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87
삼십여년 전 ‘스모크’라는 영화를 봤다.
담배와 사진과 각기 다른 인생의 조합으로
삶의 잔잔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오전 8시, 똑같은 장소인 한 모퉁이만 찍은 사진 4,000점을
작가인 친구에게 보여준다.
4000일 동안, 날씨와 관계없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찬찬히 보던 친구가 ‘이런 일을 한 동기’가 있었는지 묻는다.
“내가 일하는곳(잡화점=요즘의 편의점)은
세상의 그저 그렇고 그런 일부분이지만,
여기서도 매일 어떤 일이 생기거든.
내가 일하는 장소에 대한 기록인 셈이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영화로 인해
예전에 찍어 놓았던 장터 사진을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똑같은 오일장 풍경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적인 흐름이 담겨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삶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담배 연기의 무게나 우리네 삶의 무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속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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