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 무료 진행, 객석 10% 디지털 약자 위한 ‘사전 전화예약’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한강변의 자연을 배경으로 전막 발레ㆍ오페라 공연을 즐기는 서울문화재단의 야외 클래식 공연예술축제 <한강노들섬클래식>이 오는 10월 관객들과 만난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올해 3회차를 맞이했으며, 서울문화재단의 ‘아트페스티벌 서울’의 일환으로 열릴 예정이다. 10월 12~20일 매주 토, 일요일 오후 6시 노들섬 잔디마당에 2,000석 규모의 객석을 마련하고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오페라 ‘카르멘’ 전막 공연을 각각 2회씩, 총 4회 선보인다.
2022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시작해 지난해 발레 ‘백조의 호수’와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선보이며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을 만나 야외 공연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올해는 관객 수를 더 확대해 서울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올해 <한강노들섬클래식>은 매회 2천여 석 규모로 전년 대비 객석을 확대했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티켓팅 경쟁이 매번 치열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번 공연의 온라인 예매는 내달 11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 티켓에서 1인 최대 4매까지 선착순 예약 가능하다. 또한, 지난해 공연 예약이 단시간에 마감된 점을 감안해 총 객석의 10%는 인터넷을 통한 빠른 예매가 어려운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어르신 디지털 약자 사전 전화예약’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사회적 약자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 400명을 초대해 관람기회를 제공하고 재외국인 및 해외관광객 대상 홍보를 확대할 예정이다.
축제 개막에 앞서,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한강노들섬클래식>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이현아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문훈숙 ‘잠자는 숲속의 미녀’ 총감독 겸 유니버셜발레단 단장,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홍향기 발레리나, 이동탁 발레리노, 김숙영 ‘카르멘’ 연출가, 김광현 지휘자, 정주연 메조소프라노, 존 노 테너 등이 참석했다.
이창기 대표는 “올해도 어김없이 아트페스티벌 서울의 일환으로 ‘한강노들섬클래식’을 선보이게 됐다. 축제를 통해, 종합예술의 집합체인 발레와 오페라가 시민의 일상으로 찾아가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악과 성악, 무대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클래식을 사랑하는 서울 시민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야외무대에서 발레, 오페라를 전막으로 선보이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수반한다”라며 “무대 설치부터 객석 관리, 기상 변화까지 신경 쓸 부분이 정말 많다. 특히 날씨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 수많은 검토를 통해 최적의 날짜를 선정했는데, 부디 하늘이 도와 무사히 공연이 올라가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아가 세계를 대표하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참여해주시는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한강노들섬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마리우스 프리파의 화려한 안무가 발레 테크닉의 절정을 보여주며 ‘고전 발레의 교과서’로 불리는 작품이다. 4막의 공연은 3번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4시간에 달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인터미션 없이 95분으로 연출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민간발레단들의 협력으로 선보인다.
발레STP협동조합에 소속된 유니버설발레단, 와이즈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의 약 70명의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오르고, 주역인 오로라 역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솔리스트 이유림이, 데지레 역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각각 맡는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 발레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무용 공연의 특성상 춤출 공간이 확보돼야 해서, 야외 공연의 한계 극복을 위해 LED 영상을 활용했다”라며 “비와 바람, 추위 등 여러 기상적 한계를 극복하고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동탁 수석무용수는 “발레를 떠올리면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기 마련인데, 한강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휴식의 에너지를 빌려 시민들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영광”이라며 “무대의 틀을 부수고 노들섬 전체를 무대로 생각하려 한다. 시선도 더 크게, 넓게 하며 표현의 폭을 넓히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백조의 호수’에 이어 두 번째 야외 공연에 참여하는 홍향기 수석무용수는 “지난해 야외에서 전막 공연을 처음 했는데, 공연이 있던 날 오전에 비가 와서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오후에는 비가 그쳐 열심히 준비했던 공연을 이틀간 무사히 올릴 수 있었다”라며 “바닥도 미끄럽고 많이 추워 환경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를 받으며 공연할 수 있어 좋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은 컨디션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강노들섬오페라 ‘카르멘’
오페라 ‘카르멘’은 사실주의(베리스모, verismo)오페라의 초석이 된 작품으로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작곡 경향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열정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그녀를 둘러싼 사랑과 배신, 비극적 운명을 그렸다. '하바네라(Habanera)', '투우사의 노래(Votre toast)'와 같은 아리아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중 하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들섬의 자연환경에 최적화된 웅장하고 상징적인 무대 연출로 야외 오페라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카르멘> 역시 전막을 100분으로 줄여 관객들의 부담을 줄였다.
김숙영 연출, 김광현 지휘자를 필두로 약 100명의 출연진이 함께한다. 첫 주역 데뷔 무대를 갖는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카르멘 역)과 테너 존노(돈호세 역), 국내 대표 오페라 가수인 소프라노 김신혜(미카엘라 역)와 바리톤 정승기(에스까미요) 등이 출연하고, 위너오페라코러스,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참여한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물리적ㆍ심리적 이유로 클래식에 장벽을 느꼈던 시민들이, 한강이라는 친숙한 공간 안에서 발레ㆍ오페라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오페라 ‘카르멘’이 다루는 데이트 폭력과 교제 살인이, 현대의 사회적 문제로 거의 매일같이 논의되는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되는 것) 현상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2017년 등장한 ‘미투 운동’ 이후 고전 작품이 다루던 결론을 비틀어 현시대의 문제를 꼬집는 등 다양한 각색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숙영 연출은 “처음 (한강노들섬오페라 ‘카르멘’) 회의를 할 때 내부에서 가장 먼저 나왔던 질문도 이 부분이었다. 다만, 나의 기본 원칙은 ‘원작의 결말을 변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며 “돈 호세를 죽일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과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고, 고전이 가진 작품의 메시지와 방향성을 바꾸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결론을 바꾸지 않더라도 돈 호세의 행동이 미화되지 않을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 아티스트의 연기에 따라서도 충분히 다른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호세 역을 맡은 테너 존 노는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돈 호세의 비극적 사랑을 보여주기 보다, 거부당한 마음에서 비롯된 비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관람해주신다면 이 작품이 살인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며, 돈 호세의 잘못된 선택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기 대표는 “다양한 축제 콘텐츠의 구색을 갖춘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알려져 글로벌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서울 시민에게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축제를 통해 서울문화재단이 이루고자 하는 바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