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작품은 오류를 최소화하고 우연을 통제하려는 디스토피아 세계 속, 초인공지능 라이카(AI)의 보호를 받는 소수의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이 오는 10월 3일부터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창작 신작 <모든>(신효진 작, 김정 연출)을 선보인다. <모든>은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작가]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자 신효진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인간이 꿈꾸던 완벽한 세계는 과연 존재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생성형 AI 대규모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하고 기존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음악, 코딩 등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술, 머신러닝 알고리즘 경험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예측을 수행하고 스스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구축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 등 인공지능 관련 지식을 집요하게 고민하며 지난 1년간 심도 있는 개발 과정 끝에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신효진 작가는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서울문화재단 비넥스트, 두산아트랩 등 연달아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며 주목받는 극작가이다. 최근 <툭>, <머핀과 치와와>, <탈피> 등을 통해 꾸준히 인간성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해온 신효진 작가는 “우리는 요즘 아무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말 누구도 어떤 것도 오염 시키지 않고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했다”라며 작품 구상의 배경을 전했다.
열다섯 살이 된 ‘랑’은 인간의 도시를 돔으로 구획하여 보호하는 A구역에서 초인공지능 ‘라이카’의 통제하에 생물학적 엄마 ‘미무’와 함께 살고 있다. ‘라이카’가 키운 아이나 다름없는 ‘랑’은 A구역에 기여하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생산가능인구로 거듭나기 위해 ‘라이카’와의 커넥팅 시술을 앞두고 있지만,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식별 불가능 개체인 노인 ‘페’를 만나면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모험이 펼쳐진다.
<모든>의 연출을 맡은 김정은 “이 이야기가 꼭 미래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어쩌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는 모두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고 있다면 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다”라며 작품의 첫인상을 밝혔다. 이어 “돔 형태로 설정된 A구역을 오히려 극도의 효율성만 남고 자율성이 사라진 단칸방처럼 아주 작은 공간으로 제한하되, 그 안에서 그려지는 ‘랑’과 ‘페’의 모험은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무대를 구현하고자 했다”라며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김정 연출은 2017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2018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부문 수상 등 신선한 형식의 무대를 활발하게 선보이며 한국 연극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연출가이다. 최근 <연안지대>, <언덕의 바리> 등을 비롯해 지난해 러닝타임 5시간에 달했던 국립극단의 역작 <이 불안한 집>으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대사·미술·사운드를 견고한 연출력으로 탄탄하게 엮었다”, “5시간 희랍극 도전으로 한국 연극의 힘을 키웠다” 등 무수한 호평을 얻었던 그가 강렬하고 세련된 연출력으로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또한 <모든>은 김정 연출은 물론 <이 불안한 집>을 함께했던 주요 창작진들이 한 번 더 의기투합해 블랙박스 형태의 무대를 색다른 디스토피아 세계로 탈바꿈시킨다.
라이카와의 커넥팅 시술을 앞둔 ‘랑’ 역은 연극 <활화산>에 이어 <모든>까지 작품의 중심을 이끌며 2024년 국립극단 시즌 단원으로 활동 중인 배우 강민지가 맡았다. ‘랑’을 뜻밖의 모험으로 이끄는 정체불명의 식별 불가능 개체 노인 ‘페’ 역은 연극 <연안지대>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을 통해 관록의 연기 내공을 선보이고 있는 이미숙이 맡아 강민지와의 신선한 케미를 그려낼 예정이다.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재벌X형사> 등과 영화 <시민덕희>, <다음 소희>, <브로커> 등 장르를 불문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전한 배우 최희진은 ‘랑’의 생물학적 엄마 ‘미무’ 역을 맡아 입체적인 전개의 한 축을 이끈다. 여기에 연극 <고목>, <지상의 여자들> 등을 비롯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유어 아너>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안병식 배우가 ‘가리’ 역을, 드라마 <커넥션>, 연극 <복길잡화점>, <응, 잘가>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류혜린이 ‘킴코’ 역에 함께한다.
연극 <활화산>, <당신에 닿는 길> 등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 내공을 선보인 이상은 배우가 극 중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초인공지능(AI) ‘라이카’로 변신해 2024년 국립극단 시즌 단원으로서 든든한 존재감을 무대 가득 채울 예정이다.
AI와 인간의 삶이 완전히 결합 되고 폐허로 변해버린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의 인간성에 관한 질문을 던질 <모든>은 오는 9월 4일 오후 2시부터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다. 국립극단 유료 회원이라면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앞서 9월 2일부터 예매할 수 있으며, 역대 [창작공감: 작가] 공연의 유료 티켓 실물 소지자에게 1인 2매까지 30% 할인 혜택이 있다. 10월 6일 공연 종료 후에는 신효진 작가와 김정 연출이, 10월 13일 공연 종료 후에는 김정 연출과 출연 배우 모두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석 3만 5천원/문의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