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비대위 구성은 어불성설” 논란 일축 국악협회, 계속되는 내부 갈등
[Hot Issue] “비대위 구성은 어불성설” 논란 일축 국악협회, 계속되는 내부 갈등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8.14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회 “지난 6월 말 비대위 구성 기사는 오보, 당사자 확인 마쳐”
이사장직 걸린 ‘대의원’ 문제 남아…“법원 최종 선고 후 총회 개최 예정”
‘비대위’ 실체 없지만 회원들 우려 여전, “이미 두 동강 난 협회, 자성의 목소리 모을 시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국악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역할의 ‘한국국악협회’(이하 국악협회)가 이사장 자리를 두고 수년간의 법적 분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최근 협회 내 비대위 구성 소식까지 전해지며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 

▲한국국악협회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한국국악협회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지난 6월 28일 김학곤 한국국악협회 수석 부이사장을 중심으로 ‘제28대 이사장 선거를 위한 8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이어, 이들은 지난달 18일 제2차 모임을 통해 한국국악협회(이하 협회)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 매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국국악협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전체 위원 10명 중 8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통해 비대위는 가장 최근 논란이 됐던 ‘3억 원 상당의 해외 국제교류 보조금의 사용 절차’ 확인과 더불어 8천 5백만 원 상당의 ‘선인추모기금’, 3천만 원 상당의 ‘장학기금’ 사용 경위 등을 지적했다. ‘선인추모기금’은 국악계 선인들을 추모하고 그 뜻을 기리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조성된 목적기금이며, ‘장학기금’은 후학을 교육 및 양성하기 위해 국악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성금으로 모인 목적기금이다. 

협회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이용상 이사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기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먼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이 이사장은 “협회 운영과 관련해 이견이 있는 소수의 회원들이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보도를 접한 후 실명이 거론된 회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확인 결과 본인 의지와는 다른 보도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국악협회는 아주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태이다. 괜한 외부의 분란에 회원들이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임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임웅수 씨가 이사장으로 당선된 선거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무효로 확정됐다. 이에, 저는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거에 의해 구성된 집행부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것이다”라며 “협회 법인 등기에도 2022년 4월 21일부터 현 이사장인 이용상이 대표권을 갖는다고 되어있다. 이사장의 임기는 4년이기에, 앞으로 임기를 둘러싼 논란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광현 국악협회 사무총장은 “비대위 측으로부터 아직 한 번도 연락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 구성되기 전에도, 구성된 후에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 구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사장직 공석이나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사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구성됐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합리적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고 3억 원 지원 해외 공연, 회원 “국악인 예우 아쉬움” - 협회 “과정ㆍ결과 문제없어”

지난 6월 4일부터 8일까지 일본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와 국악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공연이 개최됐다. 문체부의 후원과 국악협회의 주관 아래, 2024 해외 국악공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83명의 국악인이 ‘한국 전통 연향과 전통 음악의 만남’ 무대를 선보였다. 해당 지원사업으로 국악협회는 문체부로부터 국고 3억 원을 지원받았으나, 공식적인 의사 결정 과정인 이사회 안건 보고 없이 지원금을 임의로 지출했고 이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출연료 정산 등의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해외 공연에 참여했던 한 협회 회원은 “국악협회 이사장이 국회에서 쪽지예산으로 받아와 갑자기 잡힌 공연이다. 문체부도 이미 정해진 후에 보고를 받은 거로 알고 있다. 문체부에서 사업계획서를 확인할 땐 이미 예결위까지 통과한 상태라, 그쪽도 어떻게 하진 못 하고 수정할 사항만 지적하여 보완할 수 있게 했다”라며 “다만, 이사장도 예산에 대한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진행하느라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거다. 여력이 있었다면 비용을 선집행 했겠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었기에 지금의 논란이 불거진 것 같다”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한 연주자는 “우리 국악인들이 해외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다. 협회 측에서 국제 행사를 기획해 국악인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행사 추진이 이유였던건지,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고 행사에 우리를 맞추는 느낌이 들어 공연 외적으로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행사의 중심이 국악인인만큼, 보다 예우를 갖춰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갑자기 결정되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해하려 하다가도, 행사 이후 대처까지 무책임한 것을 보니 협회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국제교류 행사 진행 당시 출연료 부분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모두 해결된 상태이다. 비대위가 현 이사장의 문제로 꼽는 선인추모기금과 장학기금은 이전 임기를 지낸 이사장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며, 사실 목적기금에 대해서는 비대위 구성원들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용상 이사장은 “해당 사업은 사전에 이사회에 2회 보고했고, 6월 2일 긴급이사회에서 세부예산 보고ㆍ승인도 받았다. 협회는 회원들의 도움 아래, 오사카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해당 공연의 결과를 폄하하고 부정적으로 다루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협회와 회원 모두를 모욕하는 악의적인 보도로 참여 회원들도 매우 분개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오사카 공연 이후 프랑스 파리 공연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협회에서 비대위 구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두 차례 회의까지 마쳤다는 비대위의 입장도 함께 담고자 김학곤 비대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8월까지 미뤄진 2024 신년 정기총회

