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제1차 포럼, 연속 포럼 개최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지난 19일, 무용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하 무미생)은 연속 정책포럼의 일환으로 제1차 행사를 개최했다.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무미생 1차 포럼에서는 ▲ 성기숙 한국예술종합예술학교 교수의 “무용진흥법 제정의 당위성 및 주요 쟁점” ▲ 백현순 국립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무용지원체계 개선 방안” 등이 발표되었다.
무미생은 원로무용인, 대학교수, 무용평론가, 독립무용가 등 전문무용인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모임체로 지난 8월 발족했다. 오늘의 무용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무용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 발굴 및 대안 모색에 중점을 두고 향후 6개월간 총 19개의 의제를 중심으로 정책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창의와 혁신’을 키워드로 한 무미생 연속 정책포럼은 공정하고 책임있는 예술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순수무용예술 활성화를 견인하고, 건강한 무용사회 풍토 조성 및 무용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한다. 세대, 장르, 지역을 초월하여 자유입론적 관점에서 미래 무용발전을 위한 현장 무용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생산적이고 실효성 있는 ‘공론의 장’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무용진흥법 제정_무용발전의 중요한 견인차
“무용진흥법 제정 및 주요 쟁점”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성기숙 교수는 법(法)이란 문화의 일부이며, 시대적 요청에 따른 역사적 산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1960년대 초반 다양한 공적(公的) 제도의 창출로 오늘의 대한민국 무용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무형유산제도(1962) 성립으로 전통무용의 안정적 보존 전승이 가능해졌고, 동시에 일부 독점화되면서 양극화 현상도 초래되었다고 설명한다. 또 이화여대 무용과 창설(1963)로 춤아카데미즘이 도래하였고, 엘리트 무용교육이 시작되었다고 그 의미를 짚었다. 국립무용단 창단(1962)은 국공립무용단의 효시로서 이후 무용의 직업창출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해석한다. 1964년 창설된 동아무용콩쿠르는 신인등용문으로 무용인재 발굴의 요람이었음을 상기시켰다.
현재의 시점에서 60여년 전 공적 제도의 창출로 시작된 무용제도 및 정책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거나 급변하는 예술환경에 따른 공적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당위론에 무게를 더한다. 특히 문화재보호법(1962), 문화예술진흥법(1972) 등 50~60여년 전 제정된 관련 법령에 의존해온 무용은 독자적인 개별법의 부재로 말미암아 타 분야에 비해 더디게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무용 및 무용문화산업 진흥·육성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며 이는 자연스런 귀결이라 해석한다.
성기숙 교수는 무용진흥법에서 특히 무용에 대한 “정의” 항목을 주목한다. 여기서 무용에 대한 정의는, (제2조) “무용이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신체로 표현한 예술로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을 말한다”. 기존 국악진흥법 및 국가유산기본법에서 무용의 진흥·육성이 주로 전통무용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정했으나 무용진흥법이라는 독자적 개별법이 제정됨으로써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순수무용 장르를 모두 포괄하고 있음을 가치롭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순수무용 내지 기초예술로서 정통적 무용 개념에 방점이 있고, 최근의 트렌드인 실용무용, 스트립댄스, K-팝댄스 등 대중문화와 접점이 짙은, 이른바 수익창출과 연계된 무용산업화 관련 장르가 제외된 점은 앞으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무용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용의 ‘정의’ 문제는 자유토론에서도 이슈로 떠올랐고, 향후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함에 모두 공감했다.
무용진흥법 제정에 따른 무용계 혁신 필요
무용진흥법안의 내용 중 주요 쟁점으로 ▲ 제2조(정의) ▲ 제5조(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 등) ▲ 제6조(실태조사) ▲ 제7조(전문인력의 양성) ▲ 제9조(무용 관련 단체의 육성·지원) ▲ 제10조(무용의 날) ▲ 제11조(지원기관의 지정) 등이 비중있게 언급되었다. 이러한 쟁점은 향후 보다 구체적 논의를 전제로, 무용진흥법 제정의 실효성 및 시급성에 따른 속도감 있는 추진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매우 설득력 있다.
