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은 건 72시간 뿐!”…윤진섭x오르랑 게릴라 전시
“우리에게 남은 건 72시간 뿐!”…윤진섭x오르랑 게릴라 전시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9.0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8~9.10, 다스짐머갤러리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윤진섭 작가와 프랑스 행위예술가 오르랑(Orlan)의 24년간의 특별한 인연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린다. 내일(10일)까지, 인사동 백상빌딩 1층 DAS ZIMMER GALLERY에서 윤진섭x오르랑 특별展 《ORLAN, Surprise!_윤진섭과 함께하는 72시간의 기록》이 개최된다.

▲윤진섭 평론가(좌)와 올랑 작가(우)
▲윤진섭 평론가(좌)와 올랑 작가(우)

이번 전시는 윤진섭 작가와 오르랑이 지난 2000년 서울국제행위예술제(SIPAF)에서 처음 만난 이후 이어져 온 우정을 기리고자 마련됐다. 두 예술가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예술적 교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광주에서 올랑(ORLAN)과 함께 예술 동료들과 하루를 보낸 후 오전 11시 30분 송정리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문득 올랑과 어제밤 파티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올랑, 당신(YOU)이 이른 일곱, 나도 어느덧 칠십줄에 접어들었어요. 이제 헤어지면 못 만날수도 있어요."
나는 촉촉한 비감에 젖어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안 해. 육신은 사라져도 정신은 남는 것. 뭘 걱정해?"
(…)
순간, 하나의 아이디어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 올랑에게 24년에 걸친 우정의 선물을 하자. 순식간에 지나가는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

다음날(9월 7일) 오후 2시쯤 전시장에 들어서니 김노암 감독을 비롯하여 김민제 팀장, 신나라 작가가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제안된 전시를 위해 공간을 점유하고 있던 기존의 작품들을 비롯하여 잡동사니를 한편 구석으로 치우고 있었다. 

- 윤진섭, 전시 기획의 글 -

▲퍼포먼스에 참여 중인 윤진섭 작가와 올랑 작가의 모습이다.
▲퍼포먼스에 참여 중인 윤진섭 작가와 올랑 작가의 모습이다.

윤진섭 작가는 광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KTX 열차 안에서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를 착상했다고 전하며, “이번 전시가 올랑과의 마지막 인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전시의 기획 배경은 2013년 슬로바키아 코시체에서 열린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총회에서 두 예술가가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두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안경 바꿔 쓰기' 퍼포먼스를 펼쳤고, 그 순간은 이후 24년간 이어진 특별한 관계의 상징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추억을 기반으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작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윤진섭 평론가(좌)와 올랑 작가(우)의 안경 바꿔쓰기 퍼포먼스.
▲윤진섭 평론가(좌)와 올랑 작가(우)의 안경 바꿔쓰기 퍼포먼스.

2013년 슬로바키아의 코시체에서 시작된 올랑과 나와의 놀이는 [안경 바꿔쓰기]에서 이제 [모자 바꿔쓰기]로 바뀌었다. 미술사는 훗날 2024년 9월 5일 밤 8시 광주를 기억할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재미있는 의식이 놀이 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고정된 것이 어디있는가? 꿈결처럼 모든 게 그저 흘러갈 뿐이다. 그 속에 '지금 , 여기(hic et nunc)'의 행위만 있다. 세계는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의 연속일뿐. 할!

- 윤진섭, 올랑(ORLAN)과의 놀이 (play with ORLAN) -

전시 개막 당일에는 관객들을 위한 '안경 바꿔 쓰기',  '모자 바꿔 쓰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다스짐머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미술 전시 이상의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