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투란도트’…“프랑코 제피렐리의 손길, 한국서 완벽 재현”
[현장스케치]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투란도트’…“프랑코 제피렐리의 손길, 한국서 완벽 재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9.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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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디 베로나’ 트레스피디 부예술감독, 재연출 맡아
베로나 발탁 ‘투란도트’ 역 전여진 “완벽한 준비, 공연 성공 자신”
10.12~19,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 DOME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는 2년마다 ‘투란도트’를 공연하는데 항상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버전이 무대에 오른다. 이에 대해 축제 관계자들은 간결하지만 확신에 찬 말투로 “(제피렐리 버전이 아닌) 다른 연출의 투란도트는 의미가 없다”라고 말한다. 

제피렐리의 투란도트는 1987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첫선을 보였다. 제피렐리에 의해 탄생한 투란도트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와 섬세하게 고증한 의상으로 극찬받았다. 이처럼, 아레나 디 베로나의 상징과도 같은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의 ‘투란도트’가 101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은 오는 10월 12~19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총 8일간 펼쳐진다.

▲지난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전여진. (제공=솔오페라단)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과 더불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리는 이번 공연은, 올해도 개막작으로 현지 관객들과 만났던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을 무대 세트부터 의상, 소품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와 선보인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재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부예술감독, 이번 공연 제작을 맡은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석했다. 공연의 명성에 맡게 현장은 많은 취재진들로 붐볐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제피렐리의 작품을 보고 오페라 연출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트레스피디는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도 세밀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뛰어나 연출가였다. 저에게는 하나의 사명과도 같은 제피렐리의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라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프랑코 제피렐리의 오리지널 연출을 한국에 그대로 실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조금 염려되는 부분은 그의 시각을 전혀 다른 장소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쉽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적인 부분과 능력들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베로나에서 투란도트 역으로 발탁돼 이번 내한 공연에서 첫 무대를 갖는 소프라노 전여진 (제공=솔오페라단)
▲베로나에서 투란도트 역으로 발탁돼 이번 내한 공연에서 첫 무대를 갖는 소프라노 전여진 (제공=솔오페라단)

공연에 자부심을 드러낸 건, 이번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을 맡은 전여진 소프라노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와 함께 ‘투란도트’ 역으로 캐스팅된 전여진은 “이탈리아 유학이 올해로 12년째인데, 아레나 디 베로나는 모든 이탈리아 성악도들의 꿈의 무대”라며 “꿈꿔온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를 위해 완벽하게 연습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한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선보이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전여진은 6월에 열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에 투란도트로 설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무대에 설 수 없었고 이번 내한 공연에서 ‘투란도트’ 데뷔 무대를 갖는다.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인 다니엘 오렌(Daniel Oren)이 지휘봉을 잡는 ‘투란도트’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성악가들이 총동원됐다. 투란도트 역은 옥사나 디카, 올가 마슬로바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 투란도트 타이틀롤을 거머쥔 전여진이, 칼라프 왕자 역은 마틴 뭴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류 역에는 마리안젤라 시실리아와 줄리아 마졸라, 티무르 역에는 페루치오 푸르라네토오 게오르기 안드굴라제가 출연한다. 

▲지난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전여진. (제공=솔오페라단)
▲지난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전여진. (제공=솔오페라단)

아울러, 이번 공연은 주한 이탈리아대사관과 이탈리아문화원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다. 아직도 꿈만 같다”라며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넨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대사는 “두 나라 국민은 음악과 오페라를 좋아한다는 공통적인 열정을 갖고 있다. 이 열정이 모여 이뤄낸 결실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또한,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행사가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이탈리아 극장들과 협업을 이어온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은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과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 이 특별한 공연을 올리기 돼 영광”이라며 “어젯밤에 잠이 잘 안 왔다.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더 긴장되고 떨렸다. 공연을 지원해준 이탈리아대사관과 흔쾌히 공연 개최를 허락해준 ‘아레나 디 베로나’ 측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사랑에 관한 동화 속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라며 “편안한 차림으로 가족·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아달라”라고 당부했다. 

한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보여줄 투란도트 내한 공연은 오는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7일간 총 8회 진행된다.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 DOME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자세한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