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선, 소리로 감싸 안는 불안…성북구립미술관 《김도희·빛선소리》展
빛, 선, 소리로 감싸 안는 불안…성북구립미술관 《김도희·빛선소리》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7.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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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8.3, 성북예술창작터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성북 지역 기반 활동 작가 중 젊은 현대미술 작가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기획전시가 마련됐다. 성북구립미술관은 《김도희·빛선소리》展을 내달 3일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개최한다.

▲김도희, 빛선소리, 2024, 목탄, 사운드드로잉설치 @성북예술창작터
▲김도희, 빛선소리, 2024, 목탄, 사운드드로잉설치

1979년생인 김도희는 실험성과 독창성을 갖춘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모색2014》에 선정되며 일찍이 큰 주목을 받았다. 다소 파격적이며 인상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회화, 사진, 영상, 출판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

이번 전시는 압도적인 규모와 독창적 형식으로 큰 감흥을 주는 신작인 ‘벽면 사운드드로잉’ <빛선소리>(2024)를 포함, 신작의 본질과 맥락을 보여 줄 수 있는 과거 작품들, 사포 위에 손톱으로 그린 <손톱산수>(2004), 퍼포먼스 기록영상 <물새의 깃털처럼>(2020)과 <하울링>(2015)과 ‘관객 체험 작품’ 등 총 9점으로 구성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43미터에 달하는 신작 <빛선소리>(2024)다. 전시장 1층에서부터 2층 나선형 구조물의 구석진 공간에 이르기까지 약 43미터 길이의 벽면, 그리고 그 위에 겹겹이 올려 진 목탄 드로잉의 향연은 큰 충격과 감동을 준다. 온 몸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묘한 사운드, 믿을 수 없는 노동량을 떠올리게 하는 선들의 총합인 <빛선소리>(2024)는 ‘소리를 그림으로 옮긴’ 작업이자, ‘소리와 함께 완성된 그림‘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자기 신체’인 손바닥으로 전시장 벽면을 마찰하며 듣게 되는 소리를 중첩된 선들로 표현해 냈으며, 이를 "촉각적 소리에 감응한 움직임이 시각화 된" 작업이라고 말한다. '소리와 진동', '행위와 노동' 은 작가가 과거부터 표명하고 실천해 온 주요가치로서, 이번 신작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김도희, 손톱산수, 2004, 사포 위 손톱으로 드로잉
▲김도희, 손톱산수, 2004, 사포 위 손톱으로 드로잉

신작과 나란히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바로 작가가 20년 전에 캔버스 대신 사포를 이용해 제작한 <손톱산수>(2004)다. 제목 그대로 사포 위에 손톱으로 긁어서 산수를 그려낸 작품이다. 겸재 정선의 ’만폭동도(萬瀑洞圖)‘를 깔깔한 사포 위에 손톱으로 모사한 이 작품은 2004년도 대학원 실기 시간에 수업의 일환으로 그린 것이다. 이는 서구미술 담론의 기계적 답습이 아닌, 바로 자신의 신체와 감정, 생각과 경험의 토대 위에서 ‘진짜 예술’이 가능하다는 믿음의 발로로 해석된다.

작가 김도희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지친‘ 상태를 그 누구보다 선명하게 깨달았고 그 회복을 위해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과 시간을 기획자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성북예술창작터를 일종의 아트 레지던시(Art Residency), 즉 작가의 작업실로 삼고 20여 일 간을 오가며 신작 사운드드로잉설치 <빛선소리>를 제작해 냈다. 이는 깊은 고요와 몰입의 시간이 준 이 산물이다. 

성북구립미술관 관계자는 “캄캄한 은둔의 시간을 통해 자기(self) 회복을 이루는 변증법적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23일 성북예술창작터 1층 전시장에서는 전시 연계로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된다. 김남수 평론가, 양효실 평론가가 참여하며, 참가자는 오는 15일 이후 성북예술창작터 인스타그램에서 선착순으로 20인을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