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한복인생, 한복 연구가 ‘박술녀’
외길 한복인생, 한복 연구가 ‘박술녀’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1.1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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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양 보다 안감과 솔기 섬세함이 더 중요

‘한복을 참 잘 만드는 집, 박술녀 한복’을 운영하고 있는 박술녀 한복연구가는 한복에 관한 한 지고지순한 순정파다. 50년 평생을 한복 하나만 옹골차게 고집해온 그녀는 어느새 가장 편안한 한복을 만드는, 연예인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한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2008년은 그녀에게 한층 뜻 깊은 해였다. 한국관광문화대상에서 한류문화브랜드대상을 수상했으며 모 잡지가 주관한 ‘올해의 여성 CEO 대상’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올해(2008년) 상복이 많으시다는 말로 인사를 건네며 여성 CEO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말씀 부탁한다고 하자 그녀는 인내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저는 끈기를 강조하고 싶어요. 보통 한 직종에 종사할 때 3~4년 후면 한계를 느끼며 유학 등으로 떠나버리고 변동 사항이 생기죠. 우리집은 7년은 있어야 제자로 인정합니다. 땀은 거짓말 하지 않아요. 참을성이 있으면 좋겠어요.”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랬다. 그녀는 평균적인 잣대로 봤을 때 조금 늦은 나이인 26세에 한복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한복에 대한 열정을 단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단다.

“한복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꿨어요. 우린 가난했지만 어머니가 한복을 잘 차려입고 다니셨어요. 다른 자녀들은 관심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7남매 중 제가 어머니 옷을 자주 꺼내봤죠. 더 예쁘게 정리해서 입혀 드렸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도 했고요.

 예민한 감수성, 명품한복 만들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특이했다고 한다. 공부할 나이에 유난히 멋 내기 좋아하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이었다. 강해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뒷산 대밭에서 대가 바람에 나부끼면 슬픔을 느끼며 시 한수 써볼까 하기도 하고 진달래가 빨갛게 펴 동산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 글로 어떻게 표현해 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다못해 등산을 가도 등산복인 곤색 추리닝에 화려한 초록색 반팔 옷을 걸쳐 입는 등 자신을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학생이었다. 지금도 미용실을 갈 때 협찬보다 자신을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곳을 찾아간다. 이런 끼와 열정은 지금의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명품한복 제조가 박술녀를 존재하게 했다. 그녀에게 박술녀 한복이 명품 한복이 된 비결을 들어봤다.

“저는 한복의 겉모양뿐만 아니라 안감의 고급화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안감은 옷의 편안함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바느질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저희 한복은 이음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작업을 해요. 난이도가 있는 바느질로 섬세하게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지요. 특별히 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복에 현란한 그림이나 수를 잘 넣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10년을 입어도 질리지 않죠. 한복은 일할 때 입는 옷이 더 이상 아니잖아요. 10번이든 20번이든 제대로 된 다림질을 해서 품격이 돋보이는 한복을 만들어야죠. 화사함과 단아함을 최우선으로 하고 무늬가 없이도 화려하게, 현란하지만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 한복의 수명을 이어가는 힙입니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 ‘조연’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

한복을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이음선이 안 느껴지게 바느질을 하는 것, 솔기가 울지 않는 것이라는 박술녀 씨. 평범한 듯한 비결이 시시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박술녀 한복은 바느질 완성도가 극에 달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명품이라고 말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솜씨만으로도 안 되고 천부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발산하며 환하게 웃는다. 바느질 솜씨와 천부적인 감각, 그것만으로도 그녀를 따라가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었다.

“저는 연예인들 많이 만난다고 하지만 골프도 안하고 절대 술이나 담배도 그들과 같이 하지 않아요. 하물며 주유소 기름 넣는 것도 절대 근무시간인 아침 7시에서 9시 사이에는 넣지 않고요. 지금의 제가 있는 건 곁눈질 하지 않고 오로지 몰입한 결과예요. 저는 이상하게 노는 것에 취미를 별로 못 느낍니다. 몇 년 전 갑상선 수술을 받은 이후로 피곤함을 많이 느끼게 되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교수로도 초빙 받았는데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박술녀 한복’ 하나 지켜가는 것만도 벅찬데 어떻게 강의까지 할 수 있을지 싶어서 말이죠.”

