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알렉산더 가이의 국내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가나아트는 내일(27일)부터 내달 20일까지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알렉산더 가이 개인전 《JETSET》을 개최한다.
포화하는 대중문화
알렉산더 가이는 일상 속 사람, 장소, 물건에 관심을 두고 그가 스스로 ‘태키 리얼리즘 (tacky realism)’이라고 명명한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통찰을 공유한다. 매끄러운 표면과 강렬한 색채, 두텁게 발린 물감과 평면적이지만 디테일한 묘사, 강렬한 인공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가이의 작품은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의 사회적 현상과 대중문화, 트렌드를 날것 그대로 작품에 담긴 일종의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작가의 화풍은 로마 미술, 이집트 미술, 이슬람 미술, 멕시코 벽화운동, 정치적 선전물, 그래피티 등 다양한 요소에서 차용되거나 또는 유사한 방식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다소 통일성 없는 요소들의 결합체인 그의 작업 전반에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구상회화와 팝아트의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인 그의 작품은 대중 매체와 광고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자주 활용된다. 작가는 커다란 캔버스에 단색의 배경 위로 빈틈없이 오브제를 배치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내는 과정을 통해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에게 조명을 비추듯 극적인 효과를 주어 주목하게 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평범한 대상에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는 예술품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그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JETSET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글래스고에서 보낸 지난 한해 동안 포착한 도시의 변화를 대중매체를 소재삼아 그려낸 신작들을 조망하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JETSET”은 세계를 여행하며 삶을 즐기는 부유한 상류층이나 유명 인사를 의미한다. 가이는 SNS 시대에 사람들이 꾸며진 일상을 전시하며 인터넷상에서 가상의 유명인으로 변모해 가는 새로운 ‘JETSET’의 등장에 주목했다. 그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긴장감, 팬데믹 봉쇄 이후 급변한 소비주의 사회, 급등한 식료품 가격, 그리고 과도한 포장재 사용 등의 문제를 그릴 위의 고기, 커피 자판기, 맥도날드 키오스크 등 지난 한 해를 살아가는 동안 마주친 일상적 요소를 상징적 매개체로 삼아 작품에 담아냈다.
가이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릴 적부터 관심 있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1980년대 런던에서 수학하던 시절 서부 컨트리와 로커빌리 밴드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를 하나의 시각적 음악 앨범처럼 구상했다. 마치 앨범 하나를 구성하는 다양한 트랙처럼, 각 작품은 독립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동시에 상호 연관성을 통해 전시의 서사를 형성한다.
출품작 중 하나인 love is... TURQUISE (2024) 에는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색 계열의 생활용품, 식료품, 청소 도구 등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마치 간판이 달린 건물들이 줄지어져 있듯, 이 물건들을 화면에 빼곡하게 배치했다. 또한 평면적인 화면 배경을 이 물건들과 비슷한 색상으로 칠하면서 이들 오브제를 하나로 통합하여 시각적 일관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또 다른 작품 TESCO – METRO…SEALED WITH A KISS (2024) 역시 슈퍼마켓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일상용품을 묘사하지만, 주황색 배경 위에 난색 계열의 물건들을 배치해 앞선 작품과 대비를 이룬다. 두 작품은 동일한 구성과 사이즈, 상반된 색감을 통해 마치 음악 앨범의 메인 트랙과 사이드 B 트랙처럼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 이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것으로, 초기에는 단순히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 그렸으나, 현재는 특정 색상에 맞춰 선정된 물품들을 조합하여 그리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편, 알렉산더 가이는 영국의 던컨 오브 조던 스톤 대학(Duncan of Jordanstone College)과 왕립미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존 무어스 회화상(John Moores Painting Prize) 후보로 지명된 바 있으며 미국, 독일, 홍콩, 영국 등지에서 전시를 가지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플레밍 컬렉션 (The Fleming collection), 글래스고 미술관 (Glasgow Museum), 왕립 미술 대학(Royal College of Arts) 등 다양한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