 70㎝, 태극의 직경은 32㎝로, 태극기의 4괘는 현재의 국기와 비교했을 때 리, 감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이는 1942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가 제정한 국기 양식과 동일하다. 태극은 청색과 적색이며, 현재의 국기를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진관사 태극기는 여러 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태극기가 발견된 것은 진관사가 현재까지 유일하다. 사찰 중에서도 인적이 드믄 칠성각에 비밀스럽게 숨겨놓았다는 점은 당시 불교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항일운동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대변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진관사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그려졌다는 것이다. 이는 일장기를 거부하고 일본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진관사 태극기와 함께 발견된 독립신문 제30호 1면

한편 태극기 속에는 3ㆍ1운동 직후, 국내에서 발간된 지하신문과 중국 상해에서 간행된 신문이 둘둘 말린 채 함께 발견됐다. 태극기와 함께 발견된 독립운동사 사료는 <신대한> 3점과 <독립신문> 4점, <조선독립신문> 5점을 비롯해 <자유신종보> 6점, 경고문 2점 등 20점에 이른다. 이 자료들은 모두 태극기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칠성각 기둥 사이에 태극기를 숨겨놓은 것은 누구일까. 바로 진관사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 승려 ‘백초월’이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14세에 영원사로 입산, 출가해 영원사, 해인사에서 수행 이후 영원사 조실, 범어사 강사를 역임했다. 3ㆍ1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3ㆍ1운동 불교계 민족대표 한용운을 대신해 불교 독립운동을 주도, 진관사와 진관사 마포포교당을 근거지로 삼아 전국 사찰을 왕래하면서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백초월은 진관사에서 보살계 법회를 통해 군자금을 모금하고, 임정의 독립신문과 비밀 지하신문을 배포했다. 진관사 태극기는 함께 발견된 신문류의 발간일로 미뤄봤을 때, 그가 진관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1919년 숨겨 놓은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