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프리즈와는 다른 매력…’한국성’ 돋보이는 키아프의 반격
[현장스케치] 프리즈와는 다른 매력…’한국성’ 돋보이는 키아프의 반격
  • 이은영•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9.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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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갤러리 확대한 프리즈, 해외 갤러리 비중 높인 키아프
키아프, 부스 배치 디자인 개선으로 호평
프리즈, 아시아 갤러리 61%에 달해
니콜라스파티 작품 최고가 기록…250만 달러
키아프 ‘한국성’ 물씬 느껴지는 작품 가득...매체도 다양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김연신 기자]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국내 토종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손잡고 키아프리즈’를 개최한 지 3회째를 맞이했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대표가 “5년 공동 개최를 합의했지만, 앞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힌 만큼, 올해는 여러가지 지점에서 변화한 키아프의 행보가 특히나 주목받았다.

▲키아프2024 전시 전경.
▲키아프2024 전시 전경.

달라졌다! 키아프의 반격

두 행사가 한 지붕을 공유했던 3년 간, 키아프는 ‘토종 행사임에도 출품 작품, 전시 공간, 참여 갤러리의 다양성, 인지도 등 여러가지가 프리즈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큰 문제점으로 지적 받던 것은 작품의 퀄리티와 답답한 동선이다. 그러나 올해의 키아프는 변화를 선포했다.

▲10원짜리 동전으로 만든 김승우 작가의 조형 작품, 'Giant- the positive man
▲10원짜리 동전으로 만든 김승우 작가의 조형 작품, 'Giant- the positive man

건축가 장유진과의 협업을 통해 부스 배치 디자인을 개선, 다소 답답하다는 지적을 받던 공간을 확장했다. 조명과 디스플레이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에 참가한 206여개의 갤러리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로,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값을 했으며, 심사를 강화해 국내 갤러리들의 전시 퀄리티도 향상되었다는 평가다.

▲자개를 활용한 작품인 김덕용 작가의 '차경-윤슬(2024)'
▲자개를 활용한 작품인 김덕용 작가의 '차경-윤슬(2024)'

프리즈는 어떨까. 참가 갤러리 수는 작년에 비해 줄었으며, 수십  원을 호가하는 간판 작품의 수는 눈에 띄게 적어졌다. 지난해 14개에 불과하던 한국 화랑 수를 31개로 늘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올해 선정된 갤러리가 총 110개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패트릭 리 대표에 따르면, 올해 참여 갤러리 중 아시아 갤러리는 63%에 달한다. 아시아 미술 시장을 향한 방향성을 공고히 하는 듯 하다.

▲박지은, 텅에-nest, 53x45.5cm, 나무 화판 위에 옻칠, 갤러리진선..jpeg
▲박지은, 텅에-nest, 53x45.5cm, 나무 화판 위에 옻칠, 갤러리진선.

탄탄한 판매 실적 올린 키아프

올해 키아프에는 국내 미술씬을 대표하는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가나아트, 학고재, PKM 갤러리, 조현화랑,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참가했다.

판매된 작품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Sundaram Tagore Gallery(뉴욕)에서 선보인 Hiroshi SenjuWaterfall on Colors (2024)로, 거래가가 56천만 원 (USD 420,000)에 달했다.

국제갤러리는 김윤신의 회화와 조각이 조화를 이루는 솔로 부스를 운영,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작품을 2천만 원에서 15천만 원 (USD 15,000-90,000) 사이의 가격대에 판매했다.

▲대만의 333갤러리는 작가가 간단한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만의 333갤러리는 작가가 간단한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Chen Wei Zhu 작가는 포스트 말론, 트래비스 스캇 등 해외 아티스트들을 캐릭터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가 직접 그려주는 작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갤러리 현대는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 성능경과 이건용,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정상화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강승, 이슬기, 김성윤 등의 작품과 함께 케니 샤프와 토마스 사라세노와 같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했다.

금산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대형 오브제 작품이, 갤러리 윤에서는 약 12천만 원에 판매된 이강소의 대형 작품을 포함해 박서보의 작품 여러 점이 판매됐다. 동산방화랑은 산정 서세옥을 비롯해 운보 김기창, 김호득의 작품이 다수 거래됐다.

▲한지를 돌돌 말아 작업하는 김일화 작가의 작품.
▲한지를 돌돌 말아 작업하는 김일화 작가의 작품.

Mark Hachem Gallery(파리)에서는 Seock Son, Yoshiyuki Miura, Jose Margulis 등 작가별로 다양한 작품이 판매됐고, Art of the World Gallery(휴스턴)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작으로 주목받았다.  DIE GALERIE(프랑크푸르트)는 키아프 참여 20주년을 기념해 피카소 스케치로 가득한 스페셜 룸을 구성, 피카소와 앙드레 마송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판매했다.

▲박다원, Now here, 2023, Acrylic on canvas, 갤러리위
▲박다원, Now here, 2023, Acrylic on canvas, 갤러리위

특별전으로는 현대 사회와 예술의 미래적 대안을 다각도로 조망한 전시 ≪Kiaf onSITE: 보이지 않는 전환점를 선보였다. 양민하, 최원정 작가의 설치작품으로 선보인 기술의 변화’, 실험적 퍼포먼스의 ‘경험의 변화’, 가상현실(VR) 공간 더 원더, The WONDER’에서 생명체의 공생관계를 탐구 공간의 변화’라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전시장 곳곳에 배치됐다.

▲프리즈서울2024 전시 전경.
▲프리즈서울2024 전시 전경.

프리즈 최고가 판매 작품 주인공, 니콜라스 파티

프리즈는 오프닝 첫날과 주말에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최고가로 판매된 작품은 현재 호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의 <Portrait with Curtains (2021)>다. 하우저 & 워스 (Hauser & Wirth)에서 250만 달러에 판매했다.

PKM 갤러리는 유영국의 회화 작품을 150만 달러에 판매,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는 조지 콘도(George Condo)<Self Portrait> (2024)195만 달러에 판매했다. Pace Gallery는 이우환의 회화 작품이 120만 달러에 판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Georg Baselitz의 회화 작품을 100만 유로에 판매했다.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섹션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섹션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Patrick Lee)“올해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 예술 캘린더에서 중요한 행사로서 그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키아프 서울과의 협업,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의 개최는 예술의 힘을 더함과 동시에 한국 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더욱 빛났다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역동적인 도시의 문화적 풍경을 더욱 확고히 이어갈  이라고 밝혔다.

올해 프리즈 방문객 수는 7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키아프 방문객 수는 82천명을 기록했다. 키아프가 단독으로 개최한 페어 마지막 날 관람객은 12,000여 명에 이르렀다.

▲리서울갤러리에서 선보인 오만철 작가의 도자회화 작품
▲리서울갤러리에서 선보인 오만철 작가의 도자회화 작품

프리즈는 여전히 유명 작가의 작품에 중점을 뒀다면, 키아프는 키아프대로 ‘한국적인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토종 아트페어’를 위시한 행사답게 한지, , 도자, 실 등 전통적인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한지를 돌돌 말아 작업하는 김일화 작가의 작품, 오만철 작가의 도자회화, 나무 화판에 옻칠을 하고 계란 껍질을 이용한 박지은 작가의 작품 등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주는 작품들이 꽤나 많았다.

일각에서는 키아프는 단색화가 미술 시장을 장악했던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추상 작품들의 경우 여전히 획일성을 벗지 못했고, 캐릭터를 활용한 네오 팝아트와 키치 아트 작품들은 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외 갤러리의 비중을 높였지만, ‘한국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 역시 포기하지 않은 키아프.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