성기숙 교수는 무용진흥법 제정은 현대 한국무용사를 이전과 이후로 경계 짓는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라며. 무용진흥법 제정이 한국의 무용발전에 어떤 함의를 갖는가에 대하여 구체적 법 조항 제시를 통해 촘촘히 짚었다. 예컨대 (제6조)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무용진흥 및 무용문화산업 활성화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위하여 무용 및 무용문화산업에 관한 실태조사 실시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음을 눈여겨 봤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무용 및 무용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전문인력의 양성에 관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제7조) 된 점도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무용의 진흥을 위하여 관련 단체를 육성 지원함과 동시에 관련 단체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필요 경비를 지원하는(제9조) 것도 획기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무용 및 무용문화산업 진흥 및 육성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지원기관을 지정할 수 있고, 지정기관을 통해 창작활동 지원 및 대중화 지원,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제11조) 등을 추진할 수 있음도 무용발전을 기대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이렇듯 무용진흥법 제정에 따른 무용발전의 동력은 차고 넘친다고 할 수 있다.
성기숙 교수는 무용진흥법 제정에 따른 긍정적인 기대감과 동시에 과제도 잊지 않는다. 정부에서 무용진흥법 제정 추진을 통한 무용발전을 견인하는 만큼 무용계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건강한 무용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찰과 혁신이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무용지원체계 개선방안_책임심의제 환영
“무용지원체계 개선방안”에서 백현순 교수는 해외 무용지원정책 및 우리나라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 실태를 조망하고, 2025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개편 방향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여 이해를 도왔다. 집중 육성과 연계 강화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수예술인과 단체집중 육성 및 간접지원 확대 방침을 소개했다. 또 지역예술인과 단체 발굴 및 중앙-지역 연계 강화 및 신규사업인 지역예술도약지원을 자세히 설명하여 관심을 모았다.
나아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운영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의 경우, 지원사업과 극장 간 운영의 유기적 연결을 통한 단계별 지원체계 구축 및 초연 작품의 레퍼토리화를 통한 지속발전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원심의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 확보 차원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언급되었다. 무엇보다 지원심사의 기준과 근거가 모호하고 심사결과에 대한 불투명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사결과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며, 특정 단체 내지 예술가에게 특혜성 지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공평하고 공정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가 강조하고 있는 책임심의제(전담심의제) 방침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심사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위해 심사위원이 전담하여 확실하게 책임을 지는 구조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문성과 고도의 심미안을 갖춘 심사위원이 절실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책임심의제는 실효성 있는 심사제도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 권한과 동시에 책임을 지고 심사를 맡는다면, 기존의 불공정 시비는 한층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현순 교수는 마지막 논의에서 책임심의제를 비롯 선택 집중 및 중복지원 문제를 의제로 던졌고, 이에 대하여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선택 집중지원이라고 해서 한 단체 혹은 한 개인 예술가에게 5~6억원이 지원된다거나 특정 협회가 지원주체의 이름만 달리해서 여러 개의 사업을 지원받는, 이른바 독식하는 구조의 중복지원의 폐단은 과감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여 공감을 자아냈다.
공정한 무용지원체계 구축_순수무용 창작 활성화
자유토론에서는 보다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무용지원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심사위원의 자질과 전문성을 꼽았다. 자격미달인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심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의 자격과 기준의 엄밀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귀결되었다.
무엇보다 침체된 창작의욕을 북돋워서 순수무용의 활성화를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솔깃하다. 대학무용의 위기와 지방무용 활성화를 위한 지방공공무용단체 단원 채용 시, 지역할당제 즉 쿼터제 실시의 필요성 주장도 공감을 얻었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문제, 무용의 학술연구 및 기록집성 등 정신문화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청년세대를 위한 특화된 지원의 필요성과 더불어 정체성이 벗어난 무용축제의 난립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전문예술법인에 대한 후원금 내지 기부금제도의 실효성 등 미시적 관점의 정책적 주문도 쏟아졌다.
무미생 1차 포럼은 김긍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정혜진 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영 국민대 교수, 성재형 성신여대 교수, 신효심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 사무관, 최경자 전 국립국악원무용단 안무자, 김경진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박태희 인천시티발레단 대표,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 대표, 홍은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추석 연휴 다음날 열렸음에도 장시간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무미생 2차 포럼은 10월 10일(목) 오후 2시, 예술가의 집 세미나2실에서 개최된다.
연속 무용정책 포럼을 주최·주관하는 무미생 운영위원으로는 김긍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영 국민대 교수, 정혜진 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백현순 국립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오레지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윤경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상임간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