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속 까지 시린 인생, 그래도 사랑이 있어 아름답다
뼈 속 까지 시린 인생, 그래도 사랑이 있어 아름답다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1.1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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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즐거운 인생'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뼈 속까지 시린 우리의 삶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 살고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동이 느껴지는’ 인생의 바닥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대는 관객과 함께하는 음악수업처럼 진행됐다. 뮤지컬의 등장인물은 모두가 연관관계를 가진 속에 얽혀있다. 마치 우리가 ‘세상 참 좁다’ 라고 느끼는 것처럼. 

고등학생 세기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점철된 가정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여전히 희망을 꿈꾸는 젊은이의 슬픈 초상을 보여준다.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하는 세기는 바람나 도망간 엄마와 돈 벌러 해외로 떠났다 사고로 죽은 아빠 때문에 졸지에 고아가 됐다.

성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나이트에서 웨이터로 일하거나 사채업자 밑에서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한다. 세기의 눈물을 감춘 웃음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기의 음악선생님 범진은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싶은 37세의 노총각이다. 혼자 있기를 싫어해 라면을 먹을 때도 거울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대화하며 먹는 모습을 통해 미치도록 외로운 우리들의 모습을 그렸다.

사람이 그립다 못해 장난전화를 취미로 가진 그는 우연히 지니고 있던 천원자리에 적혀있는 선영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선영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유명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이혼녀 선영은 아픈 어머니의 병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좋은 작품을 쓰고자 노력한다. 이 때문에 범진과 가장연애를 시작하고 이전에 사랑 때문에 상처 입은 마음 때문에 범진의 사랑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병원비를 막다 못해 사채를 쓰게 됐고 사채빛을 갚을 능력이 없어 이자 대신 몸을 허락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까지 치다른 선영은 자신이 처한 복잡한 상황 때문에도 범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사채업자과 관계를 하던 날 밤에 선영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되 뇌이며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마지막처럼 베란다에서 투신한다. 투신하는 장면은 파란색 조명이 선영의 흰색 셔츠에 비취며 분명한 대비를 이뤄 섬뜩한 느낌을 준다.

어디선가 날아와 관객석에 떨어지는 종이비행기 속에는 선영의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일에 대한 꿈이 녹록히 들어 있을 것 같다.   
 
한편 범진은 선영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선영의 동네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서로 끌려오게 되고 선영의 자살소식이 경찰에 제보되었을 당시에는 놀랍게도 사채업자 세기, 세기의 담임선생님, 선영의 시나리오 감독 등 선영과 관계있는 인물들이 모두 다른 이유로 경찰서에 와 만나게 된다. 선영의 죽음이 모두 자기 탓이 아니라고 둘러대는 통에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후 범진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달리하게 된다. 이전에는 그 자신의 사랑만이 전부인 양 집착하고 어려워했지만  개인적인 사랑의 아픔을 대외적으로 승화시키면서 자신처럼 또 다른 아픔을 가진 세기를 자신의 가족처럼 아끼며 안아 주게 된다.

모두 힘든 시기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삶을 사랑으로 나누면 한결 웃을 일이 많아진다는 메시지를 뮤지컬 '즐거운 인생' 은 전하고 있다. 2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계속 된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