박술녀 한복 예쁘고 편해 연예인들에 인기

▲김희선 씨와 박술녀 씨

이 쯤 되면 그녀를 다가가기 벅찬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겠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조연’을 생각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다. ‘인어아가씨’ 장서희 씨가 조연이었을 때 그녀를 협찬 해왔던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연예인들이 사이에서 한복이 유명해진 이유는 한복이 예뻐서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저는 항상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신인이든 뭐든 하면 협찬을 하면 열심히 하고 안하면 아예 안 해요. 차별하지 않지요. 서희가 의리가 있어요. 어렸을 적부터 한복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요. 제가 베풀어 준 것을 안 잊고 지금도 무슨 도움이 될까하고 뛰어와 주는 것이 늘 감사하죠. 요새 연예인들도 한복이 예뻐야 옵니다. 또 편하니까 찾지요. 장동건 씨, 이나영 씨 같은 경우 늘 우리 것만 입고요. 김희선씨도 신정날도 한복 입는다고 빌려갔어요. 연예계 스타들과도 친분이 많은 건 우리 옷을 많이 입게 한 결과죠. 협찬도 많이 했고요. 10년 전 월세를 7~8백 넘게 내더라도 옷을 빌려주고 했어요. 적극적 인 마케팅도 했습니다. 한복으로 번 돈을 한복으로 썼지요. 연말에는 가방 200개 만들어서 코엑스에 뿌리기도 했고요. 다른 것에 곁눈질하지 않고 재투자한 결과 같아요. 돈을 쫒기보다 명예를 쫒았던 거죠.

문화 컨텐츠로 한복 활성화 시키려면 국민들 많이 입어야

'미수다'의 미녀들과 박술녀 씨
그녀의 스승은 유명한 이리자 선생이다. 몇 년 전 한복 박물관을 개관 했다가 더 많은 준비를 위해서 잠시 휴관 하고 있는 이 선생의 예를 들며 한복 박물관을 운영하시려는 생각은 없는지 물어봤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런 계획은 전혀 없어요. 여러 가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힘들 것 같네요. 한복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할 것이고, 아이들이 물려받는다면 감사한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한복을 지키고 싶어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한복을 활성화 시려는 노력을 많이 펴고 있는데 그러려면 국민이 한복에 갖는 관심이 높아져야 가능하다고 봐요. 국민이 관심을 가져 주지 않으면 한복은 점점 잊혀 지게 되지요. 저더러 외국에 가서 쇼하라는데 저는 안합니다. 국내에서 쇼를 하더라도 거의 6개월간 허덕여요. 양장이라면 쇼가 끝난 뒤 홍보가 되니까 판매가 많이 되지만 한복은 좀처럼 지갑이 안 열리지요. 외국인들도 박수는 많이 치지만 지갑은 열지 않습니다. 자기네 옷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 옷을 세계에 더 알리려면 더 많이 입어줘야 합니다. 한복을 입는 수요가 자꾸 줄고 그런 것에 대한 슬픔이 있습니다. 명품은 몇 백만원이라도 선뜻 사지만 한복을 사러 와서는 여러 번 고민하지요.”

새해, 연꽃 컨셉 한복 패션쇼 앞둬

오는 13일 하얏트호텔에서 한복 패션쇼를 앞두고 있는 그녀는 이번 쇼의 컨셉을 연꽃이라고 소개했다. 연꽃, 누비에 밍크털을 부착해서 우리 것도 화려하면서 명품으로 오래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싶다는 그녀는 새해의 각오도 남다르다.

“지금으로서는 패션쇼가 가장 큰 행사니까 잘 치러야죠. 요즘 불경기라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외부적인 탓을 해서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때일수록 학생은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죠. 저는 항상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나를 더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해요. 앞으로 제 정신력이 받쳐주는 데까지 일하려면 운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열심히 살았기에 오늘날 제가 있는 거겠죠. 제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제가 명문대학 나온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겠어요. 저는 그런 것 없이도 실력으로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복계에 점을 찍었다면 앞으로는 선을 긋고 싶습니다. 그냥 묵묵하게 지금처럼 하는 거죠. 공부하고 구상하면서 말이예요.”

인터뷰: 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