아울러, 매년 1~2월에 개최되던 협회의 정기총회는 8월로 들어선 지금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국악인들은 전년도 사업 보고와 회계보고, 당년 사업계획과 예산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전면 박탈당한 채 손 놓고 7개월을 보낸 셈이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협회도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10일, 전국 16개 광역시ㆍ도 지회장과 13개 분과위원장 앞으로 현 상황을 설명하고 추후 일정을 간략히 밝히는 입장문을 발송했다. 

입장문에서 협회는 “임웅수 전 이사장의 당선 무효가 된 주요 원인은 ‘이사회에서 심의하지 않은 분과 대의원 13인의 총회 참석 및 선거 개최’였다. 이러한 가운데, 해당 대의원이 참석하는 정기총회를 개최한다면 이 또한 정관 위반이 되기에 현재로서는 총회 개최가 어렵다”라며 “8월 30일 최종 판결 이후 정기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입장문을 받고 몇 번을 다시 읽어 봤다. 8월이 되도록 총회가 열리지 않고 있으니 이에 대한 설명은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협회의 해명은 오히려 협회와 현 이사장의 위치를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닌가. 자승자박이다”라며 “전 이사장의 당선을 무효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이 분과 대의원이었다면 그 부분을 가장 먼저 해결하며 임기를 시작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 발목 잡은 ‘비대위’, 현 이사장에 자유 줄까

한편, 제27대 이용상 이사장이 협회의 업무를 개시한 지 2년 반이 넘은 현재까지도 이사장 자격을 둘러싼 소송은 끝나지 않고 있다. 임웅수 전 이사장의 당선을 무효화시킨 ‘대의원 자격’이 이번엔 이용상 이사장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임웅수 전 이사장은 자신의 선거무효 사유와 동일한 ‘무자격 대의원’으로 구성된 임시총회에서 이용상 이사장이 선출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당선이 무효라면 이 이사장의 당선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용상 이사장은 지난 2022년 4월 21일 개최된 긴급임시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나와 무투표 선출됐다. 현재 이를 둘러싸고 2023년 총회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이며, 이달 30일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용상 이사장은 “대의원 자격에 관한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한 후, 총회를 개최하려 계획 중이다”라며 “제가 많이 부족한 탓에 여러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잡음이 생기는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국악계 선배 제현의 중지를 모아 국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협회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한 회원은 수년간 봉합되지 않고 지속되는 내부 갈등이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말한다. 그는 “애초에 선거 관련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가 반성할 만한 커다란 사건이자 계기라고 생각한다. 정관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지점을 그동안은 관행적으로 넘어갔지만, 걸고 넘어지는 사람이 없으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누군가가 문제 삼으니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모이는 협회의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은 피치 못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협회들 역시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협회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해 자신을 포함한 국악인들을 품을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금의 협회는 두 동강 나 있다. 비대위가 사실상 논란만 남기고 흐지부지 됐지만, 팩트는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 외부에서 볼 땐 ‘국악협회’를 하나로 본다. 내부 싸움이 지속될수록 회원들의 신뢰도 사라질 것이고, 협회가 흔들리면 ‘자리’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나부터가 익명 뒤에 숨어 의견을 전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자성의 목소리가 반드시 모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협회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이사장을 비롯한 협회 측은 본지 기자에게 누차 “현재 협회는 아무 문제가 없이 평화로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단 이번 비대위 구성 논란뿐 아니라 최근 4년간 협회를 둘러싼 수많은 송사들을 협회와 분리할 수는 없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와해된 듯 하지만, 비대위가 구성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논란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봐야 할 때이다. 한 해가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회원들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총회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