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작가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전 관장의 전시 기획에 대한 관점을 총망라한 책이 출간됐다. 두 권으로 기획됐으며, 그 중의 첫 권인 『미술현장과 전시』다.
이 책은 664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과 다양한 지식이 총집합된 한국미술 전시기획에 대한 일종의 교과서다. 한국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전시, 순수한 작가들의 예술세계와 그 뒷면의 파행이 한 편의 영화와 같이 전개된다.
제1부는 윤범모 전 관장이 전시기획자로서 기획한 전시들에 대한 설명이다. 주로 도록이나 자료집 등에 실렸던 기고문들이 정리돼 있다. 1부에서는 2000년대 한국 내에서 이루어진 굵직굵직한 전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제2부에서는 저자가 제목 그대로 미술 현장에서 느낀 단상을 수필처럼 써내려간다. 미술계의 현실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글 중에 매우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가 그가 시인임을 보여준다. 미술품의 진위 문제, 즉 위조 문제를 다루는 파트는 매우 흥미롭다.
3부는 한국 미술계의 대표 작가들을 분석하고 있는 작가론이다. 평론가로서 한국 작가들에 대한 매우 심도있는 분석은 풍성한 한국 미술계를 돌아보게 한다.
“한국미술사학계의 특징, 아니 병폐 하나를 들자면 ‘전공 울타리’다. 자기 전공만 고집한다. 같은 미술사라 해도 다른 장르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그래서 ‘전공 바보’를 양산하고 있다. 본인 전공만 챙기고 있지 폭넓은 시각을 놓치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시대’다. 고대사 전공은 근현대사와 높은 장벽을 친다. 아니 1910년의 조선왕조 이전 시대와 20세기 이후 근현대 시기와는 상호 쳐다보지도 않는다. 같은 미술사이나 18세기와 20세기는 높은 장벽으로 넘나들지 않는다. 같은 시기 전공이라 해도 장르가 다르면 또 마찬가지다. 회화사 전공과 공예사 전공은 남남 사이다. 조선왕조 시대와 근현대 시대의 불통 관계, 그만큼 한국미술사 연구의 풍요로움을 방해한다. 한국미술사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불교미술이다. 사실 불교미술을 이해하지 않고 한국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폭넓게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분야이기 때문 이다. 그런데 미술사학계를 보면 일반미술사와 불교미술사 전공자들 사이에 높은 장벽을 보게 한다. 무슨 답사기가 있다고 하자. 상당 부분 사찰 기행으로 내용을 채운다. 하지만 일반미술사 전공자의 불교미술에 대한 낮은 이해도는 답사 안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종교 문제가 걸려 있다 해도, 한국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불교미술이라는 산맥을 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통섭의 시각에서 한국미술사 연구 자세, 오늘의 우리에게 내려준 과제가 아닐까.”
- 윤범모, 『미술현장과 전시』, 12~13p -
책의 백미는 마지막 3부인 작가론이다. 가장 학술적이면서도 대중적어야 하는 이 파트는 한국 대표작가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말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로서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할 인물들인 것이다.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는 이 작가들의 이야기는 한국 작가들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우리의 교양을 풍부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최욱경, 하인두, 이종상, 조평휘, 박대성, 오승윤, 강연균, 손장섭, 황재형, 임채욱, 정현 작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집 3권 〈미술의 전통과 시대정신〉에서 작가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출판사 예술시대 관계자는 “이 책은 전문지식과 재미를 한번에 갖춘 교양의 대향연”이라며, “책을 통해 독자들은 미술의세계, 전시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전 관장의 전집 두번째 책,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