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리랑은 1920·30년대 당시 민중들에게 시대적 현실의 공감성을 얻고,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인기 장르였던 악극과 가극으로의 다양성과 확장성으로 동시대성을 확보하게 된 것”
“우리가 보존, 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예술자산이 박물관에 박제화되지 않고 전승되기 위해서는 이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공감성과 다양성, 확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동시대성의 동시대적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넘어 시대를 함께 공유하는 의미가 포함 된다는 뜻으로 현재의 동시성이 함께함을 의미한다. 동시대성을 내포하고 있는 키워드로 공감성, 다양성, 확장성을 들수 있다.
조선 후기 영조 당시 인기가요였던 만대엽, 중대엽, 삭대엽 가운데 동시대성을 갖지 못한 만대엽, 중대엽은 공감성과 다양성, 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현행 가곡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악보에 박제화되었다.
1926년 10월 1일 단성사(團成社)에서 처음 상영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은 문화사적으로나 사회사적으로 충격을 던진 일대 사건이었다. 상상을 초월한 흥행을 기록하면서 이 영화는 이후 2년 6개월에 걸쳐 전국 각처에서 상영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영화의 주제곡이었던 <신아리랑>, 일명 '나운규의 아리랑'은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그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 영진의 처지가 당시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과 동일시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었으며, 노래 가사와 음이 구슬펐기 때문이다. 곧, 나라 잃은 민족의 설음을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이후 1929년 토월회가 막을 올린, 박진 연출 <아리랑고개>가 사람들한테 인기를 받으면서 ‘아리랑’은 널리 퍼진다. 이 <아리랑>은 해방 직후까지 재상영을 이어갔고, 연극은 많은 악극과 가극의 출현의 기폭제가 되었다.
영화 아리랑은 1920·30년대 당시 민중들에게 시대적 현실의 공감성을 얻고,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인기 장르였던 악극과 가극으로의 다양성과 확장성으로 동시대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에서 기획한 ‘Feel the Rhythm of KOREA’라는 타이틀의 해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영상 ‘범 내려온다’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 영상의 주제곡을 타이틀로 한 ‘범 내려온다’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인 수궁가에서 길짐승들이 서로 자기 자랑하는 내용 중 호랑이가 숲속 골짜기에서 나오는 대목을 재해석한 것이다.
음악의 ‘이날치밴드’와 현대무용 단체인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전통 판소리의 현대적 재해석, 얼터너티브 팝, 현대 춤 안무 등 예술적 요소와 유투브의 영상플랫폼의 기술적 요소 결합이 MZ 세대는 물론 40~50대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킨 것이다. ‘범 내려온다’ 콘텐츠는 일반인들의 커버영상 제작으로 옮겨져 보는 콘텐츠에서 즐기고 참여하는 콘텐츠로 옮겨간 것이다.
판소리는 어려운 한자어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시대적 공감과의 괴리 등으로 인해 진정한 매니아 이외에는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장르임을 부인할 수 없다.
‘범 내려 온다’는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문화적 공감성, 예술 표현 양식의 다양성, 기술과 장르의 확장성 등 동시대성이 잘 구현된 결과라 본다. ‘범 내려온다’ 콘텐츠 성공 이후 국악에 대한 인식의 개선, 판소리 원형에 대한 관심, 판소리 음악 어법과 젊은 소리꾼을 활용한 상업 광고 소재 활용, 풍류대장 등 음악 TV 프로그램 등의 확장 등으로 생산과 소비가 적절히 분배되는 문화산업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보존, 전승해야 할 것이 박물관에 박제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공감성과 다양성, 확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