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2.1,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대구간송미술관이 9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를 내일(3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개최한다.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점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간송미술관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광역시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미술관 설립을 추진해 왔으며 2022년 1월 착공했다. 총 사업비 446억을 들여 올해 4월 준공된 대구간송미술관은 연면적 8,003㎡ 규모로 ▴지하 1층에 전시실(2개소) 및 수공간(야외) ▴지상 1층에 전시실(4개소)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간송 아트숍, 강당 및 휴게시설 ▴지상 2층에는 매표소와 아카이브집(도서자료실), 강의실, 박석마당(야외) 등을 조성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관이 지난 50년 동안 다뤄왔던 다양한 콘텐츠와 연구 주제를 토대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등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확산에 기여하고, 대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에 문화적으로 공헌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전시 제목 “여세동보(與世同寶)”는 위창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선생께서 보화각 설립을 축하하며 지은 정초명(定礎銘)에서 빌려온 것으로 “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뜻이다. 간송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개관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전시 제목으로 삼았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주제보다는 작품 하나하나가 보배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총 4개의 전시실을 마련, 실별로 차별화된 공간을 구성했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신윤복의 <미인도>(보물)를 비롯하여 간송 콜렉션을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이 전시된다.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전시 중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이 출품되는 전시다.
전시는 간송 전형필이 비교적 초창기에 수집한 회화로 시작한다. 전시실1에서는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 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로 그린 이정의 대나무 그림을 비롯해, 정선·심사정의 산수화, 김홍도의 고사인물화, 신윤복·김득신의 풍속화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금보(琴譜)』(보물) 등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대변하는 세 권의 책도 함께 전시된다. 출품작들은 조선시대 문화와 예술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국가적 유산이다.
전시실2에서는 오직 〈미인도〉만을 위해 조성된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이 독대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별히 연출된 조명과 음악은 작품을 감상하는 내밀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부가적인 설명과 안내 대신 작품 속 제화시와 인장만을 감상과 이해의 소재로 제시하였다. 누구나 사랑하는 작품이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감상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획이다.
전시실 3에는 한글의 창제원리와 용례를 담고 있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전시된다.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이 공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간송미술관 외부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것이 전부다. 청각장애인, 다문화가정, 성인 문해 교육생, 북배경주민 등이 참여한 3점의 미디어 작품이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이 전시된다.
전시실4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걸친 불교미술과 도자기, 그리고 서예 작품들을 전시한다. 전시실의 초입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그림이 설치되는데 《난맹첩》(보물)의 묵란화 네 점과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서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예 전시를 지나면 간송의 콜렉션을 대표하는〈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을 감상하게 된다.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병(甁)류 이외에도 <청자기린유개향로>(국보), <청자오리형연적>(국보), <백자사옹원인>(보물) 등 다양한 쓰임을 위해 섬세하게 제작된 각기 다른 형태의 도자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5에서 만날 수 있는 실감영상전시 <흐름·The Flow>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지나가는 하루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약 38미터의 반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은 원작의 아름다움은 물론 큰 스케일의 화면이 주는 현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별히 조성된 '간송의 방'에서는 연구자·예술가·교육자로서 간송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작 26건 60점을 만날 수 있다. “이현서옥(梨峴書屋)”, “옥정연재(玉井硏齋)”, “보화각(葆華閣)” 총 3개의 구역으로 실내 공간을 구성하였으며, 각각의 공간에서는 간송의 삶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과 영상이 펼쳐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11월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전시종료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에 마감된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관람 예약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할 수 있다. 티켓은 성인(20세~64세) 10,000원, 어린이·청소년(8세~19세 이하) 5,000원이다. 증빙서류 제출 시 단체 할인 및 특별 요금도 적용된다. (문의 ☎ 1544-1555, 053-793-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