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더 자세히 보는 조직문화
우리가 조직에서 일할 때, 동료들의 강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나요, 단점이 먼저 들어오나요? 여기서 동료는 상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관리자라면 직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관리자 그룹을 모아 작은 워크숍을 진행할 때입니다. 다른 팀장의 강점을 얘기해달라고 했을 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눈동자가 위쪽을 바라보며 애써 짜내려고 하는 눈빛을 만날 때가 많았습니다. 세대 차이가 있거나, 업무 분야가 다를 경우 서로의 강점에 관해 얘기해보라고 하면 더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1:1 코칭에서 다른 동료가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나 아쉬운 점을 물어보면, 큰 고민 없이 날카롭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내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차이가 있는 사람과 갈등을 겪을 경우, 그 사람의 인식과 문제해결 방법을 단점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와 다른 강점을 가졌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닌 단점으로 보는 것이죠. 이런 질문을 이어서 해보았습니다. 조직에서 일할 때,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공공 문화예술 조직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사람들은 대체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나의 강점을 발휘해서 일할 때, 그 강점이 누군가의 눈에 단점으로 오인되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거나, 오히려 단점을 보완하라는 요구를 받아오면서 지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기계적 순환보직에 적응하다 보니 이제는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런 분을 만나면, 이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희미해진 강점을 찾아주고 싶어집니다. 또한, 그 강점에 맞게 인(人)이 제대로 사(事)를 만날 수 있게 조직과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나와 동료의 강점을 찾아볼 수 있는 도구와 방법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생에서 진짜 비극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 또한, 어떤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때, 일차적인 처방으로 구성원의 강점을 서로 발견하는 것을 도우려 할 때가 많습니다. 갤럽에서 출간한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강점 심리학의 아버지인 도널드 클리프턴이 개발한 34가지 재능 테마를 기반으로 만든 자기발견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입니다. 2002년에 발간된 초판은 103쇄까지 발행했고, 2021년 개정판은 현재 12쇄까지 나올 만큼 스테디셀러입니다. 보통의 단행본보다 다소 높은 가격이 책정되었지만, 책이 잘 팔린 이유는 1회에 한해 나의 강점을 검진해볼 수 있는 설문 참여와 간단한 결과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강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그램 외에도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역량진단 프로그램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나 HR 분야가 고도화된 기업의 경우 자체 역량진단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 문화예술조직의 경우 그 규모가 작고, HR 부문이 발달하지 못해 자체 시스템을 갖기 어렵지만, 우리가 필요함을 느끼면 얼마든지 강점의 발견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나의 강점이나 퍼스널 브랜드를 찾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인터뷰나 대화를 통해 발견해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프로그램을 활용했냐가 아니라, 조직에서 나와 우리의 강점을 발견해보는 것을 시도해보려는 마인드셋입니다.
나와 동료의 강점을 함께 알았을 때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까
필자는 최근 1년, 공공 문화예술 조직을 중심으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일까?’라는 연구 질문을 통해, 다양한 조직에 대한 심층 조사와 연구, 집필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는 워크숍을 경험하고, 이후에도 서로의 강점을 인식하고 이를 인사에도 적용하고 있는 조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해당 분야를 이끄는 조직입니다. 연구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한OO 님에게 조직에서 나와 동료들의 강점을 발견하면서 겪은 경험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일하는 건가, 이러고 말았던 것이 데이터를 통해 리더와 동료들의 강점을 파악하면서 말로 차마 해소하지 못했던 갈등까지 풀리는 경험이었어요. 이전에는 이 사람이 못하는 것이 보이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게 이게 강점으로 생각이 전환되었어요. 사람이 알고 모르고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때 워크숍 가서 울었잖아요. 미안하다고, 오해했다고 하면서. 알고 나니까 기초 단계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한OO 님)”
함께 강점을 찾았다는 것은 서로의 적재(適材)를 찾아보았다는 의미입니다. 팀 구성이 7명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나의 강점만 아는 것이 아닌, 나머지 6명 동료의 강점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어떤 효용이 있을까요? 1단계는 7명 각자가 희미하게만 느꼈던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2단계는 7명 모두가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강점이 파악되면, 일의 특성에 따라, 서로의 관계성에 따라 최적의 인(人)-사(事) 조합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적재(適材)가 적소(適所)를 찾는 것이죠. 그래서 서로의 강점, 다시 말해 동료들의 적재를 서로 알게 되면, 현재의 인사에 어떤 비효율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와 달라서 단점으로 오인했던 동료의 일하는 태도와 방식을 강점으로 이해하게 되면, 조직은 협업과 친화적 품성이 향상됩니다. 강점의 이해는 동료가 한 행동의 이해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친화적 품성은 서로 큰 문제 없이 원만하게 잘 지낸다는 개념은 아닙니다. 조직문화에서 친화력의 핵심은 우리 조직, 우리 팀이 필요한 게 뭔지를 함께 알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가 일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려고 주도적으로 서로의 강점을 최대한 사용하려고 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조직의 일하는 문화와 태도를 변화시키고자 했을 때, 첫 단추로 서로의 강점을 발견하는 워크숍과 좋은 질문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촉진해보면, 조직문화 전환에 강력한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역량의 관점에서 나와 우리의 강점을 발견하는 건, MBTI 등을 통해 서로의 기질적 차이를 보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나의 동료들이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요? 한번 발견해보세요. 그러면 ‘친화적 품성’이라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